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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싸워 이길 수 있는 강군 목표, 대통령이 국방개혁 틀어쥐어라

새 정부에 바란다
한국군이 강군이 되려면 미군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고 자체적 정찰·지휘·통제·정밀타격 능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사진은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폭기가 동원된 미군의 군사훈련. [뉴시스]

한국군이 강군이 되려면 미군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고 자체적 정찰·지휘·통제·정밀타격 능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사진은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폭기가 동원된 미군의 군사훈련. [뉴시스]

‘국방개혁이 뭐냐’는 질문에 많은 시민은 장군 숫자 감축, 방산 비리 척결, 병력 감축, 군 복무기간 단축 등으로 답한다. 그러나 국방개혁을 실제 추진해온 국방부는 개혁 과제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위협 대응, 중·고고도 무인정찰기 확보, 국산 전투기(KFX) 개발, 여군 인력과 부사관 확대, 군사 조직 정비 등을 꼽는다. 국방개혁에 대한 일반 국민과 국방부의 인식이 서로 딴판이다. 국민은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에 당연히 잘 싸울 것을 요구하지만 군 당국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병영 사고와 방산 비리 등으로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만만찮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후 첫 국방부 순시에서 “국방개혁 방안의 조속한 실행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국방개혁비서관으로 명칭을 바꿨다. 국방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곧 핵무기를 보유할 북한과 대치하면서 제한된 국방비로 국방개혁을 추진하기엔 만만치 않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국방분과는 지지부진한 국방개혁을 내실 있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방안을 논의했다.
 
 
독일·프랑스도 대통령이 국방개혁 성공시켜
 
국방분과는 지난 10년 동안 국방개혁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의 변화가 없었던 원인을 찾았다. 국방개혁에 시동을 걸었던 당시 전제 조건은 북한 위협은 감소하고 국방 예산은 지속적으로 뒷받침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가속했고 국방 예산은 약속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그 결과 국방부는 ▶안보 자주성 ▶군 정예화 ▶북핵 대응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병력 감축에 따라 일부 사단과 군단은 해체했지만 남은 부대의 정예화는 지연되고 있다. 그래서 정상적인 작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완전한 편제를 갖추지 못한 부대가 부지기수다. 군 내부의 잘못도 있었다. 국방개혁에 과욕을 부렸다. 무려 72개나 되는 과제를 추진하다 보니 초점이 분산됐다. 여기에 이해관계까지 얽혀 개혁이 아니라 개선 수준에 머물렀다. 군대를 미래 지향적으로 혁신하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국방분과의 첫째 제안은 대통령이 직접 국방개혁을 관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고 근본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다. 과거 군에서 추진했던 국방개혁은 대통령에게 딱 한 번 정도 보고하면 그만이었다. 대통령이 관장하지 않으면 우선 추진동력이 떨어지고 문 대통령 코드에 맞춘 국방개혁이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과거를 답습해 미완의 국방개혁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해관계가 얽힌 군사력 건설과 국방 업무를 혁신적으로 바꾸려면 강력한 힘이 실려야 한다.
 
독일은 통일된 지 10년이 지난 뒤 국방개혁을 추진했는데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에게 맡겼다. 2000년 당시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은 각계 인사로 구성된 ‘공동 안보와 군의 미래 연구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안을 작성했다. 프랑스도 샤를 드골의 국방정책을 전면 수정해 1996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국방개혁을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총리실 보좌진이 대거 투입됐다. 프랑스의 ‘군사개혁법안’은 하원에 상정한 뒤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료회의에서 재가됐다.
 
둘째는 국방개혁의 목표를 ‘강한 군대’로 잡자는 제안이다. 정승조(전 합참의장) 분과장은 “과거 국방개혁은 ‘작고 강한 군대’로 작은 군대를 강조했다”며 “이젠 북한의 핵무장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군대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북한의 도발에 싸워 이기고 미래엔 통일 한국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군대는 출산율 감소로 2023년 이후에는 52만 명의 병력 규모로 저절로 간다.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해선 ▶북한의 기습을 방지할 정찰 능력 ▶신속하고 정밀한 지휘·통제 ▶정밀타격 능력 ▶잘 훈련된 장병 등이 필요하다는 게 국방분과의 의견이다. 이를 통해 우리 군이 원하는 시간·장소와 방법으로 북한을 선제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민간 출신으로 국방개혁실장을 맡았던 홍규덕(숙명여대 교수) 분과위원은 “강한 군대는 공세적으로 기동해 24시간 내에 주어진 작전 임무를 마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셋째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투명한 국방 경영이다. 이를 위해선 방위사업 비리가 우선적으로 제거돼야 한다. 투명한 국방 경영을 통해 군내에서 병과 위주의 예산 나눠먹기 폐단을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필요한 곳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 신원식(전 합참차장) 분과위원은 “육군은 전차·포병·방공포(미사일)에만 지난 7년 동안 30조원을 투입했다”며 “중요치 않은 곳에 투자하는 백화점식 전력 증강은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명 경영을 위해선 국방부 장관부터 민간 출신으로 발탁해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면 민간의 열린 생각이 군에 이식되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수 있다. 예비역 장성들의 친소 관계에 의한 인사 추천 등 끼리끼리 문화가 없어지고 필요한 민간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위중한 현시점에서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당장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을 기용하기 어렵다면 국방부에 2명의 차관을 둬 민간인을 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장병들의 군 복무 질의 향상과 군내 의사소통, 인격 존중, 군 복무에 대한 명예 고양 등도 투명 경영의 중요한 정신적 요소로 제기됐다.
 
넷째는 군사적 차원에서 현대전 수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조건들이 제시됐다. ①네트워크중심작전(NCW)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체계 구축이다. 정보지식시대 현대 전법의 핵심인 NCW는 각종 정찰장비 등 천리안으로 파악한 적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무기체계에 전달해 급소만 골라 타격하는 전투 방식이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 이라크군을 궤멸시키는 데 결정적 기능을 했다. NCW가 이뤄져야 국방개혁으로 확장된 작전 영역(사단 기준:현재 15×30㎞→30×60㎞로 확대)을 감당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부대가 기동력과 원거리 정밀타격무기, 첨단 지휘통제체계 등을 갖춰야 한다. ②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대량응징보복능력(KMPR)은 당연히 조기에 완성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 북핵 위협 해소 때까지 신중히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북핵대응실로 전환하고 국방부에는 북핵대응국, 합참에는 핵방어본부 등을 편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③북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전략사령부도 바람직하다. ④유사시 부족한 병력을 메우기 위해 예비 병력의 정예화도 시급하다. ⑤육·해·공군 합동성 강화 방안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육·해·공군 통합군 형태의 신속대응군 구성도 검토해볼 만하다. ⑥수시로 해킹을 일삼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비한 우리 군의 사이버작전 능력 확충도 시급하다. 우리 군의 사이버전력은 북한의 10분의 1 수준이고 최근 북한에 의해 국방망이 해킹돼도 모를 정도다. ⑦하지만 ‘자주’라는 신기루를 좇아 전시작전통제권을 문 대통령 임기 내 성급하게 전환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전작권의 환수는 북한의 핵 위협을 해소할 때까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해야 북핵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 확장억제력(핵우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별취재팀=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이철재 기자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인철 인턴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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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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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