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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동갑내기 한평생

7만 명의 사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 기간은 70여 년에 달한다. 1946년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는 영국의 종단 연구 프로젝트다. 일명 ‘라이프 프로젝트’로, 한 세대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추적하고 있다. 주제는 ‘무엇이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가’다. 과학 전문 잡지『네이처』의 수석에디터인 저자는 2010년 우연히 영국의 ‘1946년 출생 코호트’ 프로젝트를 알게 된 뒤 지금껏 이를 취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쓴 기사 ‘일생을 통한 연구’는 2012년 영국과학저술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기사’로 뽑히기도 했다. 책의 모태가 된 기사이기도 하다.  
 

『라이프 프로젝트』
저자: 헬렌 피어슨
옮긴이: 이영아
출판사: 와이즈베리
가격: 1만8000원

코호트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영국 최초의 코호트 연구인 ‘1946년 출생 코호트’는 똑같은 시기에 태어난 아이를 조사하는 1회성 연구로 출발했다. 당시 영국의 인구조사위원회는 자국과 식민지에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원인과 인구동향을 살피기 위해 연구의 시동을 걸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몇 달 뒤인 46년 3월의 어느 한 주에 태어난 아기 1만7000명과 산모가 대상이었다. 가정 방문 보건관을 가가호호 파견해 1만3687명의 산모를 인터뷰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1만3687개의 설문지를 일일이 사람 손으로 분류·분석했다. 그 결과 심각한 영국의 계급격차가 드러났다고 한다. 저자는 “최하위층의 아기들은 최상위층 아기들보다 사산율이 70% 더 높았고, 저체중아 비율도 역시 훨씬 더 높았다”며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에 드는 비용도 부유층과 빈곤층 모두 6주치 가족소득에 맞먹는 돈을 출산에 지출했고, 이는 대부분의 가난한 가족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액수였다”고 서술했다. 이 코흐트 연구는 48년 전면 실시된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임신ㆍ출산과 관련된 의료는 무상 지원되고, 출산 수당 및 기간도 늘어났다고 한다.  
 
당시 연구를 주도했던 과학자들은 이 중 5362명의 아이를 추려 그들의 생애를 추적하기로 한다. 전쟁으로 급격하게 변한 나라를 처음 경험하게 될 주인공이자, 무상급식과 무상진료를 받게 될 첫 주자로서 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판단해서다. 정치 개혁이 과연 아이들의 불평등을 해소해줄 수 있는지 연구를 통해 알아보는 게 목표였다.    
 
이를 시작으로 영국의 코호트 연구는 58년, 70년, 91년, 밀레니엄 세대인 2000년까지 각 연도에 태어난 아이들을 추가해 총 7만 여명의 아이들의 일생을 추적하고 있다. 연구를 바탕으로 6000편 이상의 논문과 40권의 학술서로 발표되었다고 한다. 현재 46년생 코호트를 대상으로 치매 연구가, 58년생 코호트를 대상으로 어린 시절의 불리한 출발을 역전시켜 주는 중년기와 노년기의 요인을 알아보고 있다. 70년생 코호트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 계급의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는지 조사하는 대상이다. 20대가 된 91년생 코호트, 10대가 된 2000년생 코호트 연구까지 전 생애에 걸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자라면 누구나 영국의 출생 코호트 연구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저자가 밝히는 이 방대한 연구의 의미는 이렇다. “사람들의 삶을 신중하게 따라가기만 해도 매혹적인 발견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출생 코호트 연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을 드러내고 변화를 불러일으킬 만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출산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 분홍색의 가임 여성 인구 수 지도까지 만든 행정자치부의 노력이 헛되었던 걸까. 태어나 살면서 금수저ㆍ흙수저로 분류 및 확정되는 성공의 공식은 또 어떤가. 한국이야말로 ‘라이프 프로젝트’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인 듯 하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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