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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으로] 스나이퍼 종목서 탱크 바이애슬론, 항공 수송 로데오까지

별별 군사 경연대회
지난해 호주 AASAM 대회에서 호주 육군 소속 병사들이 전술사격 시합을 하고 있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지난해 호주 AASAM 대회에서 호주 육군 소속 병사들이 전술사격 시합을 하고 있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19세기 말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세계 각국의 청년들을 스포츠로 묶으면 세계 평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896년 만들어진 게 제1회 근대 올림픽이었다. 그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Citius, Altius, Fortius)’를 올림픽 모토로 제안했다. 이는 최고의 경기를 펼치며 인간성을 완성하고자 하는 스포츠의 이상을 잘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적 전술 사격대회 AASAM
일본 자위대 2위, 한국 특전사 6위

미국 육사서 여는 전투기술 경연
수류탄 투척·응급처치·독도법 겨뤄

군사 순찰, 국제 대테러 경연대회
취사병들 야전 취사 경쟁 벌이기도

“다른 나라의 훈련 수준 파악하고
자국 방산장비 마케팅으로도 활용”

그런데 평화를 사랑했던 쿠베르탱 남작의 올림픽 정신이 있다면 ‘더 총을 잘 쏘나, 더 행군을 잘 하나, 더 탱크를 잘 모나’를 겨루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세계에서 열리는 수많은 국제 군사경연대회 이야기다. 2015년 경북 문경에서 열렸던 세계군인체육대회와는 전혀 다른 얘기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현역 군인들이 스포츠 종목으로 경쟁한다. 그러나 국제 군사경연대회의 목적은 전쟁에서 적을 가장 많이 죽일 수 있는 최고의 전사를 가리는 것이다.
 
최근 국내 밀리터리 마니아들에게서 화제가 된 군사 경연이 있다. 지난달 26일 호주에서 폐막한 AASAM(Australian Army Skill at Arms Meeting)이다. 이 대회는 국제적으로 손꼽히는 전술 사격·스나이퍼 경연이다.
 
 
이 대회는 장거리 저격인 스나이퍼 종목도 있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이 대회는 장거리 저격인 스나이퍼 종목도 있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전술 사격은 100·200·300·400m 거리의 표적을 쏘거나 실내 근접전투 상황을 가정한 경연이고, 스나이퍼 종목은 장거리 저격이다.
 
그런데 한국의 특전사 대원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대회에서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첫 참가인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 종목에서 하위권이었다. 심기일전으로 출전한 올해에도 기대 이상의 순위가 나오지 못했다.
 
특히 대회의 꽃이라는 스나이퍼 부문에서 한국은 12개국 23개 팀 중 6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군이 ‘회사원 군대’라고 얕보던 일본 육상자위대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각 부문 우승자를 동료들이 가마에 올려 태우는 전통이 있다.
 
육군 관계자는 “(올해 성적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군사전문지 ‘플래툰’의 편집장인 홍희범씨는 “군사 경연에 참가하기 전 대회 요강에 맞춰 특별 훈련을 하면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육상자위대도 처음 참가한 2012년 대회에선 성적이 좋지 않았다. 당시 일본 언론에 따르면 육상자위대 고위 장성들이 대회 성적을 본 뒤 "이건 거짓말이다!”고 외쳤을 정도였다. 이후 일본 육상자위대는 매년 AASAM 참가자를 미리 선발해 숙식을 함께하는 특훈을 시켰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가 주최하는 샌드허스트 대회(Sandhurst Competition)는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예비장교만이 참가할 수 있는 샌드허스트 대회는 다양한 전투기술 종목을 치른다. 2009년 미 공군사관학교팀이 전술 보트 종목에서 노를 젓고 있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예비장교만이 참가할 수 있는 샌드허스트 대회는 다양한 전투기술 종목을 치른다. 2009년 미 공군사관학교팀이 전술 보트 종목에서 노를 젓고 있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2005년 영국의 해리 왕자가 이 대회에 직접 참가하면서다. 이 대회는 사관생도나 학군사관(ROTC) 등 예비장교만이 참가할 수 있다. 원래 이 대회는 미 육사의 체력검정·전투기술 경연대회로 시작됐다. 그런데도 대회 이름은 영국 육사의 별칭인 ‘샌드허스트’다. 미 육사에 파견된 영국군 장교의 제안으로 대회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국제대회로 확대됐다. 미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도 참가한다.
 
대회의 특징은 팀원 9명의 1개 분대 단위로 참가한다는 점이다. 반드시 여성 생도를 1명 포함해야 한다.
 
평가 항목은 사격술, 체력, 수류탄 투척, 응급처치·부상자 수송, 전술통신, 독도법, 군용차량 운전과 같은 전투 기술들이다. 교전 중 발생할 수 있는 국제법적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도 평가 항목에 있다.
 
 
지난해 호주 AASAM 대회에 참가한 한국 육군 특전사 소속 대원들. [사진 호주 육군]

지난해 호주 AASAM 대회에 참가한 한국 육군 특전사 소속 대원들. [사진 호주 육군]

한국 육군사관학교는 2013년부터 샌드허스트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회 성적은 60개 팀 중 13위, 올해는 61개 팀 중 22위를 차지했다. 올해 대회 우승자는 웨스트포인트 블랙팀이다. 미 육사의 경우 여러 팀이 참가하며, 색깔로 팀 이름을 짓는다.
 
이 밖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돌아가면서 여는 전술사격대회인 AARM(ASEAN Armies Rifle Meet), 매년 영국에서 진행되는 국제 군사순찰 경연인 ECR(Exercise Cambrian Patrol), 요르단의 국제 대테러경연대회인 전사대회(Warrior Competition) 등도 국제적 인지도가 있다.
 
육체가 아닌 장비로 겨루는 군사 경연도 있다. 탱크 바이애슬론은 러시아가 2013년 시작한 국제 탱크 경연이다. 러시아 전차병의 기량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당시 러시아 국방부의 평가에 따라 대회가 창설됐다. 주로 러시아 전차를 사용하는 옛 소련권 국가들이 참가한다.
 
 
러시아의 탱크 바이애슬론은 탱크 조종·사격 국제 경연대회다. 2013년 1회 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러시아 등 참가국들이 탱크에 화려한 색을 칠한 뒤 공개했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러시아의 탱크 바이애슬론은 탱크 조종·사격 국제 경연대회다. 2013년 1회 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러시아 등 참가국들이 탱크에 화려한 색을 칠한 뒤 공개했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방식은 이렇다. 모든 참가 탱크가 출발 신호와 함께 출발선에서 나와 방해물 코스를 통과한다. 그리고 각자 지정된 사격 구간에 들어서 탄약을 받은 뒤 사격한다. 또다시 탱크를 기동해 2차 사격 구간에 들어가 대공 기총 탄약을 장탄한다.
 
그리고 헬기 표적에 사격한다. 이후 보병 표적에 사격한다. 모든 사격이 끝나면 전차장은 무전으로 종료를 알린다.
 
이 대회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탱크에 알록달록한 색을 칠하기도 했고, 음악에 맞춰 탱크가 우아하게 기동하는 탱크 왈츠도 선보였다. 2015년 대회부터는 종목이 14개로 늘어나 종합 국제 군사경연대회로 발전했다.
 
전차병은 물론 공수부대원, 전투기 조종사, 포병 등에게도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 취사병들이 야전 취사로 경쟁하는 종목도 있다. 지난해 대회에선 러시아·중국·이란 등 19개국 3000여 명이 참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 국가 중엔 유일하게 그리스가 참가했다. 올해 대회는 다음달 29일부터 8월 21일까지 러시아·중국·벨라루스·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의 22개 훈련장에서 분산 개최될 예정이다.
 
미 공군이 알래스카주에서 격년으로 여는 항공 수송 로데오(Air Mobility Rodeo)는 공군 수송 분야의 올림픽이다.
 
 
AASAM 대회종목 우승자는 동료들이 가마를 태워주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AASAM 대회종목 우승자는 동료들이 가마를 태워주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사진 호주 육군·미국 공군사관학교·Vitaly V Kuzmin]

이 대회는 1961년 처음 열렸다. 악천후나 야간 상황에서 정확한 지점에 수송물자를 투하하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한국 공군은 2009년 대회에서 최우수 외국팀에 뽑혔다. 올해 대회부터는 이름이 수송 가디언(Mobility Guardian)으로 바뀐다.
 
이런 별별 군사 경연들은 왜 생겨났을까. 군사전문 자유기고가인 최현호씨는 “군사 경연은 단순한 순위 경쟁도 있지만, 다른 나라들의 훈련 수준과 장비 수준 등을 확인하며 군사 외교를 펼치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최국이 자국산 방산장비를 홍보하는 무대로도 활용하는, 방산 수출의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국은 냉전 시대 나토 동맹국이 참가했던 탱크 사격 경연인 CAT(Canadian Army Trophy)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후 자국 탱크에 대한 대대적 개량에 들어갔다. 그 결과 91년 걸프전에서 영국 탱크는 이라크 탱크를 일방적으로 사냥할 수 있었다.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 정신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승리가 아니라 참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올림픽의 세계에서조차 ‘이기기 위한 꼼수’는 항상 있어 왔다. 그건 국제 군사경연대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탱크 바이애슬론에서 중국팀은 96식B 탱크를 갖고 참가했다. 이 탱크가 장애물 구간을 지나던 중 보기륜(탱크 바퀴)이 빠졌다. 이때 대회를 참관하던 러시아 군사 전문가는 “(중국 탱크의) 포탑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외부 연료탱크와 장갑 등을 제거해 무게를 줄였다는 뜻이다. ‘플래툰’의 편집장 홍희범씨는 “일반적 스포츠도 그러하듯 군사 경연에서 순위가 높다고 꼭 전투력이 높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S BOX] 올림픽 근대 5종 경기, 기병대 훈련 보고 만들어
스포츠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군사(軍事)와 맞닿은 경우가 종종 있다.
 
스포츠가 상대와 경쟁하고 신체를 단련하면서 전사(戰士)를 양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여겨졌기 때문이다.
 
고대 올림픽이 가장 대표적 사례다. 고대 올림픽이 그리스 민족의 주요 행사로 자리 잡은 기원전 708년 단거리 달리기,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레슬링 등을 겨루는 5종 경기가 도입됐다. 이 종목들은 모두 당시 그리스 군대의 주력인 호플리테스(장갑보병)가 평소 훈련해야 할 행군·투석·투창·맨손전투 등 전투 기술과 관련이 있다.
 
이후 완전군장을 한 차림에서 뛰는 무장 달리기,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경기, 맨손으로 하는 권투 등이 올림픽에 추가됐다.
 
여름 올핌픽 정식 종목인 근대 5종은 고대 올림픽 5종 경기의 후손 격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19세기 적진에 홀로 남겨진 기병대 사병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종목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기병이 칼과 총으로 적을 제압하고(펜싱·사격), 강을 헤엄쳐 건너(수영), 적의 말을 빼앗아 탄 뒤(승마), 적진을 달려 돌파해(크로스컨트리) 아군 진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표현한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현역 기병대 장교와 사병만이 올림픽 근대 5종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겨울 스포츠의 바이애슬론도 마찬가지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달리면서 정해진 표적에 총을 쏘는 이 종목은 18세기 노르웨이군의 전투스키 훈련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1948년 생모리츠 올림픽 때까지 현역 군인만이 겨루는 군사 초계(military patrol)란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다 대중화를 위해 60년 스쿼밸리 올림픽 때 바이애슬론으로 개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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