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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J노믹스, 아베노믹스 뛰어넘어라

김동호논설위원

김동호논설위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0년 만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일주일 전 취재차 참석했던 도쿄 데이코쿠 호텔 국제포럼에서 지켜본 그는 당차고 자신감이 넘쳤다. 딱 부러지는 어조로 장문의 연설을 했다. 원고를 띄워주는 프롬프터를 썼지만 내용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청중을 몰입시켰고 강연 후에는 기업인들과 식사도 함께했다.
 
2007년 9월 12일 갑자기 TV 속보가 시작되더니 그는 사임서를 낭독하고서 도망치듯 총리를 그만뒀다. 1차 아베 정권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해 7월 참의원 선거 참패가 직접적 계기였지만 연이은 정책 실패 끝에 총리직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폐족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의 실패는 미숙함에서 비롯했다. 집안에 총리 출신 둘에다 아버지는 외상을 지낸 정치 명문가여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측근을 대거 등용하면서 ‘도모다치(친구) 내각’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이 결과 경제보다는 우경화 이슈에 치중하고, 국민과 야당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정권은 추락했다.
 
이후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가 아베의 뒤를 이었지만 자민당의 무능에 신물이 난 일본 국민은 민주당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정권 역시 3년 천하로 끝났다. 이상은 높았지만 비현실적인 정책실험만 벌이자 국민이 등을 돌렸다. 이때 다시 돌아온 자민당의 리더가 바로 아베다.
 
아베는 지금 일본 정계에서 ‘아베 1강’으로 불리며 독주하고 있다. 그의 간판 정책은 재정확장·금융완화·구조개혁이란 세 개의 화살을 사용한 ‘아베노믹스’다. 잠재성장률이 여전히 0%대에 머물고 과도한 금융·재정 의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국제포럼에서 만난 대형 건설사 사장은 “현재 회사의 최대 고민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구인배율은 1.48이다. 세 명 모집에 두 명만 응시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비상 대책으로 퇴직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회사가 적지 않다.
 
아베의 긴 연설을 듣다 보니 일본 경제가 이렇게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유를 알 만했다. 10년 전 총리직을 도피했던 그에 대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그는 정책 전문가가 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와닿았던 부분은 닛케이지수가 2만을 넘어서거나 일손이 부족하다는 자랑보다는 일본식 ‘소득 주도 성장론’이었다. 아베는 “나는 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직원 임금을 올려주라고 말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아베는 경제가 살아나려면 국민이 돈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경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이를 위해 아베는 기업 투자 촉진에 집중하는 실용주의를 폈다. 국민에게 인기가 없지만 소비세를 8%로 올려 재정을 확충하면서도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을 위해서는 면세를 확대하고 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저(低)를 유도했다.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포괄적 증여세를 도입해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줘도 2500만 엔까지 비과세하도록 했다. 교육·결혼·신혼주택 마련에 한정하자 부자 감세라는 말도 안 나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낸 비결을 잘 볼 필요가 있다.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 외교안보부터 다져라. 이게 든든해야 경제도 잘된다. 아베는 러시아·인도를 비롯한 전방위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구축해 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인데도 달려가 회담했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최근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둘째는 과감한 구조개혁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가 결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기업을 춤추게 하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움츠리게 만드는 비정규직의 일괄적 정규직 전환이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같은 ‘묻지마 정책’은 일본에 없다. 셋째는 소통이다. 의원내각제의 특성이지만 아베는 늘 국회로 나가 야당 의원들에게 직접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한다. 이 세 가지만 잘하면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도 희망을 쏘아올릴 수 있다. 이제 5년 차에 접어든 아베노믹스를 뛰어넘는 J노믹스의 성공을 기대한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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