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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한 명을 죽여야만 한다면” (인터뷰)

[매거진M]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이하 ‘세이크리드 디어’)는 올해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경쟁 부문 프레스 스크리닝 중 처음으로 상영 후 야유가 쏟아진 영화다. 미국의 잘 나가는 외과 의사(콜린 파렐) 가족의 건조한 드라마로 출발해, 초현실적인 괴기한 결말로 사정없이 뒤통수를 치기 때문. 죽은 환자의 아들인 10대 소년(배리 케오간)이 외과 의사와 그 아내(니콜 키드먼)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하는데 이 소년이 왜 그런 힘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극 중 아무런 설명이 없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작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족 잔혹사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그러나 칸영화제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다는 건 나쁜 신호가 아니다. 22일 프레스 스크리닝에서도 터져 나온 야유에 질세라, 있는 힘껏 환호성으로 지지를 표한 이들이 있었다. 거기다, 이 영화의 감독은 다름 아닌 ‘송곳니’(2009) ‘랍스터’(2015)로 각각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대상,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그리스의 작가이자, 연출가, 프로듀서인 요르고스 란티모스(44)다.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 사진 칸국제영화제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 사진 칸국제영화제

잠시 ‘랍스터’를 돌이켜보자. 성인이 되면 반드시 결혼해야 하고 일정 기간 이상 독신을 벗어나지 못하면 동물로 변한다는 이 전작의 황당무계한 설정처럼,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는 늘 생존을 위해 스스로 운명의 ‘덫’에 걸려들어야 하는 인물들의 치명적인 선택을 뒤쫓아 왔다. 터부에 도전하는 초현실적인 세계는 영화 팬들을 열광케 한, 그의 인장이나 다름없다. 
 
‘세이크리드 디어’에서 그 ‘덫’은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맏딸 이피게네이아 신화를 토대로 한다. 아가멤논은 자신의 잘못으로 아르테미스 신의 분노를 사, 그리스군이 출항하지 못하게 되자, 신탁대로 맏딸을 희생의 제물로 바친다. 그러나 이를 가엾게 여긴 신은 최후의 순간 제물을 사슴으로 바꾼다.  
 
공식 상영 다음 날인 23일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발’ 루프탑에서 그와 마주했다. 감정의 고조가 크지 않은 묵직한 억양이 인상적이었다. 기이할 만큼 침착한 톤으로 비극에 다가서는 자신의 영화 속 주인공들의 독특한 대사 톤과 빼닮아 있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서, (왼쪽부터)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배우 써니 술리치,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서, (왼쪽부터)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배우 써니 술리치,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제목이 ‘신성한 사슴 살해(The Killing of A Sacred Deer)’란 뜻이다. 전작 ‘랍스터’에 이어 다시 동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나도 전작이 신경 쓰였지만, 적절한 대안이 없었다. 앞으로는 내 영화에 동물이 들어가는 제목은 없을 것이다(웃음)! 이번 제목은 그리스 신화에서 따왔다. 이미 있는 원작을 재창조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아버지가 자식의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것은 답을 내리기 힘든 딜레마다. 그런 테마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탐구됐다는 게 흥미로웠다.”  

첫 영어 영화 ‘랍스터’에 이어 콜린 파렐과 함께했다. 니콜 키드먼은 제작 초반부터 출연을 확정했다고.  

“니콜은, 휴. 거부할 수 없는 배우였다. ‘랍스터’를 본 그가 먼저 신작을 쓰면 알려달라고 했고 이번 영화 시나리오가 나오자마자 보고는 ‘하겠다’고 했다. 그처럼 심플하게 출연이 성사됐다. 콜린은 훌륭한 배우고, 아주 멋진 사내다. 한 차례 서로의 언어와 톤을 이해한 상태에서 새로운 무언가에 함께 도전하는 기쁨이 있을 것 같았다. 극 중 그의 턱수염은 내가 제안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의 ‘리얼 그레이 헤어’를 선보일 기회라고 생각했다. 외과 의사 역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배우들에게 단 두 가지만 강조했다고.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다’와 ‘연기하지 말라’.  

“내게는 대본을 재현하는 일보다 촬영장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그 대본에서 파생된, 우리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뭔가를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프리 프러덕션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운이나, 믿음●분위기●장소●날씨 등등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모든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해 뭔가 새로운 의미에 다다를 수 있었다. ‘세이크리드 디어’는 인간관계의 잔혹성을 그리지만, 유머 또한 깔려있다. 어느 대목이 웃기거나, 기괴하고, 비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여질지 예측할 수 없지만, 배우들이 너무 심각해지지 않고 색다른 체험을 나누며 어떤 ‘톤’을 빚어가길 바랐다. 리허설 후 촬영 땐 주로 배우들을 카메라로 관찰했다. 다만, 그들의 뭔가가 이 영화의 세계에 속해있지 않다고 느낄 때만 대화를 시도했다.”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로 주목받은 아일랜드 신예 배리 케오간 / 사진 칸국제영화제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로 주목받은 아일랜드 신예 배리 케오간 / 사진 칸국제영화제

아일랜드 출신의 신예 배리 케오간이 연기한 사이코패스 같은 소년 캐릭터가 결말을 호러로 몰고 간다. 대체 그의 정체가 뭔가.

“장르를 호러로 정했다기보다, 어떤 요소들이 영화를 호러로 보이게 하는지 탐구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이를테면, 배리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날카로운 음악처럼. 난 배리의 캐릭터가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마음이 복잡한 소년이다. 아이답지만 가끔은 성숙하고 파워풀하고 악마 같으면서도, 그가 왜 그러는지 헤아려지기 때문에 연민이 가는. 케오간은 그 복잡성과 예민함을 정말 잘 그려냈다. 미국부터 호주까지 영어권 나라를 다 뒤져 운 좋게 찾아낸 배우다.”

잇달아 할리우드 스타들과 작업하고 있다. 제작비가 커질수록, 터부에 도전하는 영화를 만들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나.  

“줄곧 독립적인 프로덕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세이크리드 디어’도 로케이션이 미국이고, 콜린이나 니콜 같은 배우들이 감사히도 출연해줬을 뿐이다. 영화가 잘 돼도 내 탓, 못 돼도 전적으로 내 탓이다(웃음). 터부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은 시대가 갈수록 오히려 후퇴하는 것 같다. 일종의 공포 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시대임에도, 사람들이 스스로 눈을 가리고 있다. 나에겐 터부에 맞서는 게 본능에 가깝다. 앞으로도 그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 사진 칸국제영화제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 사진 칸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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