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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 범벅인데 맛집? 화나서 직접 막국수집 차렸죠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6회는 막국수(2014년 7월 16일 게재)다.
 

맛대맛 다시보기 ⑥남경막국수
인적 드문 주택가에 하루 600명 찾아
할머니 손맛 내려고 평창 생수만 써
"미련해야 맛이 난다"던 할머니 말 되새겨

남경막국수는 싱싱한 깻잎과 상추를 고명으로 올려낸다. 김경록 기자

남경막국수는 싱싱한 깻잎과 상추를고명으로 올려낸다.김경록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2016년 신천역에서 변경) 먹자거리에서 새마을시장 방향으로 난 좁은 골목. 주택들이 마주한 이 골목은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장사를 안해본 사람도 ‘장사가 잘 될 리 없다’고 확신할 만큼 한산하다. 이런 곳에 ‘남경막국수’가 있다. 일부러 이 곳을 찾아들어온 것이다. 임수호(43) 사장은 2011년 막국수 가게를 내기 위해 가게 자리를 찾다 이곳을 발견했다.  
“부동산에 가서 권리금 없는 안 좋은 자리 없냐고 물어봤죠. 새마을시장 안도 아니고 신천역 먹자거리에서도 골목골목을 굽이 돌아 들어와야해요. 가진 돈이 적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안되는 곳에서 나만의 음식을 팔고 싶다는 도전의식 같은 게 컸어요.”
계약금 300만원을 내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 미용실에 들렀는데 생면부지 미용실 사람들이 모두 임 사장을 말리더란다. “300만원 잃어버렸다 생각하고 계약을 해지하라”면서. 하지만 이 말에 오히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지금은 헐렸지만 가게 건넛집도 너무 마음에 들어 포기할 수 없었다. 기와로 지붕을 올린 옛집인데 마당에 감나무가 있어 마치 시골 할머니집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심심한 맛의 반전
임수호 사장은 할머니 막국수 맛을 재연하려고 반죽할 때 수원지가 평창인 생수만 사용해 손으로 반죽한다. 김경록 기자

임수호 사장은 할머니 막국수 맛을 재연하려고 반죽할 때 수원지가 평창인 생수만 사용해 손으로 반죽한다. 김경록 기자

2011년 5월 드디어 가게를 열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부르던 애칭 ‘남경’으로 상호를 정했다. 동네 사람들 예상대로 역시 손님이 없었다. 어쩌다 찾은 손님들마저 “맛없다”며 화를 냈다. 손님들이 전부 “맛이 심심하다”고 불평하자 임 사장은 슬슬 불안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장사라기보다는 놀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스렸다. 처음 생각하대로 ‘건강한 국수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계속 다잡았다. 곧 임 사장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매일 저녁 7시면 꼭 찾아와 국수를 먹던 백발의 할아버지다. 이 할아버지도 처음엔 ‘못 먹겠다’며 화를 내고 갔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 집 국수를 먹었더니 속이 편하다’며 다시 찾았다. 임 사장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안도했다. 할아버지에 이어 새마을시장 상인과 동네 주민을 비롯해 멀리서도 국수 한 그릇 먹겠다며 찾아왔다. 그렇게 금세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맛없는 ‘맛집’에 화나
막국수 비빔앙념은 손님에 맞춰 그때그때 만든다. 여성은 조금 싱겁게, 중년 남성은 조금 짜게 낸다. 김경록 기자

막국수 비빔앙념은 손님에 맞춰 그때그때 만든다. 여성은 조금 싱겁게, 중년 남성은 조금 짜게 낸다.김경록 기자

임 사장은 막국수가게를 열기 전까지 식음업 쪽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성균관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은 마케팅 회사였다. 어느날 회사가 있던 홍대 근처의 유명 막국수 체인점에 간 게 인생을 바꿨다. 그는 “정말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이었는데 그 국수를 먹고 있는 손님들이 전부 불쌍해 보일 정도로 맛이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할머니가 있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으로 내려갔다. 2006년 일이다.
“어릴 때 할머니가 메밀로 국수를 해줬거든요. 맛없는 국수를 먹는 순간 그걸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집 국수를 알리자, 사람들이 틀림없이 좋아할 거란 자신이 있었죠.”
멀쩡한 직장을 관두고 시골에서 국수를 배우겠다니 부모 속은 까맣게 탔다. 어머니 이화성(69)씨는 “물을 마시다가 그 얘기를 듣고는 물이 목에 걸려 숨이 멎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심지어 친구들은 ‘또라이’라고까지 했다. 여든 넘은 할머니도 말렸다. 하지만 임 사장은 고집을 꺽지 않았다. 꼬박 3년을 할머니 옆에서 배웠다. 할머니가 전문 요리강사가 아닌데 양념 그램 수나 반죽법, 시간 등을 체계적으로 알려줬을 리 없다. 그저 늘 하던대로 손 대중으로 국수를 만들고, 임 사장은 옆에서 지켜봤다. 
 
불편함을 추구하는 이유
임수호 사장은 모든 국수를 직접 만드는데 전자동 기계 대신 손으로 직접  치댄 뒤 기계에 밀어 넣는다. 김경록 기자

임수호 사장은 모든 국수를 직접 만드는데 전자동 기계 대신 손으로 직접 치댄 뒤 기계에 밀어 넣는다.김경록 기자

“할머니는 언제나 ‘시간이 지나면 다 안다’고 했어요. 레시피가 아니라 자기 손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거죠. 또 내 몸 편하면 절대 안되고 미련하게 요리해야 진실된 맛이 난다고 늘 강조했어요. 이제야 그 뜻을 조금 알거 같아요.”
반죽할 때 전자동 기계에 넣어 손쉽게 하는 대신 손으로 치댄 뒤 기계에 밀어넣는 번거로운 과정을 고집하는 것도, 미리 하루치 반죽을 다 만들어 놓지 않고 50~60그릇씩만 하는 것도, 모두 할머니 가르침 때문이다. 양념도 미리 만들지 않는다. 다른 국수집들이 다대기라 불리는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과 달리 고춧가루와 마늘 등을 즉석에서 섞어 양념을 만든다. 또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을 눈여겨 보고 각자에게 맞는 양념을 만든다.
“손님이 여자나 남자냐, 어르신이냐 아이냐에 따라 양념을 조금씩 달리 해요. 여자들은 보통 조금 싱겁게, 중년 남성들은 조금 짠 걸 선호하거든요. ”
고춧가루와 마늘, 간장 등을 주방에 준비해놓고 그때그때 양념을 만든다. 김경록 기자

고춧가루와 마늘, 간장 등을 주방에 준비해놓고 그때그때 양념을 만든다.김경록 기자

흔히 춘천식 막국수엔 김가루와 오이 등이 올라가지만 임 사장은 할머니에게 배운 대로 깻잎·상추 등 싱싱한 채소를 듬뿍 올린다. 반죽할 때도 수돗물을 쓰지 않는다. 진부에서 먹던 막국수 맛을 내기 위해 평창이 수원지인 생수만 쓴다. 처음엔 평창에서 직접 물을 가져와 썼는데 너무 힘들어 수원지가 평창인 생수로 바꿨단다.
 
백화점 입점도 거절
잠실새내역 안쪽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남경 막국수. 

잠실새내역 안쪽의 한적한주택가에 있는 남경 막국수.

‘맛대맛’ 기사가 처음 나간 후 임 사장은 결혼을 했다. 그는 “가게 손님 소개로 아내를 만났고 2016년 아들도 낳았다”고 말했다. 손님도 늘었다. 2014년에도 40석 규모의 작은 가게에 하루 200여 명이나 찾는 통에 늘 북새통이었다. 맛대맛 소개 후 손님이 3배 가까이 늘었다. 하루에 550그릇씩 나갔다. 자리가 없어 돌아간 손님도 많았다. 손님이 늘어도 임 사장은 원칙을 지켰다. 국수는 임 사장 본인이 직접 만드는 원칙 말이다. 
장사가 잘되자 분점을 내자는 제안도 여럿 있었다. 신세계·롯데 등 백화점 입점 제의도 이어졌다.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는 파격 조건을 내세운 곳도 있고 1년 넘게 찾아와 함께 장사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매번 거절했다.  
“사람 써서 더 많이 팔거나 가게를 여럿 내면 더 많이 남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한 그릇의 소중함을 알거든요. 그 소중한 한 그릇을 맛있게 드시는 손님이 고맙고요. 아직 준비가 덜 됐어요. 준비되지 않았을 때 사업 규모만 넓히면 맛이 변할거 같아요.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이나 늦어도 후년엔 내 이름을 건 좀더 큰 규모의 매장을 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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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메뉴:물막국수·비빔막국수 8000원씩, 곱배기 1만원, 시골수육 3만(中)·4만(大)원, 감자전 7000원  ·개점: 2011년 ·주소: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207-13 101호 ·전화번호: 02-417-0060 ·좌석수: 40석(룸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월요일 휴무) ·주차: 6대(가게 옆 주차장)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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