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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운전석, 미국이 조수석 앉아 대북 협력할 수 있을 것”

文 캠프 외교 싱크탱크, 최종건 교수의 한·미 정상회담 전망 
김경빈 기자

김경빈 기자

 6월 국내외 정치일정 중 최대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달 말께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상견례를 하는 자리인 데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등 현안도 산적해 있어 회담 결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치러내 향후 굳건한 한·미 동맹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구체적인 의제를 협의하는 등 가능한 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사전 조율작업에 나섰다. 13일엔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도 방한한다.
 
한·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전략은 무엇일까. 중앙SUNDAY는 지난 7일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한·미 정상회담 의제와 한반도 안보상황 등을 물었다. 최 교수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 만든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한반도안보신성장추진단장을 맡는 등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수립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는 “인수위 없이 임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은 그 어떤 지도자도 가 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쁜 행동엔 보상 없다”는 기조 확고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나올 의제는 뭘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건은 확실히 들고 나올 것으로 본다. 이에 문 대통령도 당당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 대통령 모두 ‘딜 메이커’이지 ‘딜 브레이커’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개발을 하며 새로운 계약을 성사시키는 딜 메이커였다. 문 대통령도 변호사 출신으로 노조를 도와 사용자와 딜을 하던 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FTA 재협상은 안 된다’고 잘라 얘기하진 않을 거다. FTA 재개정은 국익 관점에서 보면 답이 있다. 개정을 위한 리뷰를 하자는 정도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 듯싶다. 지금은 국익을 위해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미국의 대북 압박 노선이 상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양국 정부의 대북정책 스탠스가 다르다고 느껴지는 건 지난 9년간 (남북) 관계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하는 여러 메시지가 지난 정부와는 다르기 때문에 미국과 차이가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추진한 ‘전략적 인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책이었다. 이는 상대가 변화하기 전엔 대화하지 않겠다는 건데 결과적으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양산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은 그래도 민간 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해야 된다는 거다. 그래서 미국과 어색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이는 거다. 그런 차이들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상당 부분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 테이블에 북한 이슈로는 어떤 메뉴가 오를까.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다. 강력한 대북 압박은 상수다. 그걸 포기할 수는 없지만 메뉴판을 하나 더 얹을 순 있다. 바로 대화는 해야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김정일의 북한은 다뤄 봤지만 트럼프 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김정은의 북한은 다뤄 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북한이 어떤 생각과 로드맵·비전을 갖고 있는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탐색적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판단이다. 말라리아 방역이나 민간인 방북 등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미세한 조치들이라고 본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새 정부 대북정책의 청사진과 밑그림도 확실히 그려지지 않겠나. 미국도 이런 입장에 상당히 동의하고 있다고 본다.”
 
레버리지 없이 압박만 해선 실효성 없어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메인 메뉴라면 새 정부의 민간 교류는 디저트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이 디저트에 만족하겠나.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을 지켜보면 남북 분위기가 약간 소프트하게 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북한이 미사일을 쏴서 안 좋긴 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대외적으로 보면 한국의 목소리를 일본과 중국이 경청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디저트는 메인 메뉴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 코스 요리에서도 메인 메뉴가 아무리 맛있더라도 디저트가 별로면 먹은 것 같지 않다. 반대로 메인 메뉴가 별로라도 디저트가 완벽하면 코스 전체에 만족할 수 있다. 대북제재와 압박의 근본적 목적이 대화 창출이라면 그것을 견인하는 게 대한민국 정부여야 한다. 그게 새 정부의 상황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특히 고려할 사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당히 흔들릴 경우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고민해야 한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미국 국내 문제로 대북정책에 신경을 못 쓴다면 우리가 활동할 범위가 더 넓어지는 거다. 혹은 반대로 국내 정치가 안 좋으니 북한에 강경한 정책을 펼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은 더 작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강력한 대북 규탄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건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난관뿐”이라며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완전한 북핵 폐기를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뭔가.
“문 대통령의 시각은 한마디로 실사구시다. 한반도 정책을 실용적 방향으로 잡아 가자는 거다. 한반도 상황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북 대화를 통해 북한의 진위와 의도를 파악하는 거다. 이를 미국에 전달하면 한·미 협력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다. 우리가 운전석에 앉고 미국은 조수석에 앉아 함께 협력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게 안 되니 북한을 상대로 유추의 정치만 하고 있는 거다. 어떤 의도가 있는지 진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야 하는데 지금까진 그게 실패했다.”
 
지금의 남북 관계를 평가하자면.
“지난 9년간 남북 관계는 단절된 상태다. 지난해까지도 사실상 대화 제로상태였다. 개성공단도 가동이 중단됐다. 대한민국 국익을 고려하기보단 국제 공조라는 측면만 고려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주도하는 한반도 질서를 만들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나.
“지금까진 북한에 대한 모욕 주기만 있었다. 제재와 압박이 효과를 내려면 그 대상인 북한과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관계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단절된 상태다 보니 레버리지는 없어지고 제재를 받는 입장에선 성질만 나는 거다. 이전 정부의 대북제재가 국내적으론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실질적 효과는 거두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고 있다.
“미사일 발사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본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대화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가 북한의 기술 개발 스케줄에 따른 것인지, 대외적 메시지 때문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다. 북한 군부과학계 등이 어떤 의도로 미사일을 쏘는지는 접촉과 대화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현 구도에서 아쉬운 건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워싱턴이나 베이징(北京)·도쿄에 전화해 왜 미사일을 쏘는지 물어봐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전혀 주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화는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기본 틀이다. 이를 통해 우리와 공통분모가 적은 것으로 판명 날 경우 압박이나 기존 정책을 강화하면 된다. 그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의 취지이기도 하다.”
 
대북 억제 위한 한·미 동맹은 상수
사드 배치 문제는 정상회담을 앞둔 청와대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 “정부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드 진상조사가 정상회담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이를 서둘러 봉합한 발언으로 분석됐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사드를 정상회담 공식 의제에 넣지 말자는 의견을 미국에 전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당국자들 사이에 서로 이해가 된 사안인 만큼 정상회담 의제에서 사드가 빠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고 누락 등 사드 진상조사가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미 동맹은 민주적인 국가끼리 맺은 동맹이니 초법적 권위를 가져선 안 되고 법치성에도 맞아야 한다. 사드 진상조사는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자는 거다. 이걸 가지고 동맹이 틀어진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오도된 시각이다. 민주적 절차는 미국도 적극 존중하는 부분이다. 동맹은 수단이지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미국 측 시각이라는 것에도 상당한 편견이 들어 있는 것 같다.”
 
환경영향평가로 배치가 늦어지게 됐다.
“사드 배치에 대한 리뷰는 선거 공약이었다.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리뷰를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리뷰가 리젝트(거절)는 아니다. 사드 도입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거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드를 급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어떤 결과가 나왔나.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 국면에서 한·중 관계가 틀어지면서 역설적으로 우리가 경제 보복을 받는 비이성적 상황이 도출되기도 했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성주·김천에서 반미 정서가 커졌다. 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새 정부의 판단이라고 본다. 해당 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고 전략자산 배치를 국내 법 절차에 따라 면밀히 논의해야 한다는 건 대한민국의 당연한 주권이다. 이를 통해 번 시간으로 한·중 관계를 풀 수도 있다.”
 
최 교수는 “한·미 동맹 지지자이지만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정상적인 관계가 없다면 대북제재도, 대화도 불가능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전시작전권도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걱정하는 건 뭔가.
“한·미 동맹은 대북 억제가 목표였다. 미·일 동맹은 지역동맹이다. 중국이 한·미 동맹을 인정한 건 북한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로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미 동맹이 지역동맹으로 바뀌는 걸 중국이 견제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시작전권 회수가 꼭 필요한 이유는.
“대화 가능성과 함께 단호한 보복의지를 보여 줘야 무력도발을 막을 수 있다. 방법은 두 가지다. 보복 무기를 갖는 것과 전시작전권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북한이 겁을 먹는다. 전시작전권 회수는 대선 공약 사항이다. 이미 가져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전시작전권을 가져온다고 해서 한·미 동맹이 약화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한·미 동맹은 상수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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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