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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책, 별별 저자] OJ 심슨 사건 재판에 통계 활용 “수학은 사물을 표현하는 언어다”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오구리 히로시 지음
서혜숙·고선윤 옮김
바다출판사
340쪽, 1만6500원
 
틀려도 좋지 않은가
모리 츠요시 지음
박재현 옮김, 샘터
224쪽, 1만원
 
수학적 사고의 재미를 알게해주는 수학자들의 책들이다. 읽고 나면 수학이 ‘어려운 시험 과목’ 수준의 하찮은 굴레에 갇혀있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만큼 수학의 세계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인 저자가 자신의 딸을 위해 쓴 책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수학은 언어”다. 영어나 일본어 등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사물에 대한 정확한 표현을 위해 만든 언어다. “그래서 수학을 알면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수학이란 언어를 활용해볼 사례는 1994년 아내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은 OJ 심슨 사건이다. 검찰은 심슨이 오랫동안 아내에게 폭력을 가한 증거를 제출하고, 가정 내 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했다. 하지만 심슨의 변호인은 부인을 폭행하는 남편 중 부인을 실제로 죽이는 사람은 2500명 중 한 명, 즉 0.04%밖에 되지 않는다는 범죄통계를 인용해 가정 폭력의 증거는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궤변이다. 반박을 하려면 수학이 필요하다. 계산은 이렇게 했다. 우선 미국의 기혼여성이 남편 이외의 사람에게 살해되는 확률이 2만명 중 한 명이라는 통계를 활용했다. 그렇다면 가정 폭력을 겪는 여성 10만명 중 다섯 명은 가정 폭력과 상관없이 살해된다. 그리고 이 중 0.04%에 해당하는 40명은 남편에게 살해된다. 즉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는 부인 10만명 중 45명이 살해되고, 그 중 40명은 남편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러니까 가정 내 폭력이 있는 상황에서 부인이 살해당했다면 그 범인이 남편일 확률은 45분의 40, 무려 89%란 것이다!
 
이토록 명확한 수학의 매력은 복리효과가 가장 큰 예금방법을 찾고, 지구의 크기를 측정할 때 등의 상황에서도 발휘된다. 저자는 “수학과 민주주의 둘 다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했다”면서 “위에서 강요하는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머리로 자유롭게 판단하는 수학의 자세는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기능하는 데도 필요하다”고까지 주장한다.
 
『틀려도 좋지 않은가』는 ‘교토대 명물 교수’로 통했던 수학자의 에세이다. 저자는 입시 부담으로 잔뜩 긴장한 채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지그재그 인생론’을 제시한다. “쓸데없는 일에 더 많이 한눈팔고 불편한 길로 돌아가면 삶이 한층 다채로워진다”는 얘기다. 수학 공부에 대해서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절반쯤 재미로 해보라”고 조언한다. “이해하기 시작하면 술술 알게 될 것”이라는 그의 장담이 수학에 대한 공포감을 저멀리 날려버릴 것같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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