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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신발 끈 팔찌, 수건 인형 옷…버려진 물건에 새 숨 불어넣어요

[미래 직업 탐색] ② 전문 업사이클러
현존하는 직업 중 상당수는 10~20년 후 사라진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죠. 하지만 사회 변화와 함께 새로 생겨나는 직업도 분명 있습니다. 미래 사회에서 유망한 진로는 과연 무엇일까요. 서울산업진흥원(SBA)은 최근 ‘미래형 신(新) 직업군 총서’를 발간하고 총 34개 신직업군을 제시했습니다. TONG이 이들 직업 가운데 일부를 골라 이미 그 일을 하고 있거나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직업인들을 찾아가 봅니다.

혹시 ‘새활용’이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재활용’이 아닌 ‘새활용’ 말이다. 재활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분리수거된 종이·플라스틱·유리 등을 녹이거나, 잘게 자르거나, 부숴서 다시 재료로 쓰는 것을 말한다. 재활용도 물론 환경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재활용을 거치면 원래 물건이 가지고 있던 쓰임새와 가치는 처음보다 떨어지게 된다. 재활용을 위해 또 다시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점도 문제. 재활용이 아예 안 되는 물건도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새활용’이다. 버려지는 물건의 원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디자인과 가치를 담아 전혀 다른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새활용을 영어로 하면 업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전문 업사이클러’라고 부른다.

(소년중앙)업사이클링

 

업사이클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한 ‘나눔의 공간’을 찾았다. 나눔의 공간은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도서와 영상, 업사이클링 작품, 업사이클링 체험 공방 수업(원데이 클래스) 등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운영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가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 제고와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박정실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를 만났다. 박 디자이너는 “죽어가는 옷을 살리는 일이 업사이클링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 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우선 가지고 있는 재료 안에서 아이디어를 찾아요. 아무리 내가 만들고 싶은 디자인이 있어도 재료가 없으면 안 되니까요. 업사이클러는 버려진 물건이라는 한정된 재료 안에서 만들어야 하거든요.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앞에 두고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는 편이에요.”
 

-많은 제품을 만드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공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앞치마요. 청바지 하나를 정말 버리는 부분이 전혀 없이 다 사용했거든요. 다른 옷이나 가방을 만들 때는 최대한 많은 부분을 활용한다고 해도 조금씩 버려지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 앞치마는 하나도 안 버렸어요. 정말 뿌듯했죠.”
 

-업사이클링을 할 때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가게에서 파는 기성복은 대량생산을 해요. 아주 여러 장의 천을 겹쳐놓고 모양대로 한꺼번에 잘라서 많은 옷을 동시에 만드는 거죠. 하지만 업사이클링은 한 번 만들 때 한 벌이나 두 벌밖에 만들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사이즈가 서로 다르게 나오기도 해요. 손으로 일일이 하나씩 작업하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물건에 가치를 불어넣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요.”

[사진제공=래코드]

[사진제공=래코드]

 

 

–업사이클링 재료 중에 특별히 다루기 어려운 것이 있나요.
“겨울에 입는 오리털 패딩이 많이 버려지는데 털로 채워져 있어서 작업이 힘들어요. 또 군대에서 사용하던 텐트를 가져와서 쓰기도 하는데, 두꺼워서 봉재하기가 힘들고 먼지도 많이 나오죠. 오래 묵혀둔 것을 가져다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최대한 깨끗하게 새 제품으로 만들어 내려고 해요.”
 

업사이클러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지만 환경을 위해서 이런 일을 한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주고, 또 그런 제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업사이클링 제품은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한 번에 한 두 벌밖에 못 만들어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한 벌 한 벌이 모두 소중한 옷이죠. 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아직은 어려운 점이 많아요. 많은 분들이 가치를 알아주셔야만 이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업사이클링에 대해 알리는 일도 보람 있습니다. 학생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면 미래에는 더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예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대학원 다닐 때 교수님이 보여주신 다큐멘터리를 본 후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지금 현재 지구의 환경오염이 제로(0)라고 쳐도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가 힘들어질 거라는 걸 학자가 설명해주는 내용이었죠.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특히 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요즘은 친구들이 백화점 갈 때 저는 공사장에 가요(웃음). 버려지는 건축자재 같은 것들이 뭐가 있나 보려고 가는 거죠. 버려지는 물건에 관심이 많다 보니 길을 다니면서도 그런 게 보이는 거죠. 저는 재개발 구역의 집 허무는 곳 가는 게 참 재밌어요. 집이 헐리고 남아 있는 녹슨 벽이나 문짝, 나사 이런 것들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 좋아요. 세월이 묻어나고 흔적과 스토리가 있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앞으로 업사이클링이라는 분야가 정말 유망할까요.
“무궁무진한 분야죠.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업사이클링은 앞으로 유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쓰고 버려지는 자원이 얼마나 많아요. 그만큼 업사이클링할 자원도 많다는 얘기죠. 또 사람들이 똑같이 찍어져 나온 기성복보다 나만의 개성이 담긴 옷을 더 찾게 될 거고요. 세상에 많은 디자인이 있지만 사람들 기억에 남기는 사실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특수한 경쟁력이 있는 디자인이죠. 또 일반 기업에서 디자인을 하게 되면 비슷한 일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업사이클링은 매번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고 손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에 더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업사이클링이라는 분야는 아직 노하우나 관련 기술, 기계 개발 등 연구가 미흡하긴 해요. 앞으로 축적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죠. 사람들의 관심과 인식 측면에서 본다면 외국이 확실히 앞서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재활용한 건데 왜 비싸냐’고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가치를 알아봐주시고 ‘뭘로 만든 거냐, 어떻게 만들어졌냐’ 관심 있게 질문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업사이클러가 되고 싶은 친구들은 어떤 걸 준비하면 좋을까요.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이 좋아요. 여러 가지 소재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이 좋겠죠. 제 경우에는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여성복 회사에 근무하다가 대학원 진학 후 환경에 관심이 생겨서 이 곳 ‘래코드’로 오게 됐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업사이클링을 왜 하려고 하는지,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환경을 위한 패션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화학적 염색을 하지 않거나,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하거나. 재활용되기 쉽도록 한 가지 재료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 수도 있죠. 폴리에스터 옷이라고 해도 옷에 면이나 단추가 섞여 있으면 그대로 녹이기 힘든데 소재를 통일해주는 거죠. 업사이클링 건축 분야도 있어요. 손 씻은 물이나 빗물을 재활용하고 햇빛을 활용할 수 있는 건축 디자인을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가끔 보면 학생들이 눈에 보이는 직업 외에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나 대체에서 보여주는 디자이너, 의사, 변호사 같은 직업만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디자인 분야만 해도 정말 많은 종류의 디자이너들이 있고 세분화된 직업이 많아요. 모든 직업들이 다 의미 있고 소중하죠. 관심을 갖고 잘 알아보면 자신에게 맞는 길, 맞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년중앙)업사이클링
나눔의 공간’ 추천 도서
『새활용이 참 좋다』 안혜경 저, 소란 출판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루스 스타일스 저, 정수진 역, 가지 출판
『노 임팩트 맨』 콜린 베번 저, 이은선 역, 북하우스 출판

;코드
버려지는 제품들에 새 생명을 공급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이미 만들어진 제품 중에 적합한 상품을 골라낸 뒤 해체하고 조합해 새롭게 디자인한다. 바지가 원피스로 바뀌고 여러 벌의 옷이 하나로 조합되기도 한다. 코오롱 인더스트리㈜ 패션브랜드의 의류 가운데 3년 넘게 판매되지 않은 것, 정해진 사용 기간이 지났거나 불량품인 군 텐트, 낙하산, 자동차 시트, 에어백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다. 한정된 제품만 소량 생산된다.
 

 

  

 

전문 업사이클러란?

버려진 제품을 업사이클링하여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사람들을 말한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활용(리사이클링)이 아닌, 창의적인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가치가 한층 높아진 물건을 만드는 활동이다.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문 업사이클러들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환경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인기가 많은 직업.
 

필요한 역량은?

평소 폐자원에 관심이 많거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디자인 역량과 업사이클링에 접목해 특화시키고자 하는 아이디어(기획·HR·마케팅·유통·영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전문 업사이클러에 도전해볼 만하다. DIY 경험, 교육 관련 경력이 있거나 환경 관련 국가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업사이클링 메이커·디자이너 : 관심을 가지고 있던 특정 폐자원을 소재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하는 직업.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창업할 수도 있고 기존에 있는 업사이클링 회사에 들어가거나 일반기업·공공기관의 친환경디자인·지속가능경영·사회공헌·환경·자원 등 관련 분야에 취업할 수도 있다.
 

-업사이클링 강사 : 지자체 단위로 대단지 업사이클링 센터가 생겨남에 따라 업사이클링 교육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업사이클링 아티스트(작가) : 폐자원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설치품·예술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한다.

-업사이클링 관련 유통·마케팅 분야 등의 전문가 : 업사이클링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자원 확보 및 제품 판매에 관한 업무를 맡기도 한다.
 

(자료: 서울산업진흥원)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영상=전민선 프리랜서 기자 jeon.min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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