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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그 후 1년...강남역 화장실 중 개선된 곳 ‘0’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지난해 5월 17일 20대 여성이 죽어간 장소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남녀 공용 화장실이었다. 어처구니없는 ‘묻지마 살인’이었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추모의 포스트잇으로 뒤덮였다. 해당 화장실은 분리 공사가 이뤄졌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여성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때뿐이었다.
 
17일 다시 찾은 사건의 현장은 여전히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 보였다. 남녀 출입구가 분리됐고 화장실 입구에는 ‘여성 안심 화장실. 이 구역은 서초경찰서 특별순찰 구역입니다’라는 팻말과 빨간색 비상벨이 부착됐다. 
하지만 여자 화장실 바로 옆에 위치한 남자 화장실 출입문에는 ‘제발 발로 차지 마세요 CCTV 촬영 중’이라는 경고문이 있었다. 누군가 발로 차서 파손된 듯한 커다란 구멍이 문 하단에 있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화장실. 비상벨 등이 설치 됐지만 남자 화장실 문이 발로 차여 파손 돼 있는 등 여전히 위험한 모습이다. 김민관 기자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화장실. 비상벨 등이 설치 됐지만 남자 화장실 문이 발로 차여 파손 돼 있는 등 여전히 위험한 모습이다. 김민관 기자

 
실제 살인 사건이 발생한 현장이어서 그나마 많이 개선된 화장실에도 폭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화장실은.
 
사건 발생 직후 서초구와 강남구는 사건의 1차 원인으로 지적된 강남 지역 ‘남녀공용 화장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서초구에 따르면 강남ㆍ교대역 인근 화장실 1049곳 중 847곳이 남녀 분리가 안 되어 있거나 안전장치가 없는 등 여성 안전에 취약한 상태였다.
 
사건 이후 구청 직원들은 건물주를 찾아가거나 공문 발송 등을 통해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건물주들은 “화장실 분리공사에만 천만원 가까이 든다”고 하소연을 했다. “정부의 비용 지원 없인 공사가 불가능하다”는 불평도 나왔다. 결국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비상벨과 폐쇄회로(CC)TV를 늘리는 것 이상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적ㆍ제도적 미비점도 여전했다. 현행법(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전체 화장실의 약 3%에 해당하는 ‘공중 화장실’에만 남녀 화장실 분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개인 소유의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6월 서초구 등은 해당 기준을 모든 화장실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법안을 건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법이 통과되더라도 이미 지어진 화장실에 대한 소급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라는 이름으로 강남역 살해사건 1주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민관 기자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라는 이름으로 강남역 살해사건 1주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민관 기자

 
사건 발생 1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는 여성단체들이 주최하는 추모제와 기자회견 등이 열렸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주기 공동행동’은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라는 이름으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화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 사회는 여성 살해 사건의 본질을 보지 않고 있다.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인식과 불평등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피의자를 정신병자로만 몰아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 1283차 수요집회에서도 ‘여성폭력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여성폭력 추방은 여성인권의 시작이자 마침이다. 위안부 문제와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은 여성의 평등권과 존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역 사건은 여성혐오와 여성폭력 등 여성 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이지만 근본 원인인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과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눈으로 여성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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