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빔밥처럼 두툼한 고명을 얹어주는 진주식 냉면. 70년 전통을 이어온 하연옥은 진주냉면을 하는 대표 식당이다.
해산물 육수…메밀소바 느낌도
70년 역사 이어온 진주 하연옥
해산물로 끓인 육수 감칠맛 강해
소고기 육전 등 두툼한 고명도 개성
냉면만큼 연고 따지는 음식도 드물다. 평양·함흥 등 이북 냉면이 견고한 지지를 얻으며 기득권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정작 냉면 마는 사람은 별 말 없는데 지지자들이 유별나다. 그런데 반대파도 만만치 않다. 특히 평양냉면이 그렇다. ‘심심(혹은 슴슴)한 맛’이 맛의 범주에 들기나 하냐며 성을 내기도 한다.
이북 냉면 못지않게 두터운 팬층을 가진 냉면이 있다. 바로 경남 진주냉면이다. 소고기와 함께 해산물 우린 국물, 수북한 고명은 진주냉면만의 특징이다. 진주와 가까운 사천에서도 비슷한 냉면을 먹었다는데 진주냉면처럼 전국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지 못했다.
진주냉면은 유서가 깊다.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은 2009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진주는 평양과 더불어 기생문화가 꽃을 피웠던 곳이다. 20여 년 전 경남 의령에서 만난 기생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당시 한양에서 내려온 한량들이 요정에서 술 한 잔 한 뒤 기생들을 데리고 2차를 먹던 곳이 냉면집이었다.”
1945년 진주에서 ‘부산식육식당’을 열고 냉면을 팔던 황덕이(88) 할머니가 2009년 당시 했던 말도 비슷하다. 황씨는 “40년대까지도 서울 ‘돈쟁이들’이 냉면 먹으러 차를 몰고 진주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무렵까지만 해도 진주 나무전거리에 냉면집만 6~7곳이 있었다고 한다.

하연옥 물냉면 육수는 해산물을 넣고 끓여 감칠맛이 강하다. 고명으로 올리는 소고기 육전과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빔냉면도 있지만 역시 개성이 강한 건 물냉면(8000원)이다. 육수는 소 사골·사태와 함께 멸치·새우·밴댕이·다시마·바지락 등을 넣고 푹 우려낸다. 멸치 비린내를 잡기 위해 뜨겁게 달군 무쇠를 끓는 멸치장국에 넣어 순간적으로 온도를 올려 비린내를 잡는다. 육수를 내는 데만 3일이 걸리고, 감칠맛을 위해 15일간 저온숙성을 한다. 면은 메밀과 감자전분을 7대 3 비율로 섞어 만든다. 그리고 전주비빔밥 못지않게 많은 고명이 올라간다. 오이·무·삶은 달걀·노른자 지단이 올라가는데 화룡점정은 쇠고기 육전이다. 쇠고기 살코기에 계란 옷을 입혀 부쳐낸 전이 냉면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냉면에 고명으로 내는 육전을 따로 시켜 먹는 사람도 많다.

경남 진주 이현동에 있는 하연옥 본점.


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