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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경찰 오면 멀뚱멀뚱…" 보이스피싱 조직의 '주의사항'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콜센터를 두고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92명을 적발했다. 경찰이 압수한 USB에 담긴 콜센터 직원들의 '주의사항' 파일. [사진 광주경찰청]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콜센터를 두고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92명을 적발했다. 경찰이 압수한 USB에 담긴 콜센터 직원들의 '주의사항' 파일. [사진 광주경찰청]

2015년 6월 15일 김해공항. 태국 방콕의 한 공항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A씨(32·광주광역시) 등 20~30대 남성 6명과 여성 1명을 경찰이 긴급체포했다.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하며 대출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를 적용해서다.
 

광주경찰청, 보이스피싱 조직원 92명 적발해 58명 구속
태국 현지 경찰 압수 USB에 '필독 주의사항' 파일 담겨
콜센터 사무실 출입 요령부터 현지 경찰 대응 방법까지

A씨 등은 태국의 수도 방콕의 한 빌라에 마련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에서 일하다가 추방당했다. 이들은 한국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수료를 요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태국 현지 경찰은 한국인들이 모여 지내는 것을 보고 마약을 하거나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을 급습했다.
 
한국 경찰은 태국 경찰이 콜센터에서 압수해 찍은 물품 사진을 휴대전화 메신저로 넘겨받아 수사를 준비해왔다. A씨 등이 입국할 무렵 국제 소포를 통해 받은 USB에는 특별한 파일이 담겨 있었다. ‘필독 주의사항. txt’라는 제목의 문서였다.
 
이 문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중국이나 태국·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운영 중인 콜센터의 직원들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무실에 출입할 때 주의사항부터 현지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대응 요령 등이 담겼다. ‘출타시 문에 있는 구멍으로 (밖을) 보고 인기척이 없을 때 나갈 것’ ‘(사무실에 들어올 때는) 싸인식 노크를 할 것’ ‘(의심을 받지 않게) 여행객 옷차림으로 다닐 것’ 등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보이스피싱 콜센터 사무실을 인터넷 쇼핑몰 사무실로 위장하기 위한 방법도 있었다. 사무실 내부에 일부러 택배 상자를 최소 20개 이상 두거나 배송을 앞둔 것처럼 보이는 상품을 준비해두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짜 상품 사진을 꾸준히 올리는 것도 당부했다.
 
현지 경찰이 급습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있었다. ‘어리숙하게 대할 것’ ‘왜 그러지? 라는 표정을 지을 것’ ‘멀뚱멀뚱 표정을 할 것’ 등이다. 현지 경찰을 자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절대 인상쓰지 말 것' 등도 있었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긴급체포 후 구속한 A씨 등 콜센터 직원들의 진술과 태국 경찰이 보내온 USB 자료 등을 토대로 최근까지 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92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58명을 범죄단체 조직 가입·활동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15명은 수배했다.
 
이들은 대포통장 모집팀, 콜센터 상담팀, 인출팀, 송금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국내에 전화를 걸어 364명에게서 대출 수수료 명목으로 47억원을 받아 챙겨 잠적했다.
 
가장 하부 구성원인 콜센터 담당자들의 경우 기본 일당 1만원에 사기로 벌어들인 금액의 규모에 따라 10~30%에 해당하는 액수를 추가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가담자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대학생도 2명을 포함해 연인이 함께 범행에 뛰어든 경우도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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