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재벌 저격수' 김상조, 문재인 정부 첫 '경제 검찰' 수장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가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던 모습. 최정동 기자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가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던 모습. 최정동 기자

‘재벌 저격수’가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이 된다.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경북 구미 출신의 김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 소위 책임전문위원, 한국금융연구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특히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200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으며 소액주주 권리 증대, 대주주 전횡 견제 활동을 해왔다. 
 
주요 대기업의 아픈 곳을 콕콕 집어내며 ‘재벌개혁 전도사’라는 명칭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6일에는 국회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삼성의 지배구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3월부터 문재인 당시 후보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의 재벌 관련 공약을 가다듬는 데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집에는 김 내정자가 깊이 관여한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이 포함돼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방지▶재벌의 갑질 횡포에 대한 규제 확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권한확대▶조사활동 방해에 대한 처벌 강화▶불법행위에 대한 신속한 조사 및 법 집행 역량 강화▶공정위의 대기업 전담부서 확대 등이 담겨있다.
 
김 내정자가 문재인 정부의 첫 공정위 수장에 내정되면서 공정위의 역할은 이전 정부보다 커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공정위 내 특정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조사국’과 같은 조직이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조사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신설됐지만 ‘과잉 규제’라는 기업의 반발이 이어지며 지난 2005년 폐지됐다.
 
 
자료 더불어민주당 공약집

자료 더불어민주당 공약집

‘재벌 개혁’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재계는 바싹 긴장하고 있다. 다만 김 교수의 최근 행보는 ‘재벌개혁 강경론자’보다는 ‘현실주의자’에 더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최근 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법으로 규제하는 것으로만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시장의 힘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억지로 규제법을 만들어도 기준이 어중간해질 수밖에 없다”며 “상위 재벌에겐 효과가 없고, 하위 재벌에겐 과잉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자가 10대 그룹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을 주장했던 것에 비하면 김 내정자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다.  익명을 원한 공정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강성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합리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상조 교수가 지난 9일 본지와 한 인터뷰 내용. (인터뷰는 나현철 논설위원이 했다.) 
 
경제민주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김상조(55) 한성대 교수다. 1999년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200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으며 소액주주 권리 증대와 대주주 전횡 견제 활동을 해왔다. 재벌의 약점을 콕콕 집어내 ‘재벌 저격수’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린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원로 보수 경제학자인 김광두 서강대 교수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특히 재벌정책을 가다듬는 데 힘을 보탰다. 곧 있을 조각에서 공정위원장 유력 후보로도 거론된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 9일 오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4층 추미애 대표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질의 :20년간 시민운동을 하다 정치권에 간다니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응답 :“많이 고민했다고만 말씀드리겠다. 새 정부가 제대로 개혁을 하는 데 내가 가진 전문성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나.”
 
질의 :문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은 없지 않나.
응답 :“세미나 등에서 가끔 공적으로 마주치거나 토론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캠프 쪽에서 김광두 교수님과 함께 보자는 연락이 왔다. 후보가 경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연말에 시내 모처에서 만나 두 시간을 토론했다. 이후 일주일 간격으로 네 번을 더 만났다. 모두 10시간쯤 스터디를 같이 했다.”
 
질의 :왜 만나자고 했던 건가.
응답 :“스스로 ‘준비된 대통령’을 자부하지만 경제만큼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하셨다. 특히 경제민주화가 그랬다. ‘재벌이 번 과실을 서민과 중소기업에 나눠준다’는 김종인식 경제민주화가 맞는지, 성공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고 계셨던 것 같다. 이 상태로 집권해서 실패하면 대한민국과 민주당 둘 다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보였다.”
 
질의 :어떻게 답했나.
응답 :“김종인식 경제민주화는 낡은 시대의 접근법이다.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김광두 교수님과 의견이 같았다.”
 
질의 :김종인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나.
응답 :“김종인식 경제민주화는 80년대 후반 ‘3저 호황’ 때 만들어졌다. 모든 기업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벌던 시대다. 그 돈을 좀 나눠주자는 단순한 인식이 경제민주화였다. 성장을 전제로 낙수효과(Trickle down)를 내는 방식만 조금 조정하자는 거다. 한편으론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며 경제 권력이 정치까지 좌우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선 곤란하니 대통령의 의지로 재벌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 것이다.”
 
질의 :지금 상황에 대입하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응답 :“시대가 달라졌다. 지금은 성장 자체가 느려졌다. 돈을 버는 재벌도 소수다. 덩치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상위 4대 그룹 자산이 30대 그룹 자산의 절반이다. 10대 그룹 아래는 버티기 급급하거나 부실 징후까지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통해 억지로 성장의 과실을 나누게 한다고 효과가 있을까? 재벌 저격수라는 저 자신이 의문을 갖게 됐다.”
 
 
질의 :그러고 보니 후보 시절 10대 공약에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안 보인다.
응답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너무 김종인 전 대표와 연결돼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업데이트된 버전이 각 공약에 고루 녹아 있다.”
 
질의 :경제와 시장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응답 :“3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소액주주 운동, 외국인 주주, 국민연금이 등장했다. 대통령이 법으로 규제하는 것으로만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시장의 힘을 존중해야 한다. 억지로 규제법을 만들어도 기준이 어중간해질 수밖에 없다. 상위 재벌에겐 효과가 없고, 하위 재벌에겐 과잉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번 하림과 다음의 대기업 집단 신규 지정 논란이 이를 보여준다.”
 
질의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후보 시절 “4대 재벌이나 10대 재벌에 집중하겠다”고 한 건가.
응답 :“그렇다. 그 말씀을 하시기 전날 이런 얘기를 했는데 바로 받아들이시더라.”
 
질의 :하지만 새로운 규제나 법 없이 이들을 제대로 감독할 수 있을까.
응답 :“재벌개혁 이슈 중 경제력 집중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나눠 접근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은 몇 개 상위 재벌의 문제다. 국민연금과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고 현행법을 엄정하게 적용하면 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상장사 전체의 문제다. 경제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상법을 일부 손보고 주주권행사모범규준(스튜어드십)을 도입하면 많이 좋아질 것이다.”
 
질의 :민주당에서 표방해 온 재벌개혁 방식이 많이 바뀔 것 같다.
응답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정부 주도에서 시장 주도로 중점이 옮겨졌다. 지난해 총선 때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기존 순환출자 해소 공약이 이번엔 주요 공약에서 빠졌다. 주총 관련해서도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도입’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또는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바뀌었다. 둘 다 도입하면 상충할 여지가 있다.”
 
질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다.
응답 :“그건 절대 아니다. 표적 조사와 같은 단기 처방을 쓰지 않고 장기적으로 ‘올바로 행동하라’는 시그널을 줘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시대와 대상이 달라진 만큼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6개월 하다 마는 개혁이 아니라 5년 내내, 그 이후에도 지속되는 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캠프 회의 때 직접 하신 말씀이 있다. ‘시장친화적, 사후적 방식으로 간다고 나의 의지를 의심하지 말라. 의지가 약화된 게 아니라 방법이 합리화된 것이다’라고 하셨다.”
 
질의 :그래도 시민단체에선 명시적인 법과 규제를 요구하지 않겠나.
응답 :“얼마 전 경실련과 참여연대 토론회에 갔다가 각각 30여 가지 정책과제를 전달받았다. 그런데 하나하나가 다 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더라. 시간이 걸리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행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질의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재벌개혁이 기업을 위축시켜 역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응답 :“대통령이 가장 고민한 게 그 부분이다. 경제민주화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일자리와 연결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내 삶의 문제라고 느끼고 지지할 수 있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면 목표는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도 재벌개혁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좋은 경제를 위한 중간 단계라는 인식을 하고 계신다.”
 
질의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응답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 관계, 혹은 하청 관계를 생각해 보자.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종속돼 있어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이것만 풀어줘도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몇 년 전 현대차가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들이 다른 완성차 회사에도 팔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줬다. 그러자 GM이나 벤츠에도 한국 부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부품업체가 성장했고, 민간부문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질의 :일자리 얘기가 나왔는데 ‘81만 개 공공일자리’가 선거 때 논란이 됐다.
응답 :“일자리는 시급한 문제다. 정부와 민간 투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민간의 몫이라면서 뒷짐을 지면 무책임한 거다. 성장이 둔화하고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수출이 늘고 성장률이 높아져도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6년만 봐도 300인 이상 대기업의 일자리가 25만 개 감소했다. 게다가 대학 진학률이 90%에 달했던 세대와 특성화고 졸업자의 구직 수요가 겹쳐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초과 공급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정부가 버퍼 역할을 해야 한다.”
 
질의 :민간부문 일자리는 어떻게 늘릴 구상인가.
응답 :“4차 산업혁명에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 간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업종·지역별 클러스터와 협동조합을 통해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질의 :구조조정에 대한 캠프의 입장은.
응답 :“고목이 버티고 있으면 새로운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경쟁력 없는 사양산업과 부실업종은 털고 가야 한다. 급작스레 기업을 쓰러뜨린 한진해운 방식도, 혈세로 연명시키고 있는 대우조선 방식도 곤란하다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하지 않겠나.”
 
질의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이 케인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케인지안”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맞는 말인가.
응답 :“그렇다(웃음). 경제학은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정부는 해야 할 일을 민주주의 원칙으로 풀어 가야 한다. 케인스가 『자유방임의 종언』에서 한 말이다.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엔 정부가 확실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다.”
 
질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티브 잡스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팀 쿡”이라고 평한 적도 있는데.
응답 :“노 전 대통령은 가치를 지향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길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때 ‘이게 실현 가능합니까’를 먼저 묻는다. 실용주의자라는 얘기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와 팀 쿡으로 두 분을 비유했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문 대통령이 팀 쿡에서 스티브 잡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가치를 잊지 않는 분이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