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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포지션·타순 ‘롤러코스터’ 흔들려도 균형 잡는 추

제프 배니스터 감독의 둘쭉날쭉한 기용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있는 추신수. [중앙포토]

제프 배니스터 감독의 둘쭉날쭉한 기용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있는 추신수. [중앙포토]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선발 라인업에 추신수(35)가 8번타자·우익수로 이름을 올렸다. 샌디에이고 홈 경기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경기여서 추신수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글쎄요. 제가 왜 수비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
 
이날 펫코 파크에서 만난 추신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짧은 말에서 두 가지 감정이 읽혔다. 수비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경기 직전 라인업을 보고서야 자신의 역할을 알 수 있다는 혼란스러움이 묻어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제프 배니스터(52) 텍사스 감독은 추신수를 지명타자로 많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추신수가 네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만큼 컨디션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추신수는 “지명타자뿐 아니라 우익수를 병행한다고 들었다. 팀을 위해 감독님 말씀을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4월 대부분의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기용됐다. 그는 “솔직히 (리듬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수비를 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있으면 타격에서 아쉬운 부분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공격에서도 그의 역할은 불분명하다. 지난달 추신수의 타순은 주로 7~9번을 오갔다. 야구 통계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출루율에서 그는 뛰어난 능력을 자랑한다. MLB 통산 출루율 0.381에 이르는 그를 하위타순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가 상·하위 타선을 연결해주면 좋겠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격력이 떨어지는 텍사스에서는 7~9번 타자가 출루해도 득점 확률이 높지 않다.
 
텍사스 감독 부임 3년째를 맞는 배니스터 감독은 올해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부상에 시달렸던 주포 프린스 필더(33)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애드리언 벨트레(38)는 부상으로 이탈했다.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와 마이크 나폴리(36) 등 베테랑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추신수의 포지션과 타순 문제는 큰 틀에서 그렇게 움직였지만 젊은 선수들 성장이 더뎌 배니스터 감독 입장이 곤란해졌다.
 
추신수는 9일 경기에서 7회 솔로홈런을 날렸다. 10일에는 1번타자로 복귀해 세 차례 출루(1안타, 2볼넷), 11일에도 1번타자로 나서 네 차례 출루(3안타, 1볼넷)했다. 지난 10일부터 텍사스는 10연승을 달리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로 올라섰다.
 
연승 기간 추신수가 가장 뛰어난 기록을 보인 타순은 역시 1번이었다. 올 시즌 전체 성적(타율 0.252, 출루율 0.373)에 비해 1번타순 성적(타율 0.360, 출루율 0.528)이 월등히 좋다. 지난해부터 텍사스 지역 언론들이 배니스터 감독을 비판할 때 자주 거론하는 문제가 추신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팀 성적이 좋아지자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추신수는 2001년 미국으로 떠나 힘든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뒤 2006년 MLB에 올라왔다. 당시 시애틀 구단은 추신수를 우익수로 기용하고, 우익수였던 스즈키 이치로(44·마이애미)를 중견수로 이동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치로가 구단의 제안을 거부했고, 추신수는 마이너리그로 다시 내려간 뒤 이듬해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다. 2015년 1월 추신수가 텍사스로 왔을 땐 10년 전 이치로의 비중과 견줄 만 했다. 이 얘기를 꺼내자 추신수는 “팀마다 사정이 다 다르니까…”라고 말했다.
 
복잡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추신수는 여전히 가장 이른 시간에 야구장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상대 투수들을 다 아니까 예전처럼 분석할 게 많지 않다. 그래도 할 일을 미리 해놓는 게 마음이 편하다. 어떤 역할을 맡을 지 모르지만 난 항상 ‘오늘도 수비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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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