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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과 내통’ 비난에도 스모킹 건 없인 탄핵 어려워

[글로벌 뉴스토리아] 러시아 게이트에 갇힌 트럼프
러시아와의 내통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6일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뉴시스]

러시아와의 내통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6일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탄핵 위기를 맞을까. 러시아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정보 제공과 가짜 뉴스 확산 등을 통해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심상치 않다. 취임 직전 의혹 수준에서 나돌았던 이 스캔들은 트럼프가 지난 9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해임 이유에 대한 백악관 설명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FBI 국장 해임, 판도라 상자 열어
러 외교장관에 기밀 누설도 한몫
상·하원 장악한 공화당 균열 없어
특별검사가 증거 찾아내는 게 관건

 
가뜩이나 높게 타오르는 불길에 언론들이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 15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났을 때 미국의 ‘파트너(이스라엘로 밝혀짐)’가 제공한 최고 수준의 테러 관련 기밀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알려 줬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지난 2월 코미를 집무실에 불러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러시아와의 접촉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가 취임 직후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러시아 간의 유착 의혹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이 사법 당국의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이 의혹이 인정되면 트럼프는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7일에는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트럼프에게 충격을 안겼다. 러시아와의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을 임명했다. 뮬러 전 국장은 민주·공화당 할 것 없이 존경을 받는 객관적이고 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NYT는 여기에 더해 지난 19일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라브로프를 만나 “내가 러시아 때문에 엄청난 압력에 직면했는데 이제 덜어냈다”고 자랑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22일 WP는 트럼프가 코미 국장뿐 아니라 대니얼 코츠 국가정보국장(DNI)과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에게도 ‘러시아 내통 의혹’을 공개 부인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익명의 전·현직 관리 4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 미국은 왜 이렇게 고위층과 러시아의 비공식 접촉을 금기시하는 것인지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미국이 일방주의 외교로 국제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왔다.  
 
2000년 취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이런 주장을 펼치며 미국에 대적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굴기하기 전 미국에 전면적으로 대항했던 나라는 러시아뿐이었다. 러시아는 21세기 미국의 ‘주적’이었던 셈이다.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방어(MD)를 한다며 1972년 소련과 맺었던 탄도탄요격미사일(AMB) 제한협정을 일방적으로 무효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2003년 조지아에서 장미 혁명이,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오렌지 혁명이 일어나 친러시아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지자 러시아는 과거 소련 영역에 미국이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의 반발은 2007년 이란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공격할 경우 이를 중간에 요격할 MD 시스템과 레이더 기지를 폴란드와 체코에 각각 설치하겠다고 하면서 극에 달했다.  
 
러시아는 이를 자국의 손발을 묶는 조치라고 맹비난하면서 핵미사일을 실험하고 푸틴이 이란을 방문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러시아는 2008년 소련에서 독립한 뒤 친미노선을 걷고 있던 조지아와 5일간 전쟁을 벌이면서 미국을 시험했다.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친유럽 노선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로 친러시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반군을 지원해 돈바스 전쟁을 부추겼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손잡고 경제와 외교적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제재 때문에 경제가 상당히 악화한 상황이다. 친미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 온 저유가 정책으로 자원강국인 러시아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미국에 친러시아 정권이 등장하기를 고대해 왔다. 힐러리 클리턴은 러시아의 민낯을 너무 잘 알아 거북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가 당선하면 러시아는 중국 포위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미국과 손잡고 재기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은 2006년 ‘4년 주기 국방정책 검토보고서(QDR)’에서 중국을 처음으로 잠재적인 적국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인도를 적과 우방의 ‘기로에 선 국가’로 분류했다. 물론 러시아에 대한 평가는 이후 여러 사태로 악화하긴 했다. 하지만 경제력으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중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 과거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중국과 손잡으면서 소련을 견제하고 중국의 번영을 이끌었다. 러시아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반대로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신세계를 꿈꿨을 수 있다. 트럼프도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방법이 묘수라고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 푸틴과 친한 사이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을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상당수 미국인은 트럼프 측이 주적도 제대로 모른 채 선거 캠페인과 국정을 이렇게 산만하게 운영해 온 데 놀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스캔들에도 트럼프의 지지층은 여전히 탄탄하다. 공화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하원 표결에 이어 상원 표결까지 가야 탄핵이 가능한데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공화당은 탄탄한 지지층이 있고 지도부의 리더십도 뛰어나다. 따라서 현재로선 균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물론 민주당이나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특검에서 뭔가를 밝혀내 탄핵까지 밀어붙이고 싶어 한다. 미국 일각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수사 잘하기로 유명한 뮬러 특별검사가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을 찾아낸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명백한 증거가 나오면 여론도 돌아설 가능성이 크고 공화당의 ‘단일 대오’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트럼프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가족, 캠프의 측근들이 러시아와 접촉해 도움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있다고 해도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트럼프는 현재까지의 상황으론 탄핵으로 갈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구멍이 숭숭 뚫린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스타일로 보면 앞으로도 비슷한 실수를 수없이 반복할 우려는 커 보인다. 트럼프는 탄핵의 지뢰밭을 걷고 있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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