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경신(更新)하러 가던 서킷, 갱신(更新)하러 가다 (상)> 편에서는 갱신 과정의 첫 단계인 필기시험 단계를 이야기해봤다. 이번엔 실기시험, 바로 주행이다.

구두라고 해서 주행을 못 할 리 만무하나 발바닥 전체로 차의 피드백을 느끼기엔 제한이 있다. 레이싱 슈즈를, 아니면 최소한 창이 얇은 드라이빙 슈즈를 권장하는 이유다. 언제나 레이싱 슈즈와 글러브, 헬멧과 한스, 발라클라바를 차에 두고 다닌 것이 처음으로 쓸모가 있었다.

실기 주행을 앞두고 차량들이 피트레인에서 대기중이다. 사진 : 박상욱 기자

이날 서킷 라이선스 갱신에 나선 드라이버는 3명에 불과했다. 이정도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자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사진 : 박상욱 기자
빨라지고 싶다면 먼저 천천히 달려봐야
그런데 뜻밖에도 페이스를 낮춘 라이선스 '갱신'만을 위한 주행은 결과적으로 기록 '경신'에도 도움이 됐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양을 최소화하면서 전반적인 주행 속도는 느려졌지만 덕분에 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트랙의 기울기와 곡면의 변화, 연석 마다의 크기와 높이 등의 차이, 차량의 하중이 이동하는 양상과 별다른 스키드음 없이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는 속도 등등. 무조건 빠른 기록을 내겠다며 연신 자동차를 몰아붙일 때에는 미처 느끼지 못한 부분이다.
두번째 갱신으로 '인제 3년차'에 접어들었다. 무리 없는 주행이었지만 랩타임은 생애 첫 서킷 주행보다 빨랐다. 분명 첫 주행에서 타이어는 비명소리를 내질렀는데, 더 빠른 랩타임을 낸 이번 주행에선 아무런 스키드음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럼 얼마나 부질없이 타이어만 태워왔던 것인가' 되돌아보게 됐다. 2018년 갱신 주행 때에는 또 2017년의 주행이 얼마나 모자랐는지 깨닫게 될거라 생각하니 겸연쩍어진다.
실제 프로 선수들은 대회에 앞서 서킷을 천천히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미 수천바퀴의 랩을 소화한 선수들도 대회 직전엔 반드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다시금 트랙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가까이에서 볼수록 포장면의 세세한 부분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이들처럼 서킷을 거닐며 상세히 포장면을 살펴보는 일은 아마추어 드라이버에겐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는 없어도 천천히 돌아보는 것으로 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될 때, 이 '느림'은 '빠름'을 향한 답을 줄지도 모른다.
![[사진 Mercedes AMG DTM 홈페이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27/0a862930-1c31-4059-8050-50dbecbec890.jpg)
[사진 Mercedes AMG DTM 홈페이지]
서킷의 포장면이 3차원이듯 자동차의 움직임도 3차원이다. 오른쪽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차체는 왼쪽으로 기울고, 왼쪽으로 돌리면 오른쪽으로 기운다. 가속을 하면 뒤로, 감속을 하면 앞으로 기운다.
상하좌우 굽이진 코너를 상하좌우 움직이는 자동차로 돌아나가는 것이 바로 코너링인 셈이다. 1개의 코너를 지나는 몇초의 시간 동안 드라이버는 ① 감속하고, ② 스티어링휠을 조작하고, ③ 재가속하는 등의 행동을 수행한다. 그 사이 ① 노면의 경사, ② 노면의 좌우 기울기, ③ 차량의 전후 하중 이동, ④ 차량의 좌우 하중이동, ⑤ 타이어의 마찰력 등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는 각종 고려사항을 최소한으로 추린 것으로, 코너링은 그저 '핸들(스티어링휠의 잘못된 표현)을 꺾는 것' 쯤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진 : JTBC 정치부회의
모터스포츠 다이어리의 다음 이야기는, 한때 인터넷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키워드, '코너링'이다.
'다이어리'를 핑계 삼아 코너링에 대한 공부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쁨에 넘쳐 식은 땀이 난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