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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경유차 사면 죄인? 손해? '2030년 퇴출' 논란 따져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로 찾아간 현장은 서울 양천구의 은정초등학교다. 지난 15일이었다. 당시 학교에선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 행사가 열렸다. 이날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 지시도 내렸다. 새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난달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이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난달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이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세먼지와 관련해 경유차 퇴출도 공약했다.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를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등록 차량 중 경유차 비중은 42%(917만456대)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6.36%로 차종 중 가장 높았다. 대통령의 공약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과연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인지, 지금 경유차를 사면 손해 보는 것인지, 팩트체크 해봤다.
 
 
◇경유차 퇴출은 불가능=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를 모두 없애려면 당장 5~6년 내에 경유차 판매를 아예 중단시켜야 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만약 몇 년 안에 경유차를 아예 못 팔게 강제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완전히, 한순간에 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복잡한 문제도 얽혀 있다. 경유차가 사라지면 다른 차가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대안으로 거론되는 LPG 차량 등이 늘어날 경우 다른 문제가 생긴다. 미세먼지는 줄어들지 몰라도, 탄소 배출량은 가스 차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 문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환경 이슈 중 하나다. 당장 미세먼지 감축만 보고 단순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서울시 미세먼지 배출원별 비율

서울시 미세먼지 배출원별 비율

 
전기차를 늘리면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그 경우 전기 공급량도 늘어야 하는데 그에 따른 또 다른 오염물질 배출이 문제다. 신재생에너지로는 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없어서다. 그러면 왜 이런 공약을 내놓은 것일까. 일부 전문가는 새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과 경유차 퇴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한 원인일 뿐=현재까지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지난 3월 환경부에선 미세먼지의 최대 86%가 해외에서 유입된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1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 비중이 최대 70%라고 밝혔다. 해외 비중이 들쑥날쑥한 것처럼 경유차가 미세먼지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지도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자동차 연료별 등록현황

자동차 연료별 등록현황

 
다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중 개인용 경유차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 비중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지난해 6월과 7월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특별대책’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사업장(41%)이었고, 건설기계를 포함한 경유차(28%)는 2위였다. 그러나 이 28% 안에서도 건설기계나 대형 노후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고, 일반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은 훨씬 적다. 이 때문에 건설기계ㆍ장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의 비율은 많아도 10% 안팎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경유차가 내뿜는 오염물질들이 이후 미세먼지로 변하거나, 미세먼지가 아닌 다른 종류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맞기 때문에 크게 봤을 때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다. 다만 직접적인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13개 지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전국 13개 지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개인용 경유차의 경우 노후한 차도 별로 없고, 유로5나 유로6 기준에 맞춰 출시되기 때문에 개인용 경유차를 없애는 것은 미세먼지 감축과는 사실상 별 관계가 없다. 진짜 필요한 것은 건설기계나 대형 화물차에 대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물차의 경우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나와 있지도 않아서 오염물질 배출저감장치를 설치하는 정도밖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경유 세금 올라갈 가능성은 있어=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나오고, 경유에 붙는 세금이 올라간다는 말도 있어 지금 경유차를 사면 손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과연 경유차를 사면 손해를 볼까. 이 점은 아직 불확실하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유차가 단시간에 사라질 일은 없지만, 정부 의지나 분위기를 봤을 때 세금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인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세금과 관련해선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를 달리는 대형 화물차들. 장진영 기자

도로를 달리는 대형 화물차들. 장진영 기자

 
경유차 세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도 아직 많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경유 세금을 올려서 얻을 수 있는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작기 때문에 담뱃세를 올렸을 때처럼 세수만 늘고 효과는 없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휘발유 등 다른 연료와의 상대적인 가격이나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을 고려해야 해 조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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