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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람의 미주알고주알] '알파고 쇼'가 끝난 자리

※ '미주알고주알(바둑알)'은 바둑면에 쓰지 못한 시시콜콜한 취재 뒷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다루는 코너입니다. ‘일기’ 컨셉이라 긴장 풀고 편하게 쓸 작정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사가 아닌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글입니다. 

 
⑫ '알파고 쇼'가 끝난 자리…해답지 얻은 바둑의 미래는?
알파고와 커제 9단의 3번기가 열린 대국장 [사진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 커제 9단의 3번기가 열린 대국장 [사진 구글 딥마인드]

 
쇼는 끝났다. '알파고'는 은퇴를 선언했다. 사람과 알파고의 경기를 다시는 볼 수 없다. 
 
'바둑의 미래 서밋'이 끝나는 날인 27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데미스 허사비스는 '선물'이라며 알파고 마스터의 Self Play 기보 50개를 공개한다고 했다. (알파고 기보 보기) 또한 알파고를 이용한 '바둑 교육 툴'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딥마인드는 바둑 교육 툴을 만들고 있다. 이 도구는 알파고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줘 모든 프로기사와 바둑 팬이 알파고를 통해 대국을 해석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최종국에서 충격을 받아 시무룩한 커제 9단을 제외하고 모두 행복해 보였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선물을 주고받았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이유가 뭘까. 
 
'알파고' 덕분에 우리는 바둑의 해답지를 얻었다. 교육 틀이 보급되면 누구나 손쉽게 바둑의 정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럴 때 어떤 수가 최선인지, 저럴 때 어떤 수가 최선인지 알파고를 돌려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 거다. 그동안은 바둑에서 최선이 뭔지 정확히 몰라서 너무너무 답답하고 궁금했는데, 드디어 해답지를 손에 넣은 것이다.
 
이게 바둑에 독일까 약일까. 물론 장점도 있을 거다. 알파고를 통해 사람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수를 배울 수 있을 테니. 이를 통해 바둑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알파고로 바둑 교육 틀을 만든다는 허사비스의 말을 듣고 어린 시절 문제집을 풀 때가 생각났다. 나는 문제집 뒤에 해답지가 붙어 있으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홀랑 정답을 확인하곤 했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선생님과 부모님은 해답지를 수거해 가셨다. 해답지가 내 손을 떠나면 그제서야 포기하고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궁금한 건 또 있다. 정답지를 가진 사람들이 과연 프로기사의 바둑을 궁금해할까. 이미 알파고를 통해 바둑을 보는 눈만큼은 하늘 꼭대기에 달려 있는데, 그리고 알파고의 완벽한 바둑에 점점 익숙해질텐데, 사람의 불완전한 바둑을 보고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알파고와 3국 도중 괴로워하는 커제 9단. [사진 신랑망(新浪網)]

알파고와 3국 도중 괴로워하는 커제 9단. [사진 신랑망(新浪網)]

 
그리고 이번 행사는 '확인사살'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은 도저히 인공지능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공공연히 보여주기 위한. 잔인하고 처참한 경기였다.
 
혹자는 말한다.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게임이었다고. 알파고와 사람의 경기는 마치 사람이 자동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맞는 말이다. 달리기 시합에서 사람은 어리석게 자동차와 경쟁을 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끼리 달리기 실력을 겨룬다.
 
그런데 이말이 바둑에서 절반은 틀리다. 사람이 달리기를 할 때 더 잘 달리기 위해 자동차를 연구하지 않는다. 아예 매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둑은 다르다. 사람은 바둑을 더 잘 두기 위해서는 알파고를 보고 배워야 한다. 그게 사람 바둑의 불완전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람의 바둑이 왜 불완전할까. 바둑판의 모든 경우의 수가 계산되지 않는 사람은 수읽기 외에도 직관, 기세 등을 동원해 바둑을 둘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주관이 강력히 개입한다. 요약해서 알파고의 바둑이 '계산'이라면, 사람의 바둑은 크게 '계산 + 주관'이다. 바로 이 주관이 사람의 바둑을 불완전하게 만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주관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던가. 저마다 주관을 통해 우리는 각자 다른 모양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우리가 바둑에서 기풍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 프로기사의 '주관'이 맺은 과실이다. 
 
알파고와 커제 9단의 3번기가 열린 대국장 [사진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 커제 9단의 3번기가 열린 대국장 [사진 구글 딥마인드]

 
하지만, 이제 우리는 바둑을 잘 두기 위해선 알파고처럼 주관부터 버려야 한다는 걸 알았다. 주관으로 점철됐던 자신을 버리고 알파고를 닮아야 한다. 철저히 계산기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내'가 있는 한 주관을 버리기 힘들다. 그래서 괴롭다.
 
어쨌든 '알파고 쇼'는 끝났다. 알파고는 약 1년 동안 총 2회의 순회 공연으로 임무를 다 했다. 지금 구글은 바둑에서는 해볼만큼 다 해봤다고 생각할 거다. 세계 최고 프로기사 두명을 꺾었고, 상담기와 페어대국까지 치렀다. 이제 바둑에 여한이 없을 만하다. 알파고를 범용으로 만들기 위해 할 일도 많을 테니. 
 
알파고가 떠난 자리에는 또다시 사람의 바둑이 남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전과 달라졌다. 신비감을 잃었고, 해답지를 얻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사람의 바둑은 지금 또다른 경계선에 서 있다. 
 
우전(중국)=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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