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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미·중 패권 다툼에 줄타기 하는 한국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존 미어셰이머 지음
이춘근 옮김, 김앤김북스
663쪽, 2만5000원
 
외교의 길
한승주 지음, 올림
416쪽, 2만8000원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뒤 지구촌에 강력한 낙관주의 바이러스가 퍼졌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강대국들 사이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 믿었고 평화와 상생의 세상을 꿈꿨다. 바로 그때 그런 낙관주의는 순진한 발상이며 “세계는 여전히 위험한 곳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통찰로서 집필을 시작한 이가 존 미어셰이머 시카고대 교수다. 10년만인 2001년 나온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 따르면 21세기 역시 폭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강대국들이 궁극적으로 “생존의 가장 완벽한 방법인 패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후 역사의 흐름을 보면 그의 ‘현실주의’ 이론이 맞았음이 입증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았지만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냉전 이후 미국은 두 차례의 이라크 전쟁을 비롯, 모두 6개의 전쟁을 치렀다.
 
지금까지 미국의 상대는 모두 약소국이었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미국이 걸은 길을 따르게 될 것이다. 미국이 서반구를 지배한 것처럼 아시아를 지배하려 들 것이란 얘기다.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이 되는 걸 막으려 할 테고 전쟁까지 갈 수 있는 고도의 안보경쟁이 야기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조용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것이 미어셰이머 교수가 중국의 부상을 다룬 10장을 새로 써 개정판을 낸 이유다. 사드 배치 보복 등 중국의 행태를 생각할 때 절절하게 와 닿는다. 한국어 개정판 서문을 부탁하는 역자에게 미어셰이머 교수가 “10장 자체가 한국 독자들에게 주는 서문”이라고 했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이 국제정치의 이론이라면, 외교현장에서 국제정치의 현실을 기록한 책이 한승주 전 외무장관의 『외교의 길』이다. 특히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속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한국 외교의 어려움이 오롯이 묻어난다.
 
한 전 장관이 꼽는 한국 외교의 위기 역시 다섯 가지 중 셋이 미국 중심주의와 중국 대국주의,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속 한국이다. 나머지 둘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북핵이며, 그런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우리가 갖지 못한 세가지 요소가 나머지 하나다. 리더십과 전략, 국민적 합의 말이다. 이념적 성향이 정반대인 김영삼·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각각 외무장관과 주미대사를 지낸 한 전 장관의 말은 미어셰이머 교수의 조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으며 한국인 모두가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두 책을 함께 읽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S BOX] 한승주 전 외무, 공항 금속탐지기 통과할 때 경보 울리는 이유
『외교의 길』에 실린 일화 한 토막. 한승주 전 외무장관은 요즘도 공항에서 금속탐지기를 통과할 때면 경보가 울린다. 오른쪽 엉덩이에 박힌 총알만한 파편 때문이다. 1950년 9월 27일 인천에 상륙한 미군이 서울 창신동 일대를 포격할 때 당한 일이다. 아버지 등에 업혀 의정부 쪽으로 피난하다 창동 근처에 주둔 중이던 북한군과 마주쳤다. 피를 흘리는 열 살짜리 꼬마를 본 한 인민군이 명주천을 꺼내 지혈을 시켜줬다. 전쟁 중이라 서울 탈환 이후에도 파편을 제거하지 못한 채 상처가 아물었다. 외무장관 시절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더니, 전쟁 속에서 이념을 초월한 인도주의를 주제로 크게 기사화됐다. 그러자 “대한민국 장관이 인민군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는 보수인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 전 장관은 같은 민족끼리 배려하고 고마워하는 감정도 사사로이 밝힐 수 없던 현실이 못내 서글펐다고 한다.
 
이훈범 논설위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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