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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살해·암매장 했는데 3년형? 너무 가벼운 처벌 논란

‘목숨 값이 3년이라니’ ‘판사가 저런 식이면 곤란하다’.
 

2심 재판서 감형, 최저 형량 선고
폭행치사에 사체은닉죄 겹쳤지만
법원 “우발적 범행, 유족 선처 원해”
“이해 못할 판결” 온라인 항의 봇물
법조계도 “일반적 법 감정에 역행”
대법 “향후 양형기준 조정 때 반영”

동거녀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30대 남성에게 지난 1일 징역 3년형이 선고되자 이 판결에 항의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줄을 이었다. 딸을 성추행한 교사를 살해한 어머니에게 2일 법원이 징역 10년을 선고한 것과 비교되면서 비판의 강도도 세졌다.
 
이모(39)씨는 2012년 7월 주점 도우미로 일하던 동거녀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뒤 플라스틱 통에 사체를 넣고 시멘트를 뿌린 뒤 충북 음성군의 밭에다 파묻었다. 이씨의 범행은 ‘주점 도우미가 사라졌다’는 제보를 받고 추적을 시작한 경찰의 수사를 통해 4년여 만에 들통났다. 지난해 11월 이씨를 기소한 청주지검은 이씨에게 폭행치사죄와 사체은닉죄를 적용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지난 1월 청주지법 형사12부는 이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씨와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찰의 항소를 접수한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는 징역 2년을 감형해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징역 3년은 이씨에게 선고할 수 있는 최저 형량이었다. “소중한 생명이 침해되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한 범죄고, 사체은닉 범행까지 나아가 범행 후 정황에 대한 비난 가능성도 높다”는 재판부 자체의 평가와 맞지 않는 결론이었다. 재판부는 왜 최저 형량을 선택했을까.
 
법률적으로 이씨에게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은 징역 3~37년이다. 법정형이 각각 ‘3년 이상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징역’인 폭행치사죄와 사체은닉죄가 겹칠 때 가중된 형량의 최대치가 37년이고, 판사가 여러 감형 사정을 고려해 선고할 수 있는 최저 형량이 징역 3년이다.
 
1심 재판부가 가장 중요하게 본 건 이씨가 우발적으로 폭행했고 뉘우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건 당시 주점을 운영하던 이씨는 동거녀 A씨가 주점 손님에게 자신을 ‘아는 동생’이라고 말한 것에 화가 나 있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A씨가 “그 손님에게 가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자 격분해 누워 있는 A씨의 얼굴을 네 차례 때렸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재판부는 “이씨의 나이, 환경, 직업,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2심에서는 이씨와 A씨의 유족 사이에 합의가 이뤄져 A씨의 유족들이 재판부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점까지 고려됐다. 결국 1심의 선처와 추가된 감형 사유에 대한 2심의 적극적 평가가 최저 형량 선고로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법조계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판사 출신인 진종한 변호사는 “애초에 네 차례나 때려 숨지게 한 사람을 상해치사보다 더 경미한 범죄로 다뤄지는 폭행치사로 기소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폭행치사라고 하더라도 사체은닉 등으로 이어져 죄질이 나쁜 경우엔 중형을 선고하는 최근의 판결 경향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번 판결이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1·2심 판결이 양형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일반적인 법 감정을 거스르는 결론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형벌 가중 요인들을 적용한 폭행치사의 형량 기준을 ‘징역 3~5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폭력 범죄 엄단 방침에 따라 폭행치사·상해치사에 대한 일선 검찰의 구형량이 상향되는 추세지만 법원의 판결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형기준은 양형위원회가 해당 범죄의 처벌 필요성과 누적된 판례, 사회적 논의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폭행 사망 사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향후 양형 기준 조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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