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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서비스 산업 대폭 개방, 일자리 창출 패러다임 바꾸자

통상정책 발상 전환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지난 10일로 딱 한 달. 새 정부는 그간 의욕적인 정책을 선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손도 못 댔지만 앞으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숱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통상 분야다. 실제로 정부가 헤쳐 나가야 할 통상 분야 내 굵직한 현안들은 산적해 있다. 우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차례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해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부터 발등의 불이다. 새로운 FTA 등을 통해 별다른 제한 없이 자유로운 통상이 가능한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개발해 나가는 것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새로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려면 철저한 전략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통상 관련 공약들을 보면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보강해야 할까. 이 문제를 놓고 지난달 29일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통상분과 위원들이 모여 지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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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쓴소리하긴 쉽지 않은 법이다. 게다가 향후 정책의 기본 틀인 공약을 놓고 해당 부처 공무원들과 거미줄 같은 인연이 얽힌 전문가들이 비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탓에 리셋 코리아 통상분과는 이번 토론에 한해 발언자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채텀하우스 룰’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토론 참석자의 신분은 알파벳 이니셜로 처리했다. 또 토론은 먼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이 밝힌 통상 관련 공약을 전체적으로 평가한 뒤 중요한 항목들을 골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문 후보의 통상 관련 공약에 대한 통상분과 위원들의 평가는 “큰 그림에는 동의하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대체로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제대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서비스 분야 개방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흥시장 개척 등 구체적 실행안 보완 필요
 
 
사진은 지난해 6월 교통 체증이 심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헬기 운송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 운임은 1인당 17~80달러. [중앙포토]

사진은 지난해 6월 교통 체증이 심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헬기 운송서비스를 시작한 우버. 운임은 1인당 17~80달러. [중앙포토]

A=개발원조 추진, 통상조직 역량 강화 및 신흥시장 개발 등 리셋 코리아 통상분과에서 내놓은 제안과 문 대통령 공약이 많이 겹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전체 공약 중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내용이 동아시아 경제 통합 분야다.
 
B=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분야 이슈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래서인지 대선 토론 과정에서 통상 관련 이야기는 사실상 전무했고 관련 공약도 독특한 색깔이 전혀 없다.
 
C=물건을 잘 만들어 많이 수출하자는 식의 옛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다. 하지만 이 공약에는 한국을 인재들이 모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으로 만들자는 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어 진부하다는 인상이다.
 
D=동아시아 경제 통합 주장은 노무현 정부의 연장선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에다 한·중·일 및 인도·호주·뉴질랜드를 아우르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실질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다른 공약으로 제시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정치적 이유 등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심지어 북한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통상분야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초강대국 간의 거대한 협상이 마무리된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런 것을 통상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공약 중 하나로 북한의 국제 경제체제 편입 지원이 올라 있는데 이게 통상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는 통일 정책의 차원으로 봐야 한다. 한·중·일 동북아 3국 체제 안에 북한을 끌어들이자는 건 말이 되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WTO 가입이 통상 목표의 우선순위로 올라 있는 건 이해가 안 된다.
 
한·일 FTA 지렛대로 중국 견제해야
 
B=우리 경제가 마지막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한·일 통상 문제다. 한·일 FTA가 됐든, 한·미 FTA에 일본을 끌어 붙이든 무엇인가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들의 룰을 고집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C=자유무역 확대 등 모든 통상정책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개인에게 돌아갈 혜택이다. 예컨대 법률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논리로서는 국내 시장 보호 등의 명분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점은 빠져 있다. 법률시장 개방의 수혜자로 꼽히는 건 기업이지 개인이 아니다.
 
D=일반적인 국내 정책의 경우 정부가 재량껏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상 정책은 다르다. 상대국이 있다. 따라서 신흥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
 
차관급 통상본부보다 ‘한국판 USTR’을
 
C=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승리 등에서 나타나듯 지금은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한·EU FTA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등에 대한 전략이 서 있어야 한다
 
D=재외공관을 이용하겠다는 게 통상역량 강화의 수단인지 의문이다. 논란 끝에 통상 담당 기구는 지금처럼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두되 차관급인 통상본부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종국적으로는 한국판 USTR(미국 무역대표부)을 만드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B=21세기 들어 통상교섭본부가 20년 이상 존재해 왔지만 제대로 작동한 것은 노무현 정부 중반기뿐이었다. 전임자인 김대중 대통령과 달리 노 대통령이 통상 조직에 힘을 실어 줬기 때문이다. 후임자인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중소기업 등을 고려해 속도 조절을 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줬다. 그러니 통상 분야가 잘될 리가 없었다. 통상 조직이 제 역할을 하려면 대통령이 힘을 실어 주는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 ‘디지털 단일시장’ 만들자
 
B=문 대통령이 제시했던 공약은 기존과 같은 제조업 중심의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조업 20~25%, 서비스 70%인 세상이다. 따라서 통상 역시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제안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서비스 빅뱅’과 함께 동아시아에 디지털 단일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전 세계 최고라는 한국의 정보통신 고속도로에 미국산 서비스만이 달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A=한·미 FTA의 경우 서비스 자유화는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하지만 미국 요구의 핵심은 서비스 자유화를 더 해 달라고 하는 것이니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서비스 자유화의 지체는 새로운 산업의 도입을 막기도 한다. 우버가 대표적인 것으로 정부 규제 때문에 한국에선 이런 첨단 서비스를 실험조차 할 수 없다.
 
C=한국에는 카카오택시라는 게 있지만 이는 택시회사만을 연결한 것이다. 반면에 우버는 서비스 공급자를 일반 자동차 차주로까지 완전히 확대해 새로운 시장을 개발한 것이다. 소비자 후생을 늘리는 차원에서 한·미 FTA 재협상 시 자유화시키는 조치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D=홈오토메이션도 자유화가 시급한 분야 중 하나다. 이 분야는 통신회사와 함께 방송법의 규제를 받게 되는데 국내에서는 이제 막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정에 설치한 웹 카메라를 통해 원거리에서도 집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드롭캠이란 서비스가 꽤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서비스는 외부 침입자가 사람인지 아닌지까지 영상을 분석해 스스로 판단해 알려준다. 홈오토메이션은 영상뿐 아니라 TV 등 온갖 가전제품을 조작하는 데도 사용되는 등 미국 등에서는 이미 크게 발전한 분야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방송법 등으로 규제돼 있다. 이런 분야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동시에 과감하게 개방해야 한다.
 
E=서비스 개방이 옳은 방향이긴 하나 문을 활짝 열면 장점과 함께 단점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국내의 관련 산업이 다 죽는다는 반대도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갈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채텀하우스 룰(the Chatham House Rule)
어떤 회의에서든지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는 원칙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나온 발언이나 문서 내용 등은 언론에서 쓰든, 논문에서 인용하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즉 회의 참가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보다 자유로운 토론을 끌어내려는 게 이 원칙의 기본 정신이다. 토론회 참가자 중에는 현직 공무원과 같은 신분상의 제약이나 인간관계 때문에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숱하다. 따라서 이들의 정체를 숨겨줌으로써 마음껏 발언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룰은 활발한 의견을 밝히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이 인정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원칙에 이 같은 이름이 붙은 건 처음으로 사용된 곳이 채텀하우스라는 별명의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이기 때문이다. 이 룰이 공식적으로 채택된 것은 1927년으로, 채텀하우스는 RIIA가 사용해 온 유서 깊은 건물의 이름이다.
 
남정호 논설위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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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