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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하네케는 여전히 희망을 찾는다 (인터뷰)

[매거진M] ‘어차피 황금종려상은 미카엘 하네케의 것.’ 하네케(75) 감독이 올해 5년 만의 신작 ‘해피엔드’로 70주년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을 때 나온 얘기다. 칸영화제에서 이 오스트리아 거장의 존재감이 그만큼 압도적이다. 2001년 ‘피아니스트’로 3관왕(심사위원대상●여우주연상●남우주연상), 2005년 ‘히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하얀리본’(2009) ‘아무르’(2012)로 황금종려상만 두 차례 수상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작
‘해피엔드’로 유럽 난민 문제 꼬집은
오스트리아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
75세 감독이 본 소셜미디어는…

'해피엔드' 

'해피엔드'

 
22일 첫 공개된 ‘해피엔드’는 현대 사회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파헤쳐온 하네케 감독다운 주제를 이전과는 다른 화법으로 그린 작품. 난민 문제가 극심한 프랑스 칼레의 냉담한 부르주아 가족을 통해 “감정적 블라인드를 닫고 사는 현대인의 폐쇄적인 모습”을 그렸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칼레 난민촌을 폐쇄한 바 있다.  
 
형식면에선 파격적이다. 그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휴대폰과 인터넷 소셜미디어 화면으로 자주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하네케 영화치고 낯설다는 평가가 들려오는 이유. 그를 23일 프랑스 칸 마제스틱 호텔에서 만났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청바지 차림으로 “봉주르(Bonjour)” 인사 건네는 백발의 감독의 눈빛에서 의외로 다정한 성품이 배어났다. 
'해피엔드' 촬영장에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가운데)

'해피엔드' 촬영장에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가운데)

신작을 내기까지 5년이 걸렸다.  

“2~3년 주기로 작품을 해왔는데, 몇 년간 준비하던 ‘플래시몹’이란 영화가 불발됐다. 인터넷 세대를 그리는 영화였는데, 당시 구상한 디테일을 ‘해피엔드’에 많이 활용했다.”

유럽 난민 문제를 다뤘는데.  

“난 늘 열린 눈으로 현대 사회를 바라보려 한다. 그 주제는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너무 당연하게 내 안에 들어왔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보호 본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리얼 라이프를 외면하는 ‘장님 같은’ 사람들을 그리고자 했다.”

영화 오프닝과 엔딩 신을 모두 세로로 긴 휴대폰 화면에 담았다. 불과 전전작인 ‘하얀리본’만 해도 35mm 필름으로 찍은 흑백 영화였다.  

“사람들은 내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걸 신기해한다. 하지만 영화감독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세상은 격변해왔다. 명백히 미디어는 바뀌고 있다. 소셜미디어 없이는 현대 사회를 온전히 그릴 수가 없다. 동료 감독 중엔 필름 시대가 저문 것을 안타까워할 만큼 낭만적인 이들도 있지만, 기술이나 장비는 스토리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소셜미디어가 삶을 어떻게 바꿨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점점 장님●귀머거리가 되고 있다. 정작 제대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산골이나 작은 시골마을 농부들은 소셜미디어 없이도 충분히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극 중 가족은 서로에게조차 가식과 거짓을 일삼는다. 집안을 건사하려 애쓰는 안느(이자벨 위페르)는 악의적인 행동을 일삼는 아들 피에르(프란츠 로고스키) 때문에 속을 썩는다. 치매 증세로 괴로워하는 안느의 아버지 조르주(장-루이 트린티냥)를 이해하는 건 13살 난 손녀 이브(팡틴 아흐뒤엥)뿐이다. “부모자식보다 한 세대를 뛰어넘은 관계가 서로에게 더 긍정적으로 준다는 건” 하네케 감독 본인의 경험담이다.  
 
‘피아니스트’ ‘늑대의 시간’(2003) ‘아무르’에 이어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이자벨 위페르가 이번 영화에서도 노련하게 극을 견인한다. 은퇴를 선언했던 노장 배우 장-루이 트린티냥은 “하네케 감독이라면 다시 연기하겠다”며 ‘아무르’에 이어 ‘해피엔드’에 합류했다. “장-루이가 출연을 수락했을 때, 얼른 이자벨을 떠올렸다. 언제나 영감을 주는 배우다. 난 충성심 강한 감독이거든(웃음). 누군가와 신뢰를 쌓으면 계속해서 함께한다.” 하네케 감독의 말이다.
'해피엔드'에서 이자벨 위페르

'해피엔드'에서 이자벨 위페르

'해피엔드'에서 장 루이 트린티냥

'해피엔드'에서 장 루이 트린티냥

위페르는 당신의 명확한 구상 덕에 매 장면 ‘정수’를 담을 수 있었다더라.

“난 언제나 촬영에 앞서 스토리보드(장면의 초안을 시각적으로 정리한 문서)를 쓰고 편집 단계까지 그것을 엄격히 따른다. 배우들의 연기에는 늘 열려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당황하고 싶지 않아서다. 내가 나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침묵으로 의미를 전하는 장면이 많다.  

“대사를 최대한 적게 쓰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관객이 자유롭게 상상하니까.”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면 ‘해피엔딩’은 다소 반어적 제목이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내가 살아온 삶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이 각자의 답을 찾게 하는 것이 영화감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해피엔드’의 스크린 데일리 평점은 4점 만점에 2.2점. 등장인물이 많아 서사의 집중력이 전작만 못 하다는 평가도 있다. 황금종려상 수상 예측은 다소 줄었지만, 세상을 신랄하게 고민하는 거장 감독다운 시선은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가 실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영화에 그린 것처럼 암담하기만 할까. 하네케 감독에게 여전히 희망을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처럼 나도 이 세상을 위한 유토피아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무런 희망도 없으면서 신랄한 영화를 만드는 건 관객을 고문하려는 의도밖에 안 된다. 영화를 더 다채롭게 발전시키는 ‘피스메이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사람들을 자꾸 멍청하게 만들어서 사고란 걸 못하게 하잖나. 그럴수록 영화가 더 치열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해피엔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해피엔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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