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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거부한 이유

북한은 지난 5일 한국의 대북 인도지원 단체의 방북을 왜 거부했을까?
 
북한은 유엔의 새로운 대북제재(2356호)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그 이유로 꼽았다. 아울러 민간교류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먼저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북한의 주장은 과거처럼 의례적이고 상투적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대화국면을 앞두고 기싸움을 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의 속내는 다르다. 북한은 인도적 지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졌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재미교포 김모씨는 “북한은 김정일 시대와 달리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 기분 나빠하는 경향이 생겼다. 유엔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사정이 나아진데다 자신들의 주장대로 핵보유국에 어울리지 않게 얻어먹는 불쌍한 국가로 비쳐지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문 중국 옌볜대학 경제관리학원 동북아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북한 경제학자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북한 경제성장률을 7~9%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학자들이 조금 과장되게 표현할 수 있지만 북한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중국 주간지 Life Weekly(三聯生活週刊)은 지난 5월호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가 강화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상품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은 놀라운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Life Weekly는 북한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장마당’과 ‘돈주’를 꼽았다. 장마당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돈주는 1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주민들로 최대 20만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대북 농업협력물자를 실은 에이스경암 차량들이 2014년 9월 30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를 지나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에이스침대 산하 대북지원 민간단체 에이스경암은 남북간 최초로 내륙 육로왕복수송 방식을 이용해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농업협력물자를 지원한다. [중앙포토]

대북 농업협력물자를 실은 에이스경암 차량들이 2014년 9월 30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를 지나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에이스침대 산하 대북지원 민간단체 에이스경암은 남북간 최초로 내륙 육로왕복수송 방식을 이용해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농업협력물자를 지원한다. [중앙포토]

북한은 이런 변화를 의식한 듯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를 구분하려고 한다. 최근 평양을 다녀 온 중국동포 김일환씨는 “북한 사람들이 김정일 얘기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는 김정은 시대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과거처럼 인도적 지원을 넙죽넙죽 받지 않으려고 하고 개발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씨는 “북한은 지금 관광과 투자에 관심이 많다”며 “유엔 대북제재를 훼손하지 범위내에서 투자를 원하며 그에 따른 정확한 이윤 분배를 통한 정상적인 거래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먹거리와 관련된 농축산 분야를 추천했다. 한국이 북한에 농축산 자재를 지원하고 그를 통한 생산물을 남북한이 합의한 비율로 나누자는 것이다. 김씨는 “북한이 이제는 ‘돈 맛’을 알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수준과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제주포럼 영상 기조연설에서 “남북이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는 대한민국이 만든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켜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는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활약했던 대화파들이 사망하거나 2선으로 물러났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로 넘어간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사람도 많이 바뀌었고 생각도 많이 변했다. 
 
지금 외교안보라인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활약했던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자칫 과거 자신들의 성공 사례에 빠질 수 있다. 현재의 남북 관계를 과거 방식으로 풀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백전백패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면도날처럼 분석해 그들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다. 상대를 얕잡아 보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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