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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유명 레스토랑에 여성 셰프가 왜 적을까

여성 셰프 분투기
데버러 A. 해리스·
패티 주프리 지음
김하현 옮김, 현실문화
392쪽, 1만6500원
 
 
왜 유명한 레스토랑의 셰프는 전부 남자일까. 오래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2명이 의기투합했다. 2004~2009년 발행된 뉴욕타임스와 고메 등 4개 매체에 실린 셰프 관련 기사 2206건을 분석해 여성이 언급된 비중은 약 10%(230건)에 불과하단 사실을 찾아냈다. 이는 미 상위 15개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 중 여성 비율(6.3%)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 셰프 33인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더해진 경험담은 자못 눈물겹다. 부엌에서 여자들은 메인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 불은 누구에게나 뜨겁고 팬은 모두에게 무겁지만 ‘여자’여서 못 견딜 거라 짐작하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감정을 보이는 행위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곳은 신성한 ‘오피셰 드 퀴진(officier de cuisine)’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전장이니까.
 
부르디외의 장 이론을 적용하면 여성 침입자에 대한 배척은 철저히 게임 플레이어들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이다. 주방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공간으로 여겨왔고,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셰프들은 이 일이 보다 남성적이고 특별한 일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한번 여성적인 일로 낙인이 찍히면 평가 절하에 소득도 줄어드니 ‘밥그릇 싸움’인 셈이다.
 
불행 중 다행은 세상이 장벽을 공고히 할수록 그것을 부수려는 시도도 확산된다는 사실이다. ‘나쁜 년’이나 ‘엄마’가 되지 않고 그냥 셰프로 있어도 될 날이 머지않았단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눈물을 삼키며 샐러드를 만드는 그대도, 오늘도 여전한 금녀의 구역에서 고군분투하는 당신도, 우리 모두 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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