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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로마제국 소프트파워 핵심은 ‘시민권’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
메리 비어드 지음
김지혜 옮김, 다른
720쪽, 3만3000원
 
‘낭만적, 로맨틱’의 어원을 풀다보면 우여곡절 끝에 로마가 나온다. ‘로마스러움’을 해부하는 역사서는 일상 탈출에 필요한 영감·쾌감·열기를 준다. 나폴레옹(1769~1821)은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의 『로마제국 쇠망사』(6권)를 읽으며 꿈을 구상했다. 부분적으로는 기번의 로마사 기술에 대한 불만으로 탄생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5권)는 글로벌 한국과 만났다.
 
‘출간 즉시 고전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 받는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또한 우리를 자극한다. 로마사 중 1000여 년을 다뤘다. 로마가 건국된 기원전 753년에서 기원후 212년까지다. 부랑자·난민 집단의 피난처에 불과했던 로마라는 작은 촌락이 왜, 어떻게 글로벌 제국으로 성장했는지 수수께끼 풀기에 도전했다.
 
기원전 3~4세기에 이탈리아 반도 대부분을 정복한 로마는 기원후 337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개종으로 국교가 바뀐다. 서고트인들의 410년 로마 침공·함락으로 서로마제국의 침몰이 가시화됐다. 로마사 책을 내는 사가들은 337년이나 410년을 마무리 시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저자는 212년을 선택했다. 왜일까.
 
212년은 카라칼라 황제가 ‘스코틀랜드에서 시리아까지’ 로마제국에 사는 모든 자유민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해다. 3000만 명의 속주민들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로마 시민이 돼 있었다. 로마의 지리적 후예인 서부유럽이나 정신적 후예인 미국이나 최대 문제는 이민자·시민권이다. 왜 212년을 선택했는지 읽힌다.
기원전 63년 원로원에서 연설하는 키케로. 체자레 마카리의 그림(1888년)이다. ‘언변 좋은 남자’를 향한 로마 엘리트의 열망을 잘 포착했다. [사진 다른]

기원전 63년 원로원에서 연설하는 키케로. 체자레 마카리의 그림(1888년)이다. ‘언변 좋은 남자’를 향한 로마 엘리트의 열망을 잘 포착했다. [사진 다른]

 
책에 카이사르·하니발·네로·클레오파트라·키케로와 같은 인물들을 화려하게 등장시키는 저자는 영국에서 TV에 자주 나오는 ‘셀럽’이다. ‘퍼포먼스 시인’인 메건 비치는 2013년 『나는 자라서 메리 비어드가 되고 싶다』라는 제목의 시집을 냈다. 저자 메리 비어드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고전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13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책의 원제는 『SPQR: A History of Ancient Rome(SPQR-고대 로마사)』이다. ‘SPQR(Senatus Populusque Romanus, the senate and people of Rome)’은 ‘로마의 원로원과 인민’, 즉 ‘고대 로마 공화정 정부’를 뜻한다.
 
전문가급 독자도 건질 게 많다. 잘못된 지식도 고쳐준다. 예컨대 칼리굴라 황제가 만찬 때마다 벌였다는 난교 파티는 오역에서 유래했다. ‘카이사르는 제왕절개로 태어나지 않았다’ ‘클레오파트라는 독사에 물려 죽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양념 지식도 곳곳에 등장한다.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는 로마 사람들 스스로 물었던 질문이다. ‘운명이었다’ ‘신들의 가호가 있었다’가 답으로 제시됐다. 비르투스(virtus), 즉 강인한 성격과 ‘남자다움’을 지목하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순전히 ‘운빨’과 임기응변(臨機應變)도 작용했다. 또한 로마는 이중성의 화신이었다. 로마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결합이었다. 기원전 4세기 말 로마는 50만 병력을 자랑하는 군사 강국이었다. 피정복민은 “그들 로마인들은 폐허를 만들고 폐허를 평화라 부른다”고 푸념했다. 기원전 2세기에는 매년 8000명의 노예가 새로 생겼다.
 
동시에 로마는 외국인 범죄자·도망자들마저도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거대한 기회의 블랙홀이기도 했다. 소프트파워의 핵심은 시민권이었다. 로마는 당대 경쟁국들과 달리 외국인들에게 지극히 개방적이었다. 로마식 다문화주의는 제국에 성공을 안겨줬다. 시민권을 미끼로 피정복인을 ‘내 편’으로 만들었다.
 
[S BOX] 미국·로마 진짜 닮았나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는 20~21세기 ‘미국 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에게 모델은 아테네가 아니라 로마였다. 그들은 로마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했다. 특히 미국 정치제도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은 로마가 원조였다.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타인’은 로마다. 독수리가 로마, 미국 공통의 국가 상징물이다. 미국은 로마처럼 되고 싶어했다. 성공했다. 로마처럼 언젠가 망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미국이 로마처럼 망한다는 사람은 정치적 부패, 중산층의 붕괴, 양극화 등을 양 제국의 공통점으로 열거한다. 미국-로마 비교는 실익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기술 선도력, 기업가정신 등을 예로 든다.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미국에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로마와 다르다”고 단언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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