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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1년 전 만든 파란 트렁크, 실패했지만 혁신 발판 됐다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CEO 
8일부터 8월 27일까지 DDP에서 열리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 오프닝 행사 참석차 서울에 온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CEO. [김경록 기자]

8일부터 8월 27일까지 DDP에서 열리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 오프닝 행사 참석차 서울에 온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CEO. [김경록 기자]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은 브랜드 출발부터 혁신을 최고 가치로 삼아왔다. 185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매장을 낸 루이 비통(1821~92)은 위가 둥근 모양이라 여러 개를 쌓기 힘든 여행용 트렁크를 평평한 사각 형태로 바꿨다. 공간이 좁은 철도 여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에서였다. 1890년대 자동차, 1900년대 항공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나타날 때마다 그에 맞는 트렁크를 선보였다. 루이비통이 포브스 추산 세계 브랜드 가치 20위(자산가치 32조4000억원)에 오른 배경이다.
 

혁신은 베끼지 않고 앞서가는 것
협업할 때도 창의성·대담함 중요

밀레니얼 세대는 진실성을 중시
해석해주기보다 정보 전달 선호

럭셔리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
온·오프는 경쟁 아니라 공존관계

한국 소비자 예민하고 패셔너블
럭셔리 시장 성장할 여지 충분해

6월 8일부터 8월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전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비통’은 이를 한눈에 확인시켜주는 자리다.
 
브랜드의 대표 유산 10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이 전시는 2016년 파리를 시작으로, 도쿄를 거쳐 서울을 찾았다.
 
6월 7일 오프닝 행사 참석차 방한한 마이클 버크(Michael Burke·60) 루이비통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그는 1986년 LVMH에 입사한 이래 펜디·불가리 CEO를 거쳐 2012년 루이비통 경영 수장이 됐다.
 
실패를 두려워 않는 혁신 사례로 소개된 파란 트렁크. 사진과 달리 실제로 보면 푸른빛이 돈다. [사진 루이비통]

실패를 두려워 않는 혁신 사례로 소개된 파란 트렁크. 사진과 달리 실제로 보면 푸른빛이 돈다. [사진 루이비통]

전시 주인공이 옛날 트렁크다. 현재에 시사하는 바는 뭔가.
“혁신이란 실패를 두려워 않고 가장 먼저, 베끼지 않는 거다. 전시장에 있는 파란 트렁크는 1916년에 만든 건데 검정·갈색밖에 없던 시절 파란색을 입혔다. 이를 사는 사람이 없어 소량만 만들다 끝났다. 상업적으로는 대실패였다. 하지만 초창기부터 혁신적 마인드를 지녔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제품이다. 최근 루이비통이 미국 현대작가 제프 쿤스와 협업한 마스터 컬렉션(가방에 루벤스·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명화를 찍어낸 디자인)도 비슷하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혁신은 이를 감수해야 한다. 챔피언이란 그 자리에 가기까지 몇 번은 좌절하지 않나. 이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게 수장으로서의 내 임무다.”
 
제프 쿤스 이전에도 루이비통의 협업은 모험처럼 보인다.
“루이비통은 초기부터 외부에 열려 있었다. 쿠튀르 하우스(고급 맞춤)가 아닌 럭셔리 하우스이기 때문이다. 협업에서도 혁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창의성과 대담함이다. 복사해 붙이는(Ctrl+C, Ctrl+V) 식은 안 된다.”
 
20세기 비행기여행에 맞춰 제작된 루이비통 가방을 보여주는 전시 일부. [사진 루이비통]

20세기 비행기여행에 맞춰 제작된 루이비통 가방을 보여주는 전시 일부. [사진 루이비통]

카피와 관련한 이야기인가.
“구찌 2018 크루즈 컬렉션 일부가 80~90년대 할렘 출신 디자이너 대퍼 댄(Dapper Dan)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실제로 구찌 옷을 보면, 루이비통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댄이 루이비통의 과거 LV 로고로 작업한 옷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물론 댄과는 아무 논의도 없이 구찌가 벌인 옳지 않은 일이었다. 아마도 구찌 디자이너가 빈티지를 보고 그것이 왜 80년대와 연관이 있는지, 왜 댄이 루이비통 모조품을 만들었는지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의 협업은 이런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제프 쿤스와의 협업은 2년이 걸렸다. 얼마 전 손잡았던 슈프림도 마찬가지다. 트렁크 하나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2년간 소통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 ‘올바른 방식’이 아니면 되겠나.”
 
‘디지털 세상’의 핵심이 뭘까.
“대중이 모든 걸 알고 있다. 특히 주 소비층이 된 밀레니얼 세대는 진실성(authenticity)을 중시한다. 가르치려 들고 해석해주기보다 직접 전달되는 정보를 선호한다. 내가 아무리 루이비통에 대해 이야기한들, 친구들끼리 이 브랜드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비중이 커지는 온라인 판매에는 어떻게 대응하나.
“루이비통은 96년 이미 루이비통닷컴(louisvuitton.com)을 만들면서 럭셔리 업계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파란색 트렁크’처럼 좀 많이 이르긴 했다(웃음). 온라인 판매를 좋고 나쁘다로 접근하면 안 된다. ‘고객이 원한다’가 중요하다. 온·오프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다. 실제 두 플랫폼을 모두 이용하는 고객의 구매액이 한 곳만 이용하는 고객보다 평균 세 배 정도 많다. 하지만 온라인이 아무리 중요해도 고객과 대화가 단절되는 상황에까지는 가고 싶지 않다. 알리바바에는 제품을 론칭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가치인가.
“제품의 아름다움·서비스·팀워크·비전 등을 아우른다. 흔해 보이는 이러한 가치가 브랜드를 계속 트렌디하게 만드는 힘이다. 경영이라는 게 단순히 상업적인 접근만이 아닌 일종의 여정이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가짜 뉴스다. 중국은 특히 지금 시작에 불과하다. 80년 루이비통이 처음 발 들일 때보다 훨씬 세련된 시장으로 발전했고 기성복이 가장 잘 팔리는 나라다. 한국은 중국과 다르다. 훨씬 예민하고 패셔너블하다. 오히려 미국에 가깝다. 자동차·연예오락·음악 등이 할리우드와 경쟁하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다. 럭셔리 시장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타날 여지가 충분하다.”
 
[S BOX] 부동산과 럭셔리의 공통점은?
루이비통의 마이클 버크 CEO는 개인사에 빗대 혁신을 얘기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을 만나 일하기로 결정한 날이 나의 혁신 DNA를 잘 보여주는 순간”이라며.
 
1979년 프랑스 경영대학원 EDHEC 졸업을 앞두고 그는 아르노가 운영하던 부동산 개발업체 페리넬(Ferinel)에 지원했다. 당시만 해도 MBA를 마치면 유니레버나 로레알 같은 글로벌 기업이나 금융권으로 가는 게 당연시됐다. 하지만 그는 ‘몽상가 같은 사람들이 좋아서’ 이런 의외의 결정을 했다. 당시 페리넬은 아르노와 그의 아버지 장(Jean) 등 몇몇이 새로운 건축 디자인으로 부동산 시장을 흔들며 큰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장은 프랑스에서 건축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아르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를 제패하고 싶어 했어요. 영어를 할 줄 아는 누군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가 필요했던 거죠.”
 
이때의 경험이 그의 경영 스타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창의력과 무모함, 고객 관리라는 가치였다. “집이란 사람들이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거잖아요. 집 한 채가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삶을 지향하는가라는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니 까요. 이 점에서는 럭셔리와 정말 흡사하죠.”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시장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려면 전통과 함께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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