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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이 어렵다고요? 동시대 담아 더 공감할 수 있죠”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건축가그룹 다이아거날 써츠의 ‘문, 펼쳐진 시공간’. 사진 스튜디오 밀리언로지즈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건축가그룹 다이아거날 써츠의 ‘문, 펼쳐진 시공간’. 사진 스튜디오 밀리언로지즈

‘문화역서울284’는 나라로 치면, 이상한 나라다. 이 공간 속에 들어서면 동화 속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든다. 1925년 문을 연 옛 서울역 건물은 2011년 복합문화공간이 된 뒤부터, 대합실ㆍ귀빈실ㆍ역장실이었던 ‘그야말로 옛날식’ 공간은 현대 예술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변신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주는 이유다. 마침 7월 23일까지 열리는 상반기 기획전 ‘프로젝트284: 시간여행자의 시계’의 큰 주제는 ‘시간’이다. 작가 17팀의 작품 76점이 문화역서울284의 1~2층 곳곳에 배치됐다. 관람은 무료다.  
 

‘이상한 나라’ 문화역서울284의 신수진 예술감독

여행은 출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옛 출입구 앞에 새 문이 설치됐다. 옛 서울역의 아치 모양의 입구를 본떠 만든 것으로, 낮에는 행인의 모습을 비추고 밤에는 붉게 빛난다. 건축가그룹 다이아거날 써츠가 디자인한 작품 ‘문, 펼쳐진 시공간’이다. 곧 철거될, 서울로7017에서 광장까지 이어져 있는 설치작품 ‘슈즈트리’ 옆에서 지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강렬한 시작이다. 신수진 예술감독과 함께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문화역서울284의 신수진 예술감독.

문화역서울284의 신수진 예술감독.

가장 큰 공간인 중앙홀에 들어서면 홍범 작가의 ‘기억의 잡초들’이 석조 바닥 위에 피어나 있다. 필름을 붙인 아크릴 식물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반사하면서 잡초의 색이 바뀐다. 이같은 몽환적 분위기를 완성하는 것은 오르골 소리다. 홀 가운데 천장 높이 매달린 오르골 작품 ‘흘러내리는 상념’에서 흘러나온다. 작가가 스케치를 하고 구멍을 뚫은 필름이 오르골 상자에 감겨 들어가며 소리를 낸다. 모두 작가의 유년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시간의 컨셉트 중 과거에 속한다.  
 
2층 복도에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피르망의 인체 조각작품이 있다. 초록 니트에 까만 바지를 입은 여자가 상의를 벗다 만 자세로 벽에 기대 서 있다. 어두운 복도에 열린 창문 하나로 빛이 들어오면서 조명 역할을 한다. 자연광을 받은 여자의 뒷모습이 진짜 사람 같다. 신 감독은 “완전히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한, 현재에 붙들린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여행 중 현재를 이야기한다. 작가 최대진은 네온 사인으로 붉게 켜진, 벽의 문장 한 줄로 미래를 고민하게 한다. ‘시간은 살인자다(TIME IS KILLER).’  
 
전시장 내부에 설치된 작품들. 홍범 ‘기억의 잡초들’

전시장 내부에 설치된 작품들. 홍범 ‘기억의 잡초들’

76점의 작품은 방대한 문화역284의 공간 안에서 각각의 시간여행을 떠나고 있다. 작가 손영득의 인터랙티브 작품 ‘외발자전거로 그리다’의 경우 관객을 외발자전거에 올라타게 한다. 발로 페달을 돌리면 대형 스크린의 화면이 속도감 있게 움직인다. 레일을 따라 펼쳐진 상자가 하나씩 열리면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부터 최근의 광화문 촛불시위까지의 장면들이 흘러간다.  
 
올리비에 랏시 ‘델타’

올리비에 랏시 ‘델타’

문화역284에서는 스케줄에 따라 시간을 주제로 한 영화도 상영되고, 공연도 펼쳐진다. 작품 중에는 메시지가 바로 포착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다. 직관적이지 않기에 현대 예술(Contemporary Art)은 난해하게 느껴지는 걸까. 신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손영득 ‘외발자전거로 그리다’

손영득 ‘외발자전거로 그리다’

“고전적인 미술 작품의 경우 아름다움이 학습되어 있다보니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현대 미술은 동시대적인 예술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그만큼 우리 현재에 가까워요. 현대 예술가는 바쁜 현대인을 대신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파고 듭니다. 그런 질문과 만나고 공감하고 상상한다면, 삶이 좀 더 의미있고 풍요롭게 되지 않을까요.”  
 
문화역284가 현대미술을 담아내는 복합문화공간이 된 것도 운명적이었다. 2003년 새 역사가 들어선 뒤 쓰임새를 다한 옛 역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단순한 전시장으로서는 제약이 많았다. 문화재로 지정된 터라 미술품 보관을 위한 항온ㆍ항습장치를 할 수 없었다. 바로 옆 철로에서 기차가 다닐 때마다 진동도 있었다. 소장 기능을 갖춘 전시장으로 공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2015년 부임해 2년간 이곳을 융ㆍ복합문화공간으로 일군 신 감독은 “인근 전시장ㆍ공연장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지려면 작품ㆍ작가 위주의 콘텐트로 채우기보다 문화역의 역사성을 살려 ‘예술 경험’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획전마다 빛ㆍ관계ㆍ이상향ㆍ영웅ㆍ시간 같은 큰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춰 장르 구분없이 작가ㆍ작품을 탐색하며 공간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해 갔다”고 덧붙였다.  
 
문화역서울 284의 미래는? 법인화도 오리무중
문화역284를 찾는 관객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문화역284에 따르면 2014년 16만4697명에서 지난해에는 32만4160명의 관객이 방문했다. 신 감독은 “전시가 없는 날 문화역이 닫혀 있는 경우도 있어 열린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올해부터 중앙홀을 상시 개방하는 상설전을 시작했다. 역사관도 조성해 누구나 문화역을 즐길 수 있게 계획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로7017 개통 이후에는 관객이 확 늘었다. 지난 주말에만 방문객수가 7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열린 복합문화공간 계획의 중점 사업 대다수가 연기된 상태다. 신 감독은 “한 때 소속 직원이 12명 있었지만 지금은 이번 기획전 운영을 위해 임시로 위촉한 사람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의 공식 임기도 지난 3월에 끝났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이번 기획전이 열리는 기간까지만 위촉직 감독을 맡아 전시를 꾸려가고 있다.  
 
문화역284의 미래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부터 문화역284의 위탁운영 계약을 맺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측은 “다음달이면 진흥원의 위탁운영 계약도 끝나지만 아직 문체부로부터 명확한 지침을 받은 게 없다”고 설명했다. 원래 진흥원의 위탁운영은 지난해 6월 종료될 예정이었다. 문체부가 문화역284의 독립 법인화를 고려하면서다. 위탁운영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284의 성격이 서로 맞지 않는만큼 법인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문체부가 직격탄을 맞자, 문화역284의 시계도 멈췄다. 의사결정을 할 주체가 사라졌다. 그 사이 문체부는 6개월씩 두 차례 진흥원의 위탁 운영을 연장하며 임시방편으로 문화역284의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문화역284 관련 전반적인 검토를 거친 뒤 필요하면 법인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위탁운영 계약이 끝나는) 앞으로 한 달 사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우니 진흥원의 위탁운영 연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문화역서울 284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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