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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 다시 온다고 우리 형편이 나아질까?

돌아온단다.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 말이다. 여행사들은 다시 채비를 갖추고 있고, 유커 유치에 나서는 지자체도 있다. 호텔 로비에는 중국어 브로슈어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움츠렸던 관광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다.  
 
사드 보복의 가장 큰 피해는 역시 관광 분야였다. 서울, 제주 어디를 가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중국 관광객은 썰물인 듯 빠져나갔다. 정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 중국이라는 나라는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정부가 막으니 정말 물 샐 틈 없이 통제되는구나..

관광객을 잔뜩 실은 크루즈 선이 부두에 왔다가 정박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중국의 참모습을 알았다.  
 
한 국책 연구소는 관광객 실종으로 우리 관광업계가 받는 직접적인 피해액이 최대 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어떻게 측정했는지는 모르겠으되, 피해가 컸던 것만은 분명하다. 여행사 상무로 일하던 필자의 친구는 하루아침에 무급 휴가를 억지로 즐겨야 했고, 면세점 취업에 즐거워하던 지인의 딸은 '채용을 당분간 보류키로 했다'는 통지를 받고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단다. 명동의 불고깃집 식당 주인, 제주도 바오젠 거리의 화장품 가게...필자가 취재했던 많은 영세 업체들은 유커 실종 사태의 피해자였다.  
금한령 이후 명동 거리의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2016년 10월(좌), 2017년 3월(우) [사진 중앙포토]

금한령 이후 명동 거리의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2016년 10월(좌), 2017년 3월(우) [사진 중앙포토]

그런데 돌아온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자, 이쯤 해서 생각해보자. 그들이 돌아오면 우리 형편이 다시 나아질까? 우리는 돌아온 유커를 방긋 웃는 얼굴로 맞이할 수 있을까?  
 
사드 보복이 시작됐을 작년 여름쯤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 언론과 정책당국자들은 지금이야말로 다각화할 때라고 목소리 높였다. 지나진 중국 의존도 낮추기 위해 동남아 시장도 개발하고, 대만 관광객 끌어오기에도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참에 국내 관광 여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고, 업계도 시장 다각화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뭘 했는가? 다각화를 위해 정부가 한 일이 있었던가? 잠시 시늉만 하다가, 중국 관광객 다시 온다니까 다 잊어버리고 다시 고개를 빼들고 중국을 쳐다본다.
 
아, 그랬구나. 우리 관광업계는 결국 천수답 농사꾼과 다르지 않았구나...
 
필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비가 내려야 모내기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키우던 벼가 말라비틀어지는, 그런 천수답 말이다. 중국 관광객 오지 않으니 뒤로 나앉아 있다가 그들이 온다니 슬슬 일할 채비를 한다. 비 오지 않으면 농사 포기하고 방구석에 들어앉아 있다, 비 오면 다시 삽 들고 끄적끄적 나오는 천수답 농사꾼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중국 관광객 오지 않으니 뒤로 나앉아 있다가 그들이 온다니 슬슬 일할 채비를 한다. 비 오면 다시 삽 들고 끄적끄적 나오는 천수답 농사꾼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사진 차이나랩]

중국 관광객 오지 않으니 뒤로 나앉아 있다가 그들이 온다니 슬슬 일할 채비를 한다. 비 오면 다시 삽 들고 끄적끄적 나오는 천수답 농사꾼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사진 차이나랩]

천수답 농업에도 대책이 있고, 개선책을 마련한다. 댐을 만들고, 보를 쌓고, 물길을 튼다. 농업이 그럴진대, 현대 서비스업의 총아라는 관광업계의 천수답도 이젠 없애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행사들의 제살 깎기 식 경쟁은 한국 관광을 싸구려로 만들었다. 심지어 한 명당 십수만 원을 주고 유커를 사와 면세점을 끌고 다니기도 했다. 일부 엉터리 가이드들의 관광해설은 한국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을 우롱하고 있다. 가져온 물건들을 호텔에 버리고 가는 저 '쓰레기 유커'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어설픈 중국 관광객들만 보면 여지없이 바가지를 씌워대는 상인들도 문제다.  
 
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더 큰 문제도 있다. 서울-제주로 단순화되어있는 관광코스를 다양화해야 할 터다. 지자체 관광 프로그램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남해안의 천혜 관광단지는 잘 만 개발하면 중국 부자들의 최고 휴양지로 가꿀 수도 있다. 관광업무를 계속 문화체육관광부에 둬야 할지도 공론화가 필요하다. 관광청 설립으로 관광을 국가 중점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일본도 봐야 한다.
 
그런데 손 놓고 있다가, 유커가 온다니까 중국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니 중국은 '역시 이들은 보복을 가하면 굽히고 오는군'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한국은 말 안 들으면 관광으로 보복하면 되는 나라', 그들은 속으로 우리를 비웃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말 나온 김에 일본을 돌아보자. 일본 역시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다. 그러나 대응은 달랐다. 일본은 총리가 직접 나선다. 2016년 3월 아베가 주재한 회의 이름은 '내일의 일본을 뒷받침하는 관광 비전 구상 회의'다. 그 긴 제목에 일본이 관광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내국인의 소비로는 한계에 있다고 판단한 일본은 외국 관광객을 내수부양의 원천으로 여기고 있다. 그 회의를 정례화하고, 총리가 직접 참가하는 이유다. 도쿄, 교토,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 곳곳에는 면세점이 늘어가고 있다.
 
현재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0만 명. 이를 2020년 4000만 명, 2030년 6000만 명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숙박시설 확충, 면세 제도 개선, 관광객 개방 시설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는다. 그런 한편으로는 여행 중개업을 등록제로 전환해 악질 덤핑 경쟁을 막도록 조치하고 있다. 그러니 한국에 오던 유커들이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의 불타는 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

오사카의 불타는 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

그러나 우리 관광은 여전히 하늘만 쳐다보며 비 내릴 날만 기다린다. 국책연구소가 나서 15조 원 손해라고 친절하게 피해 규모를 계산해 준다. 그러니 중국도 기고만장, 관광 규제 푸는 것을 대단한 선심 쓰듯 하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이 사라져도 끄떡없는 관광산업을 키워야 한다. 그들이 다시 온다고 해도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업계 공정 경쟁이 이뤄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찾아온 관광객들이 편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되, 우리 풍속을 해치지 않도록 관리도 해야 한다. 중국 관광객이 밀려나간 지금이 기회다. 그들이 다시 몰려들면 못한다.  
 
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한다. 그래야 사드로 고생한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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