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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거짓 이전해도 단속 느슨 … 아무도 죄의식 없는 ‘관행’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특정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태어나면 성명·성별·생년월일 등을 거주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주민등록법 6조와 10조에 규정한 내용이다.
 

현장조사 곤란, 적발해도 벌금 그쳐
주민등록법 위반 불법행위 만연
“공직 후보자 위장전입 검증할 때
자녀교육 등 어쩔 수 없는 경우와
투기·탈세 노린 전입은 구분해야”

하지만 이 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기 어렵고, 설령 적발했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법은 존재하나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져 위법이 만연한 위장전입. 이 유령같은 법 조항이 한국의 공직사회를 흔든다.
 
청와대가 지난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위장전입은 공직을 수행할 수 없는 주홍글씨인가. 아니면 눈감아 줄 수 있는 과거의 관행인가. 이 질문은 우리 사회가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잣대를 들이댈 때 눈높이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요구한다.
 
위장전입은 ▶주택·토지 같은 자산 증식 ▶자녀 학교 입학 ▶세금 면제 ▶선거권 행사 목적에서 이뤄진다. 공통점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본인·가족이 실제로 살지 않는 곳에 주소를 등록해 부동산을 사거나, 자녀 학교를 골라 보내거나, 친인척의 선거를 돕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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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부동산 활황기 땐 자산 증식 목적에서 위장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은 아파트 분양 시 해당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1순위 청약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는 주택 공급이 부족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수억원의 차익을 낼 수 있었던 시기였다. 임대주택 공급도 마찬가지다. 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사는 친척·지인의 주소에 이름을 올리는 식이다. 청약가점제에서 최대 가점을 받을 수 있는 ‘부양가족 수’ 요건의 경우 3년 이상 세대주와 같은 주민등록에 등재돼 있어야 한다. 가점을 받기 위해 부모 거주지를 세대주 주소로 옮기는 식이다.
 
과거 양도세 회피, 농지 불법 취득에 이용
 
세금을 안 낼 목적으로 위장전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창규 세무법인 리젠 대표는 “2012년 이전까진 소득세법상 1가구1주택자가 실거래가 9억원 이하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할 경우 양도세를 면제해줬다. 이 규정 때문에 위장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농지를 살 때도 해당 지역에 6개월 혹은 1년 이상 살아야 한다는 거주 요건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은 2015년 폐지됐다. 외지인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해 이미 농업에 종사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데다 사들인 토지도 2년간 허가받은 대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측면을 감안해 규제를 완화했다. 김상석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현재도 농지에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팔 때 양도세를 10% 할증 부과하는 등 일부 규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초·중학교 진학 위한 위장전입은 여전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서울 강남 등 ‘교육 특구’에서 주로 발생했다. ‘강남 8학군’이 대표적이다. 80년 고교 배정 기준이 바뀌어 강남 지역에 사는 학생만 강남 고교로 입학하게 되자 대치·삼성·서초·청담동에 허위 세입자가 몰렸다. 90년대 중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도입하고 고교 내신 성적 반영 비중이 높아지면서 위장전입이 줄었다. 서울의 경우 2010년 거주지에 상관없이 서울 전 지역에서 원하는 일반고교에 우선 지망하는 고교선택제가 시행됐다. 고교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초등학교·중학교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은 여전하다. 지난해 교육부가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육 목적으로 서울 강남·양천구, 경기도 수원·고양·용인시 등에 위장전입했다가 적발된 학생은 1639명에 이른다.
 
선거권 행사를 목적으로 위장전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권을 가지려면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 특정 후보자에게 투표하기 위해 선거구에 살지 않으면서도 위장전입하는 식이다. 2014년 총선 때도 후보자 가족은 물론 친인척까지 동원해 주소지를 모두 옮겨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처벌된 사례가 있다.
 
위장전입이 중대한 범죄란 사회적 인식은 약한 편이다. 직장인 이지윤(27)씨는 “고등학교 때 주소만 서울 도곡동으로 옮겨 놓고 실제로는 멀리서 통학하는 친구가 많았다. 학교에서 위장전입을 알고 있어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단속도 어렵다. 위장전입 주무부처는 행정자치부이지만 실제 단속 권한은 시·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다. 지자체들은 다시 관할 주민센터에 점검을 맡긴다. 위장전입 단속을 담당하는 서울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모든 집을 단속하는 게 아니라 일부 의심되는 집만을 대상으로 한다. 전수조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집집마다 찾아가 주민이 실제 사는지 물어보는 건 주민들한테도 폐가 된다”고 말했다. 설령 단속하더라도 약식기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기 등 다른 범죄와 연루된 경우에만 정식 재판으로 넘긴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위장전입을 통해 남의 재산을 뺏지 않기 때문에 죄라고 못 느낀다. 차라리 학교 진학에 한해 교육청 승인을 미리 받으면 다른 주소지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주민등록법상 예외 규정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영(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장)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자를 검증할 때 부모 부양이나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이뤄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인성·김기환·한영익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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