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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환 신부가 일군 ‘임실치즈’ 50년 역사 되살린다

지정환 신부(왼쪽)가 모아온 임실치즈 관련 사진들을 심민 임실군수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 임실군]

지정환 신부(왼쪽)가 모아온 임실치즈 관련 사진들을 심민 임실군수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 임실군]

한 외국인 남성이 바가지를 이용해 우유 응고물(커드·curd)을 드럼통에 담고 있다. ‘한국 치즈의 아버지’라 불리는 벨기에 출신 지정환(86·본명 세스테벤스 디디에) 신부가 1978년 7월 전북 임실의 치즈공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체더치즈를 만드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임실군은 30일 “지정환 신부가 1964년 임실성당에 부임한 이후 최근까지 모아온 임실치즈 관련 사진들을 22일 임실군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지 신부가 앨범으로 엮은 사진들은 한국 치즈의 뿌리인 임실치즈의 53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60년대 임실읍내 모습부터 치즈 만드는 과정, 초기 치즈 모양, 치즈공장 짓는 모습 등 다양한 사진이 망라됐다. 지 신부는 “대한민국 치즈의 원조라는 브랜드는 그냥 얻은 게 아니고 임실 주민들과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공동체 정신과 협력으로 일군 것”이라고 말했다. 지 신부가 기증한 사진들은 임실군이 임실읍 성가리에 짓고 있는 ‘임실치즈역사문화공간’에서 전시된다. 임실군은 임실치즈 생산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0억4000만원을 들여 지 신부가 세운 치즈공장과 살던 집 등을 복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사업은 오는 7월 말 준공될 예정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지 신부의 발자취는 임실치즈역사문화공간의 핵심 콘텐트다.
 
지 신부는 1964년 산양 2마리를 가지고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산이 많고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해 가난이 대물림되는 임실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하지만 상하기 쉬운 산양유의 특성 때문에 지 신부는 3년여의 실패 끝에 1967년 치즈 개발에 성공했다.
 
1969년엔 이탈리아로 날아가 석 달간 치즈 제조 기술을 배워오기도 했다. 그는 1968년 카망베르치즈, 1970년 체더치즈 등을 생산하며 당시 국내 최대 호텔인 조선호텔에 치즈를 납품했다. 이를 계기로 판매망이 넓어지자 산양 대신 젖소를 도입하고 신용협동조합과 치즈공장을 통한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이익금은 조합원들에게 분배했다.
 
지 신부는 1981년 치즈사업이 자리를 잡자 주민들 스스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본인 자산을 전부 나눠주고 떠났다. 다리가 마비되는 다발성 신경경화증이 악화된 것도 17년 만에 임실을 떠난 이유다.
 
3년간 벨기에에서 치료를 받은 그는 1984년 귀국해 완주군 소양면에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활센터인 ‘무지개 가족’을 설립해 현재까지 봉사를 하고 있다. 지 신부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법무부로부터 한국 국적을 얻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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