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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획] 석달 째 학교 숙제 안내줬더니… "부담 줄어 환영""아이 수준 몰라 답답" 엇갈린 학부모 반응

직장맘 유모(40·서울 영등포구)씨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의 ‘학교 뒷바라지’가 한결 편해졌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희망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궁금한 점 물어보기’ ‘살고 싶은 집 만들어오기’ ‘가족 신문 만들기’ 같은 과제 때문에 아이를 대신해 남편과 함께 숙제를 하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아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사실상 '부모 과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학교 숙제라곤 일주일에 한 번 읽은 책을 한두 문장으로 적는 독서록뿐이다. 유 씨는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수준의 숙제가 대부분이라 부모 부담이 훨씬 줄었다”고 반겼다.
 
반면 초등 1학년 딸을 둔 주부 김지영(43·서울 성동구)씨는 요즘 아이에게 다시 한글 학습지를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아이가 얼마전 어버이날에 건넨 카드 때문이었다. 
 
반가운 카드였지만 맞춤법과 필체가 엉망인 게 문제였다. 김 씨는 “학교에서 숙제도 거의 안 내고 받아쓰기도 안 시키다 보니 아이가 받침 있는 글자 쓰기에 서툴고 필체도 엉망”이라며 “사교육은 가급적 피하고 싶지만, 어릴 때 습관이 중요한 맞춤법과 글씨 연습은 꾸준히 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받아쓰기는 물론 '글씨 따라 쓰기' 등의 숙제도 없어지자 "맞춤법이라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학습지나 공부방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중앙포토]

받아쓰기는 물론 '글씨 따라 쓰기' 등의 숙제도 없어지자 "맞춤법이라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학습지나 공부방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중앙포토]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초등 1, 2학년의 한글·숫자 등 기초교육을 학교가 전담하고 숙제도 없애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안성맞춤 교육'을 올해 처음 도입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학교 숙제에 얽매이는 대신 독서나 체험 등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독려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행 석 달째에 들어서면서 학부모들 간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부담이 줄어들어 환영하는 학부모가 많지만, 숙제가 없어진 탓에 아이의 학습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실제로 본지가 교육업체 아이스크림홈런 초등학습연구소와 함께 초등 1·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6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6.7%가 '숙제 없는 교실’의 취지에 찬성했다. 그동안 학교 숙제가 부모에게 꽤나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학부모는 33.3%였다.     
설문조사: 아이스크림홈런 초등교육연구소, 설문대상: 서울 거주 초1~2학년 학부모 63명

설문조사: 아이스크림홈런 초등교육연구소, 설문대상: 서울 거주 초1~2학년 학부모 63명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좀 다르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 방침대로 숙제를 아예 없앤 것에 만족하는 학부모는 7.9%에 불과했다. 대신 '엄마의 개입 없이 아이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숙제'(60.3%)나 '학습이 아닌 독서와 일기쓰기 숙제'(19%)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서울 발산초 2학년생의 학부모 이모(38)씨는 “작년엔 아이 숙제를 도와주며 학습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아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했는데, 올해는 도통 알 길이 없다"며 "아이가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항초의 학부모도 “숙제도 공부의 일환인데, 적정한 수준의 숙제가 있어야 예습·복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숙제를 줄이거나 없앤 것이 사교육 줄이기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도 확인됐다. 설문 결과, 학교 숙제가 사라진 뒤  '사교육을 줄였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변동 없다'가 90.5%였고, '오히려 늘였다'도 7.9%였다. 
 
초1 딸을 둔 최모씨(43·서울 성동구)는 “당장은 숙제가 사라져 부담을 던 것 같지만, 3~4학년이 되면 갑자기 학습 수준이 높아지고 숙제도 많아져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마냥 놀 수만은 없다"며 "같은 반 부모들과 함께 영어와 수학학원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아이스크림홈런 초등교육연구소, 설문대상: 서울 거주 초1~2학년 학부모

설문조사: 아이스크림홈런 초등교육연구소, 설문대상: 서울 거주 초1~2학년 학부모

 
혼란을 겪기는 초등학교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북의 한 공립초 2학년 담임인 한모 교사는 “교과서에도 ‘집에서 해보세요’ 등의 활동거리가 제시돼 있고, 단원의 분량도 학교 수업과 가정학습을 병행해야 진도를 맞출 수 있게 구성돼 있다"며 "그런데 무조건 '숙제를 없애라'는 교육청의 정책은 교과서의 제작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사립초의 초2 담임 교사는 “학기 초에 일절 숙제를 내지 않았더니 ‘아이 수준을 파악하기 힘들어 학원에 보내고 싶다’는 학부모의 항의를 받았다"며 "결국 하루에 A4 한장 분량의 수학 문제를 내주고 있는데, 오히려 학부모들이 안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숙제 없는 학교' 정책에 대해 "과제를 부여하는 것은 교사의 재량"이라며 "교육청이 정책으로 숙제를 없애라 지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포토] 

'숙제 없는 학교' 정책에 대해 "과제를 부여하는 것은 교사의 재량"이라며 "교육청이 정책으로 숙제를 없애라 지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포토]

이에 대해 경인교대 정문성 교수는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숙제 대신 체험과 독서 등 창의적인 활동을 강조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시도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치열한 고입·대입 등 현실을 감안하면 학교 숙제가 없다고 공부를 안 시킬 학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학부모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교육과정의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현실성있는 절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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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