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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상처 입은 메이, 동력 떨어지는 하드 브렉시트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승부수였던 조기총선에서 노동당은 의석을 31석 늘리며 선전했다. 집권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코빈 대표는 최대한 EU에 잔류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주장해왔다. [런던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승부수였던 조기총선에서 노동당은 의석을 31석 늘리며 선전했다. 집권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코빈 대표는 최대한 EU에 잔류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주장해왔다. [런던 AP=연합뉴스]

정치인들은 자주 민심을 오판한다. 선거 막판 악재가 돌출하기도 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그런 경우다.
 

지난해 국민투표 외면했던 젊은층
이번 총선 대거 참여 노동당 지지
“최대한 EU 잔류” 노동당 31석 늘고
“전면 탈퇴” 보수당 겨우 1당 유지

총선에서 압승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에 필요한 전권을 쥐고자 했던 메이 총리의 야심은 수포로 돌아갔다. EU와 완전히 선을 긋겠다고 나섰던 그의 ‘하드 브렉시트’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메이 총리의 발목을 잡은 이들은 젊은 층이었다.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부결될 것으로 보고 투표에 소극적이었던 젊은 유권자들이 이번엔 작정하고 투표장을 찾아 반(反)보수당 진영에 표를 던졌다. 잠정 집계된 총선 투표율은 69%. 영국 매체 NME는 18~24세 유권자 투표율이 53%로, 2015년 총선 때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3분의 2가량이 노동당을 찍었다고 답했다. 노동당은 31석을 더 얻어 261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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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디펜던트는 “총선 결과는 메이 총리가 제시한 ‘하드 브렉시트’가 승인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며 “국민투표 때 자신들의 미래에 충격을 줄 문제였는데도 소극적이던 젊은 층이 이번엔 뜻을 반영하려 나섰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도 “메이 총리는 EU와 거의 모든 관계를 끊는 하드 브렉시트를 제시했지만 유권자들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공약한 ‘소프트 브렉시트’나 자유민주당(LD)이 내세운 ‘노(No) 브렉시트’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보수당이 긴축재정을 지속하고 노인요양지원금 지급 기준을 높이는 이른바 ‘치매세’ 공약을 제시한 것도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맨체스터와 런던의 대형 테러를 계기로, 메이 총리가 경찰 인력을 감축한 것 등이 안보 무능으로 해석돼 영향을 미쳤다.
 
노동당이 의석을 대폭 확대하며 선전했지만 총선 결과는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326석)에 못 미친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됐다. 헝 의회는 양당제 전통을 가진 영국에선 이례적이다. 20세기 이후 6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메이 총리는 정치 ‘도박’에 실패했지만 당장 물러나진 않을 태세다. ‘연정’ 카드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10석을 얻은 북아일랜드 중도우파 민주통일당(DUP)과 물밑 협상을 벌여 연정에 합의했다. 두 정당이 연합하면 329석을 확보해 과반을 넘긴다. 내각 명단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 정부 구성을 논의한 뒤 총리 관저 앞 회견에 나선 메이 총리는 “이 중요한 순간에 (내가)영국을 이끌겠다”며 “보수당과 DUP가 하원을 운영할 수 있는 과반 연합을 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당과 DUP가 브렉시트 약속을 실현시킬 것”이라며 “새 정부가 10일 정도 후 시작되는 결정적인 브렉시트 협상을 통해 국가를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이탈하고 EU 시민의 이민 억제를 위해 국경 통제권을 되찾는 동시에 EU 사법권으로부터 벗어나겠다고 천명해 왔다. 그의 장담과 달리 브렉시트 협상은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메이 총리와 보수당이 치명적 타격을 받아 의회 영향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와는 달리 야당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만 해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혜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수당에 맞서 왔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EU 시민들의 영국 내 거주를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심지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하드 브렉시트가 되면 연합왕국을 탈퇴하겠다고 했고,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은 브렉시트 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영국 의회는 올해 브렉시트 관련 법안 처리 시 EU와의 최종합의안이 도출되면 의회가 표결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코빈 대표는 지난해 “노르웨이는 EU 자체에는 가입해 있지 않지만 유럽경제지역(EEA)에 속해 단일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영국이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그 대가로 EU에 분담금을 내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의 파트너인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이날 메이 총리에게 ‘축하’편지를 보내 “새 정부를 구성한 것을 축하한다”며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메이가 총리직을 계속 유지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당 내에서도 거취를 결정하라는 목소리가 나온 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보수당 내 차기 총리감으로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 등이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오즈번 전 재무장관이 편집책임자인 런던 이브닝스탠더드는 메이를 “거부의 여왕”이라고 표현하면서 “메이가 권력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메이 총리가 정부 구성을 서두르고 있지만 영국의 정국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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