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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시름 민속씨름, 뒤집기 ‘기술’ 들어갑니다

[사진 대한씨름협회]

[사진 대한씨름협회]

1983년 10월 서울 장충체육관. 프로를 표방한 민속씨름 원년을 맞아 7000여명의 관중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당시만 해도 씨름은 장충체육관 최다 관중 기록을 날마다 새로 썼다. 그해 민속씨름 총 관중은 13만명을 넘었다. 이만기(54)·이준희(60)·이봉걸(60) 등의 대형 스타가 탄생했고, 박진감 넘치는 기술 씨름이 득세하면서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했다.
 

80년대 국민스포츠 르네상스 꿈
90년대 이후 기술 아닌 덩치 대결
협회는 선거 불복 등 장외 샅바싸움
스타 없는 모래판, 팬들 외면 받아
제2의 이만기, 강호동 나올 수 있게
협회, 룰 바꾸고 씨름리그도 구상
전문가 “인기 유지 스모 참고할 만”

2017년 5월 충북 보은의 국민체육센터. 단오장사씨름대회가 열린 체육관에는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체육관을 찾은 1000여명도 대부분 동원된 학생이나 노인 관중이었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씨름이 위기다. 이 땅에서 씨름이 시작된 것은 단군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씨름과 일본의 스모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1980년대 호황기를 누렸던 씨름은 90년대 야구와 축구 등 프로스포츠가 자리를 잡는 사이 씨름은 오히려 퇴보를 거듭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90년대부터 몸무게 200㎏, 키 2m가 넘는 거구의 선수들이 잇달아 등장해 씨름판을 장악했다. 기술 씨름의 묘미가 사라졌고, 월등한 신체로 밀어붙이는 단순한 씨름이 판을 쳤다.
 
그러다 90년대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씨름은 직격탄을 맞았다. 8개나 되던 프로팀들은 줄줄이 해체했고, 3개팀만 명맥을 겨우 유지했다. 강호동(47)-이태현(41)을 이을 스타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백두장사를 스무 차례나 차지한 이태현은 2007년 이종격투기(K-1) 무대에 진출했다. 이태현이 이종격투기 데뷔 전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분 만에 KO 당한 모습은 몰락한 씨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씨름인들은 씨름의 르네상스가 다시 찾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2012년 씨름진흥법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음력 5월 5일인 단오는 ‘씨름의 날’로 지정됐다. 당시 씨름인들은 ‘씨름의 부활’을 자신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그동안 모래판에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씨름인들은 편을 가르고 싸우는데 열을 올렸다. 2015년 6월 대한씨름협회 선거 결과에 불복한 한 씨름인은 분신 소동을 벌였다. 집행부의 비리·횡령 사건이 줄을 이었다. 그해 11월 대한체육회는 대한씨름협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며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았던 지원금도 끊겼다.
 
2000년대 신창건설 씨름단 단장을 맡았던 정인길 씨름발전기획단장은 “협회 집행부와 임원들의 잇속만 채우는 상황이었다. 장기적인 계획은 고사하고 씨름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감사를 통해 관련자가 적발된 이후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씨름협회는 지난해 3월에서야 체육회 관리단체에서 해제됐다. 최근 통합씨름협회가 출범하고 박팔용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일단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신명수 KBSN스포츠 씨름 해설위원은 “씨름인들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했다. 씨름이 외래 종목이었다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씨름계의 골 깊은 갈등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정인길 단장은 “전임 집행부가 현 집행부를 고소해 재판 중인 건만 7개나 된다”고 밝혔다.
 
이태현 용인대 격기지도학과 교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씨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직은 희망이 있다. 씨름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내년 출범을 목표로 민속씨름리그를 구상 중이다.
 
박진감 넘치는 씨름을 위해 백두장사 한계 체중을 145㎏까지 줄였다. 내년엔 140㎏까지 낮출 계획이다. 신명수 위원은 “120㎏까지는 낮아져야 기술 씨름이 부활할 수 있다 ”라고 했다. 이준희 씨름협회 경기운영 본부장은 “정부도 민속놀이에서 비롯된 씨름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스모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된다”고 밝혔다. 문체부에서는 지난해 42억원의 예산을 집행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지원한다. 씨름은 올해 문화재청 국가무형문화재(제131호)로 지정됐다.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씨름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 대회를 개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거 ‘씨름의 메카’라 불리던 장충체육관을 잊지 못하는 올드팬들도 많다. 스모의 경우 도쿄에서 3차례 경기를 치르는 것 외에도 나고야·오사카·후쿠오카 등 지방 대도시에서 잇따라 열린다. 신명수 위원은 “씨름인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했다.
 
김원 기자 kim.w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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