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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한화 팬은 다 알아요 ‘특별한 사인’ 135개

지난 3일 ‘농인의 날’을 맞아 한화 이글스는 청각장애인 300명을 대전구장에 초청했다. 1만 3000여명의 관중은 이날 함성 대신 수어(수화)로 응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 한화 이글스]

지난 3일 ‘농인의 날’을 맞아 한화 이글스는 청각장애인 300명을 대전구장에 초청했다. 1만 3000여명의 관중은 이날 함성 대신 수어(수화)로 응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 한화 이글스]

지난 3일 한화-SK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성민국(9)군이 그라운드로 걸어나왔다. 야구공을 쥔 아들에게 아빠 성백철(39)씨가 ‘손으로’ 말했다.
 
“민국아, 포수를 향해 직구를 던져봐.”
 
“꼭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어요. 잘 봐주세요.”
 
민국이는 한껏 와인드업 한 뒤 공을 던졌다. 아들의 꿈, 아빠의 희망, 가족의 연대감을 담은 공이 힘차게 날아갔다. 아빠와 아들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인(聾人·청각 장애인)이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수어(手語)가 유일하다. 두 사람은 ‘포수’, ‘직구’, ‘스트라이크’ 등의 야구용어를 수어로 주고 받았다.
 
대한농인야구협회 박영진 전무는 “민국이는 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농인 사회인야구단(대전 데프 이글스) 선수로 뛰는 아빠를 정말 자랑스러워 한다. 야구 수어가 만들어진 덕분에 아빠와 아들이 야구 얘기를 하면서 좋아한다”고 전했다.
 
다른 장애인에 비해 농인들은 체육활동 참여율이 상당히 높다. 야구는 플레이 하는 선수들 간의 거리가 멀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말보다는 사인(수어)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그래서 야구를 직접 하는 농인들이 많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국 25만 농인 가운데 약 180명이 12개 농인 야구팀에서 활동 중이다.
 
국립국어원에 등록된 수어 2만4792개 중 야구 용어는 홈런·세이프·아웃 등 3개 뿐이다. 나머지 용어들은 팀이나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표준화 된 야구 수어가 없어 직접 야구를 하기는커녕 보고 즐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한화 이글스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야구 수어의 정리 및 통일 작업을 시작했다. ‘세상에 없던 말(영문명 the biggest voice)’이라는 프로젝트에 수어 전문가와 농인 야구인들이 참여했다. 김신연 한화 이글스 대표이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함께 즐기도록 돕는 게 한화 이글스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없던 말’을 통해 농인들이 야구의 재미를 느끼고, 함께 소통하는 길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6개월 간 한화 이글스는 전문가들과 함께 중요도·사용빈도를 감안해 꼭 필요한 야구용어 135개를 추려 수어로 제작했다. (동영상)
 
한화 이글스는 ‘농인의 날’인 지난 3일 농인 300명을 홈구장에 초청했다. 이날은 애국가도, 한화 이글스가 자랑하는 8회 말 ‘육성 응원(앰프를 끄고 관중의 함성으로만 구성한 응원)’도 모두 수어로 진행됐다. 1만3000명 만원 관중이 손으로 내지르는, 조용하지만 뜨거운 함성이 그라운드를 뒤덮었다.
 
‘세상에 없던 말’은 이웃을 향해 내민 작은 손길이었다. 프로야구가,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되고 용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소외된 이웃과도 함께 하려고 한다는 것을 보여준 노력이었다.
 
‘세상에 없던 말’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공감펀딩 모금으로 제작한 수어사전을 전국의 농인 야구팀과 농인야구협회 등에 보낼 계획이다. 펀딩 시작 닷새 만인 5일까지 목표액(300만원)을 한참 넘겨 5000만원 가까이 모였다. 수많은 후원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민국이 같은 농인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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