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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화장품 덕후' 김정은이 공 들이는 북한 화장품, 성분 분석해보니

북한 화장품 회사인 묘향천호합작회사의 '미래' 화장품 세트. 스킨 제품인 '미래 살결물(오른쪽)'엔 비타민C 등의 성분이 표기돼 있지만 성분분석 결과 함유돼 있지 않았다.

북한 화장품 회사인 묘향천호합작회사의 '미래' 화장품 세트. 스킨 제품인 '미래 살결물(오른쪽)'엔 비타민C 등의 성분이 표기돼 있지만 성분분석 결과 함유돼 있지 않았다.

 ‘화장품 덕후’로 알려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초부터 북한 화장품의 품질 개선을 독려했지만 성분 검사결과 유해성분이 다량 검출되는 등 품질이 좋지 못하다는 분석 결과가 24일 나왔다.
 
본지가 입수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기술연구소의 8개월에 걸친 북한 화장품 64개 품목에 대한 성분 분석 결과(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출간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에서다. 남성욱 원장은 “기술연구소는 북한 화장품의 품질과 제조기술 수준은 대략 한국 화장품의 1970~1980년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기능성 화장품인 '은하수 크림'. 한국에선 사용하지 않는 파라벤 성분이 검출됐다.

기능성 화장품인 '은하수 크림'. 한국에선 사용하지 않는 파라벤 성분이 검출됐다.

평양화장품공장·신의주화장품공장 등 북한의 주요 화장품 공장에서 생산된 64개 화장품 가운데 7개 제품에서는 사람의 호르몬 내분비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파라벤 계열의 성분이 검출됐다.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한 주름개선용 기능성 화장품인 ‘은하수 크림’의 경우 성분표기에 없는 파라벤 계열 유해성분이 0.0325% 검출됐다. 남 원장은 “북한 화장품의 위생규격 기준이 낮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옥류 향수'는 용기와 뚜껑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다.

'옥류 향수'는 용기와 뚜껑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다.

북한 화장품은 외형상 세련되게 만들었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용기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내용물이 새어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평양화장품공장에서 만든 ‘옥류 향수’의 경우 용기와 뚜껑이 제대로 맞물려지지 않거나 쉽게 떨어지고 스프레이가 조악해 분사가 약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 측은 “향수를 뿌린 부위에 향이 신속하게 퍼지게 하려면 분사기술이 중요한데 조악한 수준이었다”며 “용기와 뚜껑이 완전히 압착되지 않는 것은 금형과 플라스틱 제조기술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하수 향수'는 내용물이 제대로 분사되지 않고 새는 모습을 보였다.

'은하수 향수'는 내용물이 제대로 분사되지 않고 새는 모습을 보였다.

향수 자체의 품질도 떨어졌다. 같은 공장에서 만든 ‘은하수 향수’에 대해 연구소 관계자는 “향수를 뿌린 후 처음 느껴지는 향이 사라진 후 다음 향이 너무 인공적이고 자극적이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성분표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64개 제품 중 13개엔 아예 성분 표기가 안 돼 있고 ▶표기된 성분 미검출 19개 ▶표기되지 않은 성분 검출 17개 ▶불분명한 성분 검출 9개 등으로 확인됐다. 북한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2년으로 돼 있는데 통상 한국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3년이다.  
 
봄향기합작회사의 마스크팩인 '미안막(美顔幕)'엔 피부 주름개선을 돕는 비타민E 성분이 들어있다고 표기됐지만 실제로는 검출되지 않았다.

봄향기합작회사의 마스크팩인 '미안막(美顔幕)'엔 피부 주름개선을 돕는 비타민E 성분이 들어있다고 표기됐지만 실제로는 검출되지 않았다.

평양화장품공장의 '은하수 입술연지'는 바를 때 색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원료나 색소 등의 성분이 제대로 표기돼 있지 않았다.

평양화장품공장의 '은하수 입술연지'는 바를 때 색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원료나 색소 등의 성분이 제대로 표기돼 있지 않았다.

◇김정은이 ‘화장품 덕후’가 된 까닭은?=북한 지도자의 ‘화장품 사랑’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김일성 주석은 6ㆍ25 한국전쟁 이후 경공업 정책을 펼치면서 화장품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2대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화장품 공장 현지지도에 자주 나섰다.  
 
김정은 집권 시기 들어 첫 해인 2012년 김정은은 국제부녀절 행사에 참여한 예술인ㆍ공로자 700여 명에게 선물할 ‘봄향기 화장품’ 생산을 직접 지시했다. 2015년에는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해 눈 화장품인 마스카라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당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김정은이 “외국의 아이라인, 마스카라는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국내(북한)에서 생산된 것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며 제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했다고 보도했다. 남 원장은 “해외생활 경험이 많은 김정은은 랑콤이나 샤넬 등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북한산 화장품의 품질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2월 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평양화장품공장을 찾아 북한산 화장품의 품질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지난 2015년2월 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평양화장품공장을 찾아 북한산화장품의 품질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김정은의 화장품 사랑은 ‘선물 정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은 목표 달성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북한 주민들이 평소 갖고 싶어하지만 구입하지 못하는 품목을 증정하는 ‘선물 정치’를 활용해왔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해 5월 노동당 7차대회 참가자들에게 평면 TV 등의 선물을 증정했고, 12월엔 농업근로자동맹원들에게 은하수 화장품을 나눠줬다.  
 
하지만 김정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검사결과 북한이 실제로는 화장품 개발에 많은 투자를 못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 원장은 ”미사일을 지구 밖으로 쏴보낼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북한이 화장품 용기 펌프나 분사기구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에 북한산 화장품 64개의 성분 분석을 맡겼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에 북한산 화장품 64개의 성분 분석을맡겼다.

◇북한 여성은 진한 화장을 싫어한다?=북한이탈주민 167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북한 여성들은 진한 화장을 싫어하고 화장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중 99명(61.1%)이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등으로 기초 화장 정도만 한다고 응답했다. ‘화장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27명(16.7%)이었고 아이메이크업, 립스틱 등 색조화장까지 한다는 답변은 11명(6.8%)에 불과했다.  
 
‘북한에서 화장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있냐’는 질문엔 ‘있다’는 답변은 4명(2.5%)에 불과했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한국에 들어와 하나원에서 교육받을 때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줬는데 처음 듣는 얘기가 너무 많아 정말 열심히 들었다"고 말했다.  
 
김록환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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