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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처럼 대박”… 불법 다단계 ‘코인’ 판매 기승

 ‘아버지가 원코인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원코인을 하시는데 어떻게 말려야 하나요’, ‘원코인 때문에 아버지랑 좀 싸웠습니다’, ‘절박한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비트코인ㆍ이더리움 급등에 유사 ‘코인’ 봇물
다단계 모집 방식 불과…거래소 거래 안 돼
불가리아 박사 개발 ‘원코인’, 전세계서 수사

금감원, 원코인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
국내서 피해자 속출…“최소 1000억원 규모”
노년층 대상, 현금화 전까진 피해자인지 몰라

금융당국은 조사권 없어 제보ㆍ신고만 의존
“원금보장ㆍ고수익 보장하면 사기 의심을"
‘파인(fine.fss.or.kr)’서 제도권 금융 확인해야

 불법 금융 추방을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주로 자녀들이 부모가 금융 다단계에 빠진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문하는 내용이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최근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ㆍ이더리움 등의 가격이 폭등하는 등 인기가 치솟으면서 각종 유사 ‘코인’ 투자를 앞세운 금융 피라미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록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그 중 ‘원코인’ 관련한 유사수신 혐의를 포착해 지난 25일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자료: 원코인 홈페이지(www.onecoin.eu/en)

자료: 원코인 홈페이지(www.onecoin.eu/en)

 신종 금융상품인 가상화폐를 앞세운 투자 사기는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노년층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 금융 다단계 업자는 “비트코인처럼 대박 날 수 있다”며 비트코인과 관련한 검증된 언론 기사를 앞세워 투자자를 유인한다. 비트코인이 그랬듯 자신들이 미끼로 삼은 ‘코인’ 가격도 급등할 거라고 투자자들을 세뇌시킨다.
 
 2년 전부터 투자 규모를 늘려가기 시작, 최근 논란이 되는 게 ‘원코인’이다. 업체 측 주장에 따르면 원코인은 불가리아의 루자 이그나토바 박사가 만든 가상화폐다. 업체 측은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018년(작년엔 2017년)에 거래소에 상장할 것이고, 상장만 하면 가격이 급등하니 그 전에 회원끼리만 사고 팔 수 있을 때 투자를 하라고 권유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원코인이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이더리움과 같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화폐) 등과는 전혀 다른 ‘사기’ 코인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 관계자 A씨는 “블록체인 기반이면 소스 코드(일종의 컴퓨터 언어)를 공개해야 하는데 (원코인 소스 코드는) 공개된 게 없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분산 원장 기술로 거래 참여자가 서로의 기록을 공유한다. 중앙 서버에 자료를 저장하는 게 아니라 거래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컴퓨터에 분산 저장되기 때문에 해킹 위험이 없다. 한 곳이 뚫리더라도 다른 수만 수십만 개 컴퓨터에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현재 거래 중인 가상화폐 리스트. 자료: 코인힐스

*현재 거래 중인 가상화폐 리스트. 자료: 코인힐스

 
 원코인 측은 이를 지적하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아직 상장 전이라 그렇다”고 답한다. 그러나 상장과 소스코드 공개는 관련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A씨는 “정상적인 코인이 개발과 상장을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일종의 기업공개(IPO) 단계)을 거치긴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소스코드는 공개된다”며 “블록체인 기반으로 코인이 개발됐다면 일단 ‘지갑(일종이 계좌, 이메일 주소와 유사)’이 생성돼야 하는데 원코인은 지갑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거래소는 국내처럼 기술적으로 검증되고 거래 규모도 일정 수준 이상만 되는 코인만 취급하는 곳, 폴로닉스(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처럼 기술적으로만 검증됐으면 일단 상장하는 거래소, 그리고 출시되면 일단 무조건 상장하는 거래소가 있다”며 “원코인은 세계 그 어떤 거래소에도 상장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원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유일한 사이트는 ‘xCoinx.com’ 뿐이다. 그나마 지난 1월부터 ‘임시’ 중단된 상태다. 사이트가 중단되기 이전에도 하루 매도 물량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매수는 가능하지만 매도는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회원들끼리 사고팔아야 하는데 그마저 쉽지 않다. 김상록 팀장은 “원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은 원코인을 사고 팔아서 돈을 번 게 아니라 회원 유치 수당으로 받은 현금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라며 “결국 코인은 미끼일 뿐이고 회원 유치 다단계 수당을 받는 금융 피라미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료: 원코인 거래소 홈페이지(xcoinx.com)

자료: 원코인 거래소 홈페이지(xcoinx.com)

 
 해외에서는 이미 원코인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다. 독일 금융감독청(Bafin, 금감원에 해당)은 지난달 원코인의 독일 내 영업활동을 전면 중단시켰다. 또한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원코인 관련 은행 계좌를 동결시켰다. 동결 당시 계좌에는 2900만 유로(약 360억원)가 남아 있었다. 금융감독청은 이들이 2015년 12월부터 1년간 약 3억6000만 유로(약 4500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은 것으로 추정한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자이퉁에 따르면, 독일 빌레펠트 검찰은 지난 9일부터 원코인 사업과 관련한 간부 7명을 자금 세탁과 금융 사기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인도 경찰은 지난달 나비 뭄바이에서 18명을 원코인과 관련한 금융 다단계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9개 은행 계좌에 보관된 366만 달러를 동결 조치했다. 이탈리아 반독점 규제당국(AGCM)은 지난달 말 원코인 이탈리아 법인을 불법 금융 다단계로 규정하고 영업활동을 중시지켰다. 헝가리 중앙은행은 지난해 말 “코인을 활용한 폰지 사기(금융 피라미드)에 주의하라”는 자료를 내며 원코인을 예로 들었다. 
 
 국내에서도 원코인이 활개를 치고 있다. 김상록 팀장은 “금감원에 접수된 피해자 중에는 가족과 친척들 가운데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를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노년층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퍼지고 있다. 김진형 코인원 마케터는 “회사 이름이 새겨진 후드티를 입고 밥 먹으러 나왔는데 건물 관리인 아저씨가 ‘나도 원코인 투자했다. 회사가 이렇게 좋은 곳에 있느냐(코인원 본사는 여의도 IFC에 위치한다)’고 반색했다”며 “회사(코인원)를 원코인으로 착각하고 문의하는 사람 대부분이 아이디ㆍ패스워드도 모르는 노년층이었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의 의지는 미온적이다.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8월까지 검찰이 유사수신 혐의로 사건을 접수한 건수는 모두 7382건으로 이중 처리된 6968건 중 1145건(16.4%)만 재판에 넘겨졌고, 494건(7.1%)은 약식기소, 2199건(31.6%)는 불기소처분됐다. 즉 3분 1이 법의 심판대에도 오르지 못한 셈이다.  
자료: 코인힐스

자료: 코인힐스

 
 유사수신은 인허가ㆍ등록ㆍ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투자’ 행위가 일어나면 유사수신으로 단정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도나도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돼지사육업체인 도나도나 대표 최모(70)씨가 지난 2009~2013년 “어미 돼지 한 마리에 500~600만원을 투자하면 새끼 20마리를 낳게 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 1만여 명으로부터 2400억여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검찰은 유사수신 혐의로 최씨를 기소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죄 판결의 취지는 “실물 거래의 외형을 갖췄다”는 것이다. 곧, 돈을 주고 돼지라는 실물에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돈만 모집한 유사수신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거래의 실질에 비춰보면 사실상 금전거래에 불과한 만큼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원코인 등 유사 가상화폐를 이용한 금융 다단계도 비슷하다. 돈을 받는 대신 코인을 주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 설명회를 열면서 마치 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김상록 팀장은 “시연회 때 주변 편의점을 섭외해 미리 결제를 한 뒤 투자자들에게는 마치 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인다”며 “혹은 자체 쇼핑몰을 열고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해서 유사수신을 규정한 법의 틀을 교묘히 피해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유사수신 행위와 관련한 조사권이 없는 것도 문제다. 금감원은 유사수신 혐의 업체에 대한 조사ㆍ감독 권한이 없다. 피해자 신고와 제보에 의존한 조사를 한 뒤 이를 수사기관에 통보할 뿐이다. 또 유사수신업체가 금감원의 현장 조사를 피하거나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김상록 팀장은 “금융 다단계 특성상 신규 회원 유입이 이어지고 기존 회원들이 투자금을 인출하지 않는 이상 피해자 스스로 자신을 피해자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며 “피해가 커지기 전에 우리(금감원)가 조사를 해 경찰ㆍ검찰에 넘겨도 이들 입장에선 피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수사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금감원이 직접 유사수신 의심 행위를 조사할 수 있도록 유사수신 규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록 팀장은 “각종 코인을 동원한 유사수신이 넘쳐나고 있다”며 “금융회사라고 하면서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면 투자사기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수신 업체들은) 실제 영업을 하지 않고 신규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소위 ‘돌려막기’ 방식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며 “반드시 투자대상 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부터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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