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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장품 덕후’ 김정은, 고급화 지시했지만 … 북한제 품질은 한국의 1970~80년대 수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화장품 덕후’로 알려져 있다. 집권 초부터 북한 화장품의 품질 개선을 독려하는 모습이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기술연구소가 북한 화장품 64개 품목에 대한 성분을 8개월에 걸쳐 분석한 결과를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이 저서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에 담았다. 남 원장은 25일 “품질과 제조기술 수준은 1970~80년대 한국 화장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15년 2월 5일 ‘화장품 덕후’로 알려진 김정은(왼쪽)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화장품공장을 찾아 북한산 화장품의 품질을 고급화하라고 강조했다. [사진 노동신문]

2015년 2월 5일 ‘화장품 덕후’로 알려진 김정은(왼쪽)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화장품공장을 찾아 북한산 화장품의 품질을 고급화하라고 강조했다. [사진 노동신문]

유해성분도 다량 검출됐다. 분석 대상 64개 중 7개 제품에서 사람의 호르몬 내분비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파라벤 계열의 성분이 검출됐다.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한 주름개선용 기능성 화장품인 ‘은하수 크림’의 경우 성분표기에 없는 파라벤 계열 유해성분이 0.0325% 검출됐다. 남 원장은 “북한 화장품의 위생규격 기준이 낮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화장품은 외형은 세련돼 보였지만 평양화장품공장에서 만든 ‘옥류 향수’처럼 용기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내용물이 새어나오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는 “향수를 뿌린 부위에 향이 신속하게 퍼지게 하려면 분사 기술이 중요한데 조악한 수준”이었다며 “용기와 뚜껑이 완전히 압착되지 않는 것은 금형과 플라스틱 제조기술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공장에서 만든 ‘은하수 향수’에 대해서는 “분사 뒤 첫 향이 사라진 뒤 맡게 되는 향이 인공적이고 자극적”이라고 평가했다.
 
남 원장은 “미사일을 지구 밖으로 쏴보낼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북한이 화장품 용기 펌프나 분사기구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64개 제품 중 13개엔 성분 표기가 안 돼 있었다. 이 밖에 ▶표기된 성분 미검출 19개 ▶표기되지 않은 성분 검출 17개 ▶불분명한 성분 검출 9개 제품으로 나타났다. 북한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2년(한국은 통상 3년)으로 돼 있었다.
 
북한 지도자의 ‘화장품 사랑’은 3대째다. 김일성 주석은 한국전쟁 이후 경공업 정책을 펼치면서 화장품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2대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화장품 공장 현지지도에 자주 나섰다.
 
‘은하수 입술연지’는 바를 때 색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원료나 색소 등의 성분이 제대로 표기돼 있지 않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

‘은하수 입술연지’는 바를 때 색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원료나 색소 등의 성분이 제대로 표기돼있지 않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

집권 첫해인 2012년 김정은은 국제부녀절 행사에 참여한 예술인·공로자 700여 명에게 선물할 ‘봄향기 화장품’ 생산을 직접 지시했다. 2015년엔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해 마스카라 제품의 품질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김정은이 “외국의 아이라인, 마스카라는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인데 국내(북한) 생산 제품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며 조목조목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남 원장은 “해외 경험이 많은 김정은은 랑콤이나 샤넬 등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언급하며 북한산 화장품의 품질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화장품을 ‘선물 정치’로도 활용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5월 노동당 7차대회 참가자들에게 평면TV 등의 선물을 증정했고, 12월엔 농업근로자동맹원들에게 은하수 화장품을 나눠줬다.
 
북한 이탈 여성 1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9명(61.1%)이 스킨·로션·크림 등으로 기초 화장만 한다고 답했다. 한 북한 이탈주민은 “한국에 와 하나원에서 화장하는 법을 배웠는데 처음 듣는 얘기가 너무 많아 정말 열심히 들었다”고 말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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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