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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경제학자는 4차산업혁명을 말하지 않는다

신관호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고 현 정부에서도 중요 추진 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통상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표되는 기술혁신과 함께 시작되었다. 공장에서 기계와 노동자의 분업에 따른 생산이 시작되는 등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학자들이 1차 산업혁명에 주목하는 결정적 이유는 이를 계기로 경제성장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차 산업혁명 이전의 인류역사는 1만여년을 넘어서지만 그동안의 경제성장률은 연간 0%에 가까웠다. 경제성장은 1차 산업혁명 이후에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차 산업혁명은 1860년에서 1900년 사이 전기, 내연기관, 석유화학 제품, 전화 등 많은 발명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나 계속된 연구를 통해 역사학자들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한동안 이런 발명품들이 생산성에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UCLA 교수인 앳키슨 등에 의하면 미국 제조업은 19세기 말 30년 동안 1.6%로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세기 들어와서야 성장률은 2.6%로 높아졌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30년 동안 3.3%의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신기술의 발명이 집중되었던 때로부터 거의 70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뒤늦게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기술발명이 경제 전체에 파급되어 영향을 미치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의 기술이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기존 기술에 익숙해 있는 기득권이 저항하게 되면 생산성은 심지어 낮아지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2차 산업혁명 초기 많은 발명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바로 상승하지 못한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한다.
 
그 후에도 매우 많은 발명들이 있었지만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한 근본적인 발명은 찾기가 어렵다.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흔히 드는 예는 비행기나 자동차이다. 이 기계의 모습이나 속도는 50년 전에 비해 그리 변하지 않았다. 달탐험을 한 것도 거의 50년 전의 일이다. 그 후 인류는 달 이외의 행성을 여행한 적이 없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컴퓨터의 도입으로 시작된 정보통신 기술 발전은 3차 산업혁명으로 여길 만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는 경제학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인터넷 기술 등으로 이어지며 경제를 또 다시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의 성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경제성장론의 대가인 MIT의 솔로우교수는 기업전반에 컴퓨터 기술이 이용되고 있지만 생산성증가의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1970년대부터 1990년대초까지 생산성 증가율은 그전에 비해 1% 가량 하락하였다.
 
마침내 1990년대말과 2000년대초에 생산성증가율이 반짝 높아지자 많은 사람들은 드디어 정보통신기술의 성과가 꽃피기 시작한다고 생각하였다. 2차 산업혁명의 기술발명이 본격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데 70년이 걸렸듯이 정보통신기술도 20~30년의 시차를 두고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기대는 테크버블의 붕괴와 함께 무너졌고,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생산성의 증가율은 전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버드대 서머스교수는 세계경제가 영속적인 불황으로 진입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배경하에서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것은 경제학자 입장에서 생경한 일이다. 3차 산업혁명도 아직 실체가 불분명한데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아무리 잘 봐줘도 미완성의 3차혁명이 다시 살아날 조짐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많은 경제학자는 생산성의 급속한 증가 가능성보다 오히려 최근 노동시장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로봇으로 대표되는 자동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는 등 이상조짐이 목격되고 있다. 과거 1-2차 산업혁명은 생산성의 향상과 더불어 노동자들의 소득수준을 함께 신장시킨 반면 최근 기술발전은 노동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이러한 추세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과도한 기대보다는 기술발전의 양상이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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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