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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미모, 이렇게 만들어진다

아이돌은 춤과 노래 등 실력 만큼이나 외모를 겸비할 것을 항상 요구받는다. 사진은 걸그룹 AOA. [사진 FNC 엔터테인먼트]

아이돌은 춤과 노래 등 실력 만큼이나 외모를 겸비할 것을 항상 요구받는다. 사진은 걸그룹 AOA. [사진 FNC 엔터테인먼트]

“데뷔 초 매일 몸무게를 재는 탓에 없던 식탐이 생겼다. ”  
지난 5월 22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JTBC)’에 등장한 걸그룹 시스타 효린의 고백이다. 걸그룹 다이아 멤버 정채연은 자신의 스케줄 달력에 ‘사장님 몸무게 체크’라는 일정이 적혀 있는 걸 방송에서 공개한 적도 있다. 가수 아이유는 고구마 두 개와 단백질 셰이크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고, 미쓰에이 멤버이자 배우인 수지는 닭 가슴살과 약간의 고구마 현미밥으로만 구성한 단출한 식사를 한다. 시스타 소유는 저녁으로 김밥 세 개(세 줄 아니다)를 먹는다. 이 ‘아이돌 식단’은 어마어마하게 적은 식사량 때문에 ‘죽음어트(죽음+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까지 회자된다. 지금 새삼스럽게 아이돌의 ‘다이어트 잔혹사’를 말하는 건 다이어트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 정도로 혹독한 다이어트도 아이돌 미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 말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안다. 그저 굶는다고 절대로 아이돌 미모가 되지 않는다는 걸.

다이어트는 기본
표정 근육 트레이닝부터 골(骨) 마사지까지
전기 자극 운동으로 어깨만 펴줘도 근사해지는 ‘남돌’

 
데뷔초 혹독한 식이 조절 경험으로 식탐이 생겼다고 고백한 시스타 효린. [사진 일간스포츠]

데뷔초 혹독한 식이 조절 경험으로 식탐이 생겼다고 고백한 시스타 효린. [사진 일간스포츠]

성형 말고 외모 만들기
“솔직히 50%는 타고나는 거죠.” 
익명을 요청한 한 연예 기획사 신인 개발팀장은 아이돌 미모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원석이 얼마나 훌륭한지도 어떻게 다듬느냐 못지않게 다른 결과를 내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타고나야 한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달라진 것도 있다. 과거에는 ‘죽음어트’처럼 아이돌 개개인의 노력에 달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기획사 디렉팅이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아이돌 브랜드 평판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위(<span style="""""""letter-spacing:"""""" -0.245px;"="""""""""""">2017년 5월 기준)</span>를 차지한 트와이스. [사진 일간스포츠]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아이돌 브랜드 평판 빅데이터 분석 결과 1위(2017년 5월 기준)를 차지한 트와이스. [사진 일간스포츠]

아이돌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몸매와 얼굴을 만드는 비주얼 디렉팅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패션과 스타일링도 중요하지만,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역시 옷걸이가 좋아야 패션도 빛을 본다. 이를 위해 다듬는 과정에는 사소하게는 식이 조절부터, 운동 처방, 시술과 성형, 마사지, 자세 교정, 치아 교정 등 방대한 분야가 포함된다. 보통은 아이돌 그룹 한 팀당 스타일리스트를 필두로 운동 트레이너가 붙어 전문가 팀이 꾸려진다. 식이 조절 등 생활 습관 교정은 가장 가까이 있는 매니저가 맡는다. 필요하면 피부 관리 시술 등의 기타 스케줄이 추가된다.  
최근 완벽한 몸매로 주목받고 있는 에이핑크의 손나은. [사진 손나은 인스타그램]

최근 완벽한 몸매로 주목받고 있는 에이핑크의 손나은. [사진 손나은 인스타그램]

워낙 비주얼 디렉팅이 중요해지다보니 최근에는 아예 ‘뷰티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이 전부를 아우르고 조율하는 전문가까지 등장했다. 아이돌 개개인의 체형 분석을 시작으로 미모를 만드는데 단점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교정하고 다듬는다. 
안미선 컨설턴트가 그중 한 사람이다. 내로라하는 대형 기획사 연습생부터, 현직 아이돌 그룹, 개인적으로 연락해오는 배우까지 많은 별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현재는 한 대형 기획사 전담으로 데뷔 조 연습생부터 몇몇 신인 팀 뷰티 디렉팅을 맡고 있다. 안 컨설턴트는 “예전엔 데뷔 날짜 잡히면 그때까지 스스로 알아서 굶는 방식의 다이어트가 거의 전부였다면 요즘에는 아티스트가 춤이나 노래 등 퍼포먼스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외적인 것은 회사에서 케어 하려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기획사는 일단 연습생으로 발탁하면 뷰티 맵(beauty map)부터 그린다. 외모 개선을 위해 현재 상태를 체크하고 개선 방향 등을 담은 일종의 계획서다. 혈액검사와 유기산 대사 균형 검사 등을 통해 체내 미네랄 결핍과 과잉, 대사 과정 등을 체크한다. 음식 알레르기 검사도 빠뜨리지 않는다. 식이조절을 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아이돌 그룹 S멤버는 검사를 통해 탄수화물 대사가 좋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는 밀가루 음식을 제한했더니 붓기가 빠지면서 다이어트 효과가 극대화했다고 한다. 몸 상태를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굶는 다이어트는 그렇지 않아도 활동량이 많은 아이돌의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자제하는 편이다. 대부분 다이어트 도시락을 시켜 먹는 방식으로 음식을 조절한다. 
 
왜 자꾸 예뻐지냐고 묻는다면
아이돌 미모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살도, 얼굴도 아니다. 바로 자세다. 대형 기획사 S는 여자 연습생에겐 무조건 발레를 시키는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발레 동작이 몸 선을 예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같은 춤을 춰도 동작이 우아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자 아이돌 자세 교정의 핵심은 어깨다. 안으로 둥글게 말린 ‘라운드 숄더’만 제대로 펴줘도 실루엣이 단번에 근사해진다. 어깨를 펴기 위해 최신 운동 요법을 처방하기도 한다. 전기 자극 조끼를 입고 근육을 단련하는 EMS, EMA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 유명 피트니스 센터엔 갖추고 있는 기구다. 
전기 자극 운동인 EMS(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운동 장면. 전기 신호로 운동 근육을 자극하고 활성화시킨다. [사진 이엠에스 스튜디오] 

전기 자극 운동인 EMS(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운동 장면. 전기 신호로 운동 근육을 자극하고 활성화시킨다. [사진 이엠에스 스튜디오] 

얼굴에서는 치아 교정이 가장 중요하다. 치아를 비롯한 하관 모양이 얼굴 전체 인상을 정돈되어 보이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Y는 연습생으로 발탁하면 가장 먼저 치아 교정부터 시킨다. 
분명 성형은 아닌데 티 안 나게 예뻐졌다면? 매번 TV에 나올 때 마다 ‘리즈 시절(지나간 옛 전성기)’를 경신하는 아이돌의 미모 비결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형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알고 보면 성형이 아니라 관리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한때 혈 자리를 자극해 순환을 좋게 하는 경락 마사지가 유행했지만 요즘에는 근육과 골격에 직접 관여하는 카이로프락틱, 크라니오 같은 골격 마사지가 인기다.  
표정 연습도 한다. 얼굴이 평범해도 표정이 풍부하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눈가와 입가의 표정 근육을 훈련하면 감정 표현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그래서 표정 근육 훈련 프로그램도 따로 있다.  
2016년 8월 거식증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오마이걸의 진이. [사진 오마이걸 공식 인스타그램]

2016년 8월 거식증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오마이걸의 진이. [사진 오마이걸 공식 인스타그램]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실제로 하려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획사여야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형 기획사는 연습생 한 명에게 1년에 3000만~4000만원의 비주얼 디렉팅 비용을 쓴다고 한다. 이 정도 투자하는 기획사는 손에 꼽는다. 보통은 멤버 개개인이 알아서 조절을 하고, 데뷔 날짜가 정해지면 막판에 가서야 잠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실패 사례도 많다. 무작정 굶는 게 전부라고 잘못 생각해 무리하게 식이조절을 하다가 거식증을 겪는 등 정신적 문제를 겪는 아이돌도 많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멤버 진이는 2016년 8월 거식증을 이유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바 있다. 
 
미모만큼 건강이 중요해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2017년 2월 "플라잉 요가를 시작했다"며 인증샷을 올렸다. [사진 블랙핑크 공식 인스타그램]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2017년 2월 "플라잉 요가를 시작했다"며 인증샷을 올렸다. [사진 블랙핑크 공식 인스타그램]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돌을 위한 비주얼 디렉팅이 단지 아름다워지는 것에만 목표를 두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건강도 동시에 챙긴다는 얘기다. 아이돌은 극한직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다. 걸그룹 구구단의 멤버 세정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데뷔 초 4일 통틀어 딱 1시간만 잔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성기를 구가하는 아이돌그룹이라면 일주일에 해외 일정이 두 개 이상 잡혀있는 것은 예사, 무박으로 동남아 국가를 다녀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멤버 수가 많은 그룹의 경우 대기 시간을 고려해 아침 스케줄일 경우 새벽 두시에 미용실에 들러 헤어 메이크업을 받는 등 몸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는 일정을 소화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고구마 한 개, 닭 가슴살 약간으로 버틴다?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도 쓰러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관계자와 팬 모두 아이돌의 건강을 챙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라면을 먹으려는 한 아이돌을 매니저가 저지하자 ‘왜 라면도 못 먹게 하냐’는 팬들의 성화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에는 아이돌의 사생활이 24시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출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아이돌의 비주얼을 관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인 한계 뿐 아니라 점점 업계 내에서도 비상식적인 관리는 자제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안 컨설턴트는 “20대 초반의 한창 나이인데도 많은 아이돌들의 건강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며 “불규칙한 생활과 만연한 스트레스, 좋지 않은 식습관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도 알고 보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름다움은 건강에서 나온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트렌드 속에서 비주얼 디렉팅마저 극한직업이 돼가는 이유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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