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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의료비 책임지는 4050, "자녀에겐 부담주기 싫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년 환자의 옆모습. 4050 중년층은 노부모의 의료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년 환자의 옆모습. 4050 중년층은 노부모의 의료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부산에 사는 김모(59)씨는 요양병원에 있는 여든다섯 노모를 매주 한 번꼴로 찾아뵌다. 김씨의 어머니는 허리를 많이 다쳐 거동이 불편한 데다 치매까지 겹치면서 3년 넘게 요양병원에 머무르고 있다. 매달 드는 비용은 입원비와 각종 진료비를 합쳐 100만원 안팎. 장남인 김씨가 50~60만원을 부담하고 동생 3명이 나머지를 내고 있다. 그는 "당연히 자식 된 도리로서 어머니 의료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고정적인 소득이 있는 게 아니라 매달 내는 비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미혼인 33살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항상 머릿속엔 '딸의 결혼'과 '노후 대비'가 맴돌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딸 결혼시킬 돈을 모아놓긴 했는데 더 모아야 할 거 같다"며 "아내는 그나마 실손보험이라도 들어놨는데 나는 당뇨병이 있어서 보험도 못 들었다. 노후 의료비가 걱정은 되지만 재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10~20년 뒤 본인이 아파도 딸에게 손을 벌리지 않겠다는 생각뿐이다.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아요. 내가 움직일 힘이 있을 때 생활비나 의료비라도 벌려고 노력하죠. 자식이 뭘 해주는 게 반갑지도 않고 해주길 원하지도 않아요."
  
  김씨와 같은 4050 중년층은 부모 의료비를 상당수 부담하고 있지만 향후 자녀에게서 본인 의료비를 지원받고 싶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17일 부모(배우자 부모 포함)를 직접 부양했거나 경제적으로 지원한 적 있는 40~59세 남녀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70대 노인이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료를 마친 치매 환자 부인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고 있다. 4050 세대의 부모 4명 중 3명은 다양한 질환으로 입원하거나 장기간 통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70대 노인이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료를 마친 치매 환자 부인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고 있다. 4050 세대의 부모 4명 중 3명은 다양한 질환으로 입원하거나 장기간 통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절반(48.1%)은 부모 부양에 부담을 느꼈다. 특히 의료비(48.9%)와 생활비(47.6%) 등 경제적 부담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이는 노부모가 병원을 자주 찾는 것과 이어진다. 응답자 부모 4명 중 3명(75.6%)은 암, 고·저혈압, 뇌혈관 질환 등으로 입원을 하거나 장기간 통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4050 세대의 절반 이상(58.8%)은 부모보다 본인이 부모 의료비를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비율이 4명 중 1명(23%) 수준인 반면, 부모가 모두 내야 한다는 응답자는 0.7%에 그쳤다. 만약 감당하기 어려운 부모 의료비가 발생할 경우에도 '빚을 내서라도 의료비를 마련'(32.8%)한다는 생각이 '치료 포기'(0.9%)보다 훨씬 강했다.
 
 실제로 이들이 부담하는 부모 의료비는 얼마나 될까. 부모가 입원·장기 통원으로 치료를 받은 응답자의 44.4%는 그 비용을 직접 부담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본인 외의 자녀(형제ㆍ자매)가 부담한다는 비율도 38.8%였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부모 의료비를 부담한 사람의 절반(48.2%)은 총 1000만원 넘게 지출했다. 3000만원 이상 쓴 경우는 20.5%, 1억원 이상도 2.4%에 달했다.
  부모를 모시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엔 '물음표'가 붙었다. 응답자의 84.9%는 자신의 노후 의료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빠듯한 가계 상황(58.7%)에다 자녀 양육·교육(52.7%)까지 겹쳐 노후 의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이 많았다.
'낀 세대' 4050 상황은...
  미래에 본인의 노후 의료비를 자녀에게 의존하는 것에는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본인의 의료비를 자녀가 부담해야 하냐는 질문에 '당연하지 않다'는 응답이 10명 중 6명(60.2%)에 달했다. 반면 '당연하다'는 비율은 9%에 그쳤다. 또한 '싫다'(61.6%)거나 '미안하다'(73.9%)는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현재의 중년층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 하는 첫 세대'로 불린다. 부모와 자녀, 둘 다에 대한 부양 책임을 가지는 '낀 세대'라는 의미다. 이수창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장은 "중년층이 노후에 행복해지려면 부모·자녀를 부양하는 것만큼 자신의 노후 의료비를 미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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