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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빅데이터 산업 발전 막는 개인정보보호법 완화하자

4차 산업혁명 성공하려면
#1.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 혁신상 수상. 정보통신박람회(ITU) 텔레콤 월드 주제상…. 2010년 창업한 재활용 스마트 글러브 벤처기업 네오펙트가 최근 거둔 성과다. 스마트 글러브는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질환 환자들이 게임을 통해 재활훈련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의료기기다. 글러브에 각종 센서가 설치돼 있어 환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고 게임과 연결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다시 환자에게 적합한 훈련 게임을 제안할 수 있다. 또 환자의 다른 질병이나 보건 데이터와 결합해 최적화된 재활훈련을 제공할 수도 있다. 탁월한 제품 아이디어 덕분에 네오펙트의 스마트 글러브는 최근까지 세계 곳곳에 400대 이상 팔려나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재활용 스마트 글러브 사업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환자 개인의 의료 데이터조차도 수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데이터가 없으면 스마트 글러브도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회사 반호영(41)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갔다. 미국 역시 보건의료 데이터의 이용은 엄격하지만 데이터 이용 규정만 준수하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반 대표는 올해 미국에서 스마트 글러브와 빅데이터·AI를 활용한 맞춤 재활 서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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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시소프트는 전기차 충전소 안내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전기차 충전소는 아직 전국적으로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충전소 실시간 정보가 필수적이다. 충전이 급한 전기차가 지도를 보고 충전소를 찾더라도 누군가 다른 차량이 충전 중이라면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다. 해시소프트는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환경부가 가지고 있는 전국 전기충전소 정보를 이용해 앱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의 관련 데이터 업데이트 속도가 늦어 실시간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데다 전체 충전소 정보의 40%나 되는 민간 전기충전소 정보는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딥러닝(deep learning)이 로켓이라면 빅데이터는 연료다.” 중국 바이두의 인공지능연구소를 이끌던 세계적 AI 권위자인 앤드루 응이 한 말이다. 딥러닝과 같은 AI 알고리즘은 필수 기술이지만 학습할 빅데이터가 없다면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국가 자산이자 경쟁력인 셈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암흑기’를 걷던 AI가 21세기 들어 꽃핀 것도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다양한 빅데이터가 생겨나고 이를 분석할 컴퓨터의 성능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국제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4년 이후 2020년까지 세계 빅데이터 시장은 연평균 14%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데이터 OECD 80%, 한국 2%뿐
 
한국 사회도 AI·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 기술인 AI와 사물인터넷·로봇 등의 기술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의 ‘연료’가 될 빅데이터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전임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정부 3.0’이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모든 공공 데이터를 한데 모아 국민에게 맞춤형으로 선제적 서비스를 하고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대한 법률’을 개정해 보다 많은 공공 정보가 국민에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빅데이터의 척도인 한국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트래픽은 2% 미만으로, 80%가 넘는 여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과 달리 보안 논리에 갇혀 개방을 꺼리는 공공 데이터와 지나치게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법체계 자체가 허가된 것 외에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포지티브(positive)’ 시스템인 데다 그간 국가와 민간의 개인정보 오·남용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 분과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지나친 정보보호 규제를 풀고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원들은 개인정보의 유출과 오·남용은 제도와 기술로 얼마든지 풀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책임 분명할 땐 빅데이터 자유 활용 허용을
 
4차산업혁명 분과에 초대된 최대우 한국외국어대 통계학과 교수는 “한국은 개인정보의 식별 위험성을 정량적으로 논하기보다는 가설적인 최악의 상황만을 이야기하려 한다”며 “개인정보는 다양하고 기술적인 비식별화 조치를 통해 보호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얼마든지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의 정보 유출 사고는 데이터 분석이나 유통 과정보다는 해킹이나 기본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권헌영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정보에 대한 안전이 확보되고 책임 구조가 분명한 경우에는 빅데이터 활용을 자유롭게 허용해주는 제도를 먼저 정립하자”고 제언했다. 이명호 여시재 이사는 “공공·개인 정보를 악용하는 사람은 이에 합당한 일벌백계의 처벌을 하면 된다”며 “악용의 우려가 있다고 사회적 편익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JTBC의 시민 의견 수렴 사이트 ‘시민마이크(peoplemic.com)’에는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과 개인정보의 유출과 악용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했다. 아이디 안명******은 “개인정보 보호를 국가가 나서서 책임을 지기보다는 제대로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한 기업에 큰 책임을 무는 식이 돼야 한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 관련 사고들은 대부분 기업이 제대로 된 보안 체계를 마련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gori****는 “빅데이터는 언젠가는 소금물처럼 마실수록 갈증 나게 만드는 독이 될 것이다. 아마도 빅데이터에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정보가 이용당하는 것은 결코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비식별화
데이터 내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있는 경우 일부 또는 전부를 삭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치 .
 
최준호 기자, 이영민 인턴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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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