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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서울 사대문 안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한다”

시민 3000명 참가한 미세먼지 대토론회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3000인 원탁회의’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장에 설치된 테이블에 둘러앉아 토론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3000인 원탁회의’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장에 설치된 테이블에 둘러앉아 토론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3000명의 시민들이 모인 서울 광화문광장. 정하늬(10·월촌초4)양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이 슬픈 이유’라는 시를 읊었다.

미세먼지 높은 농도 보이면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발동
참여형 차량 2부제, 대중교통 무료

‘면허시험에 환경 과목 신설하자’
‘공기정화 식물 심은 열기구 띄우자’
시민들 아이디어 1272건 쏟아져
집단지성 활용 직접민주주의 실험

 
‘하늘에게 무섭고 아픈 불청객이 찾아왔네/ 우리에게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아픔이 찾아왔네/ 그 불청객은 하늘에 희뿌연 안경을 쓰게 했네/ 파란하늘을 책과 사진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아 슬퍼진다네/ 중략/ 그래도 우리는 하늘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어 주는 도우미가 될 것이네’.
 
27일 열린 ‘광화문광장, 미세먼지 시민대토론회’의 한 장면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서울시교육청, 맑은하늘만들기시민운동본부 등이 함께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시민과 전문가 약 3000명이 참가, 289개의 원탁에 둘러앉아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토론했다.
 
이 행사는 한국의 첫 대규모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으로 관심을 모았다.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접 민주주의 형식, 또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을 하는 숙의 민주주의에 기반한 집단지성 활용책”이라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소외된 시민들이 집단지성 형식으로 참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신청자를 통한 사전 조사에서 1272건의 미세먼지 대책 아이디어가 나왔다. 자동차 도심 진입 제한, 경유차 관리 등 교통 관련이 268건, 녹화 사업, 마스크 보급 등 시민 건강 관련이 179건 등이었다. 주요 오염원으로 꼽히는 중국과의 교류 확대, 중국 사막 관리 등 외교 관련 아이디어도 100건이 나왔다. 단일 의견으로는 화력발전을 줄이자는 제안이 52명으로 가장 많았다.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쏟아졌다. ▶운전면허시험에 환경 과목을 신설하자 ▶대중교통 이용자는 연말정산에서 세금공제를 늘려주자 ▶여러 번 쓸 수 있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만들자 ▶미세먼지 예보관, 대기오염 해설사, 공기 컨설턴트 등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원탁토론에 참석한 한 초등학생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서해에 공기정화 식물을 심은 대형 열기구를 띄워 중국에서 오는 오염물질을 막아보자”고 제안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의 1300개 학교 모두 옥상이 정원이 되게 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55%가 중국 영향이니 한국 학생들이 중국에 가서 나무를 심는 세계시민적 감수성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참가하는 매머드 토론 행사의 유래는 영국에서 독립하기 전 아메리카 대륙의 타운 미팅이다. 이 전통은 미국 독립 후 주민들이 시청 등에 모여 정책을 논의하는 타운홀 미팅으로 발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타운홀 미팅을 전매특허처럼 활용했다. 건강보험 개혁을 위해 전국 순회 타운홀 미팅으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오바마는 2011년엔 페이스북을 방문해 타운홀 미팅으로 이민정책, 의료보험 등에 관해 토론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화답했다.
 
타운홀 미팅을 조직적, 대규모로 키운 단체는 아메리카스픽스(AmericaSpeaks)다. 1998년 미국 전역에서 4만5000명이 참가한 ‘사회안전개혁 우선 패키지’ 등 100회 이상의 토론회를 열었다. 2002년 그라운드제로 토론이 가장 눈부신 성과로 꼽힌다. 뉴욕 시민 4300명이 9·11 테러에 의해 무너진 세계무역빌딩을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쪽으로 재건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만들었다. 민간 빌딩이었지만 뉴욕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존 계획을 뒤집고 건물에 추모 장소를 만들도록 했다.
 
건강보험 정책 문제를 풀기 위해 열린 캘리포니아스픽스도 눈에 띈다. 당시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도 참석했고 인구센서스를 토대로 성별·인종·연령·소득·거주지에서 공평하게 토론자를 선발했다. 영어 외에도 스페인어·중국어 자료를 만들어 다양한 인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아메리카스픽스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2014년 문을 닫았다. 그러나 한국에선 코리아스픽스가 출범해 활동하고 있다. 아메리카스픽스처럼 비영리단체가 아니라 주식회사인 코리아스픽스는 2014년 광주 시민아고라500원탁회의, 세월호 1주기 안산시민 1000명 토론의 장 등을 만들었다.
 
광화문 미세먼지 토론회는 한국의 첫 매머드 이벤트다. 정환중 서울시 환경정책과장은 “지난해와 올해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가 매우 나빠져 지진이나 홍수와 비슷한 비상 상황이다. 공론화도 필요하고 가능한 한 많은 시민 의견을 듣고 싶었다. 장소만 허락한다면 3000명이 아니라 5000명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두 연구위원은 “참여자가 많을수록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발언 기회가 줄어들고 의견 취합 등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긴다. 플라톤은 1500명이 넘으면 토론이 어렵다고 했다. 전시행사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토론을 리드할 자원봉사자와 온라인 플랫폼을 잘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시민들은 서울시가 제안한 미세먼지 대책 설문에 80% 이상 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했다”며 5개 정책을 확정, 발표했다. ▶미세먼지는 심각한 재난이라고 선포하고 취약계층 마스크, 공기청정기 보급 지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시민 참여형 자동차 2부제 실시 및 공영 주차장 폐쇄, 대중교통요금 무료 시행 ▶노후 경유차 등 공해차 4대문 안 운행 제한 ▶친환경 건설기계 사용 의무화 ▶동북아 주요 도시와 환경 외교 강화다.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한모(24)씨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은 좋지만 참가자의 대표성이 부족하고 뻔한 설문을 한 다음 미리 정해 놓은 정책 발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박원순 쇼 같은 인상”이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정서영 인턴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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