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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듀오’가 재벌 개혁, 비정규직 해결 주도, 이견 조율할 컨트롤타워 역할이 성패의 관건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운용 전략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팀이 속속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강력한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57)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난 17일 경제 검찰 격인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으로 지명한 데 이어 22일에는 장하성(64) 고려대 경영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선임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흙수저 출신으로 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2차관까지 오른 김동연(60) 아주대 총장을 지명했다. 이에 더해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장관급)은 대통령의 경제 공약 J노믹스를 갈무리했던 김광두(70) 서강대 석좌교수가 맡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만들었다가 당선 후 결별했던 김 부위원장은 합리적 시장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지명하며 “경제 문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잡아야 한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김동연 부총리, 김상조 위원장이
장하성 정책실장과 호흡 맞출 듯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 이끌어갈
김광두·이용섭 부위원장 역할 주목

부서 간 이견 조율, 대국민 소통 등
대통령이 나서 책임·권한 정리해야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경제 라인은 구조 개혁을 주창하는 진보적 학자 2명에 실무형 관료 1명, 성장론자 1명까지 총천연색으로 이뤄지게 됐다. 그만큼 경제팀 내부의 소통과 의견 조율이 중요해진 셈이다. 장하성·김상조 팀이 재벌 개혁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진보적인 정책을 이끌어가고 이를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내각에서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구도다. 문 대통령은 당초 자신이 위원장을 맡은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의 이견을 조율하는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무실했던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활성화하고 상대적으로 보수적 시장경제론자인 김광두 부위원장을 발탁한 이유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를 롤모델로 삼은 셈이다. 하지만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법률상 NEC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실무 집행 기능이 거의 없어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NEC와 차이가 있다. 김 부의장은 26일 “부처 관료들이나 청와대 수석들이 현안에 대응하느라 놓칠 수 있는 중장기 국가 전략 측면에서 앞으로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분수경제=대기업 압박+바이코리아
관가에서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역할이 줄어드는 만큼 장하성 실장의 활동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기 정책실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정책실장이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각종 사회경제 정책을 입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조직에서 경제·일자리 수석과 경제보좌관은 장 실장의 아래로 들어간다. 예산 문제를 담당할 재정기획관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직속으로 신설되지만, 경제·일자리 수석 외에도 청와대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인 자문회의 간사까지 장 실장 직속의 경제보좌관이 맡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분야에서는 정책실장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이정우 교수가 본인의 전공인 토지공개념에 천착했듯 장 실장은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공정거래위원장으로는 장 실장과 함께 1990년대 후반 소액주주운동으로 삼성의 경영권 편법 승계를 집중 제기했던 김상조 후보자가 내정됐다. 시중에선 두 사람의 성씨를 따 ‘김앤장 듀오’라고 부른다. 이들과 손발을 맞출 금융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임종룡 위원장이 맡고 있다. 임 위원장의 재신임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24일 고려대 경영대에서의 마지막 강의에서 장 실장은 또다시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일부 기득권 세력 위주의 경제 구조를 타파하다 보면 여러분(같은 고학력자)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내게 빨갱이·반기업인 등의 별칭을 붙이며 공격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고용·투자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벤처 창업이 활성화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면 국민에게 더 큰 파이가 돌아갈 것이라는 논리다. 장 실장이 20년 넘게 내세우는 이른바 ‘분수 경제론’이다. 일단 대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레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 마치 폭포수가 떨어지듯 일반 국민도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낙수 효과’와는 정반대 주장이다.
 
시장 일각에서도 일단 새 정부가 적극 추진하려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정책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2007년 11월 이후 약 10년간 1900~2100선에서만 주로 움직여 ‘박스피’로 불렸던 코스피는 2300을 넘겨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한국법인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실적만으로도 코스피가 2600선에 도달할 것”이라며 “올해 중반 이후 새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 따라 주가지수가 3000까지 올라가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주회사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아직 순환출자고리가 남아 있는 현대차, 롯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한 달간 현대차(14%), 현대모비스(23%), 롯데쇼핑(11%)은 일제히 상승했다.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전 정부가 내수 부양 목적으로 도입했던 ‘기업소득환류세’ 같은 세제보다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가 훨씬 더 시장친화적 방안”이라며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90년대 말 ‘바이 코리아’ 같은 기대감이 살아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총리 한 명에 장관급 4명 조율이 과제
문재인 경제팀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 정책에도 힘을 싣는다. 지난 24일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TV 모니터 형태의 상황판에는 고용률, 취업자 수, 청년실업률 등 일자리 지표 14개가 적혀 있다. 문 대통령은 상황판을 앞에 놓고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의 브리핑을 들었다. 일자리위원회 역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직속 조직이다. DJ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을 역임하고, 참여정부 때 국세청장,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장관까지 지낸 이 부위원장 역시 새 정부 경제팀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부위원장과 호흡을 맞출 청와대 일자리수석으로는 안현호(60) 전 지식경제부 1차관이 내정됐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한 기수 선배인 임태희 전 청와대 실장과도 교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MB 정부 인사가 발탁됐다는 점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공통점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자리수석은 범(汎)정부적으로 국가 고용 정책을 관리하게 된다”며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각 부처와 기관의 일자리 정책을 종합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3월 펴낸 저서 『한·중·일 경제 삼국지 2』에서 안 수석은 “중국 경제는 매년 벤처 기업이 360만 개 생겨날 정도로 역동적이지만 한국은 공시생만 40만 명”이라며 “정부의 자원 배분을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중소기업으로 돌려 혁신을 유발해야만 성장·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인 분수경제론과 상당 부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화려한 면면을 갖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까닭에 새 정부 경제 라인의 업무 분장과 조정이 중요해졌다. 부총리 한 명에 장관급만 하더라도 정책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이다. 참여정부 당시 없앴던 경제수석 역시 이번에는 그대로 유지된다. 관가에서 ‘사공이 너무 많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예산을 담당하는 재정기획관이 정책실이 아니라 비서실 직속으로 신설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과거에는 예산 관련 사안을 경제수석에게 보고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이정우 정책실장은 사안마다 대립했다. 당시 재정경제부와 청와대 정책실은 종합부동산세, 법인세율 인하 같은 주요 이슈에서부터 판교 신도시 개발 같은 미시적 분야까지 서로 의견이 달랐다. 이 부총리가 취임 9개월 만에 부동산 문제로 물러난 다음에야 이 같은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제수석비서관과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경제 조직을 분산할 경우 정책 입안자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도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직접 참석해 진행 상황을 챙기고 누가 책임자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혁 등 중장기 과제도 추진해야
선명한 개혁을 기치로 내건 만큼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긴밀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새 정부는 공공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를 확충하는 등 세입 확대를 전제로 한 공약이 많다”며 “야당은 물론이고 대국민 설득에도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일자리 상황판을 보면 TV에 출연해 성장률·인플레이션 등 경제 지표를 그래프로 직접 설명했던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참고하는 듯싶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추진력은 생기겠으나 경제는 쇼 퍼포먼스보다는 민간의 활력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모와 관료들이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수치만 만들어내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중·장기적 구조개혁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소득 중심 성장, 양극화 해소, 재정 지출 확대는 현시점에서 꼭 필요한 시대적 과제”라면서도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업 구조조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같은 정책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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