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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리포트]가계부채 잡으려 기준금리 올려야 할까, 고민하는 중앙은행

가계부채의 역습. [일러스트=박용석]

가계부채의 역습. [일러스트=박용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폈다. 정책금리를 제로 또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인하하고 채권 등의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양적완화정책을 도입했다. 성장세 둔화에 직면한 대다수 신흥시장국 중앙은행도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흐름을 뒤따라갔다. 

양적완화정책으로 대부분 국가 가계부채 증가
"부채로 성장 위축 우려 …중앙은행 적극 대응"
VS. "긴축정책 펴면 부채 더 악화" 의견 엇갈려

 
이와 같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운용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으나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르웨이·스위스·캐나다·스웨덴·호주 등 선진국과 일부 아시아 신흥시장국들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그 결과 몇몇 국가의 경우 2015년 말 동 비율이 100%를 상회하고 있다. 한국도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자금순환통계 기준) 비율이 2016년 말 95.6%로 높아졌다.  

 
완화적 통화정책, 가계부채 비율 높여…금융안정 리스크로 작용
 
 통화정책은 일차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차입여건 변화 등을 통해 가계와 기업의 차입 및 지출 결정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결정은 최종적으로 총수요와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면 가계와 기업의 차입이 촉진돼 빚이 느는데 이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활동을 진작시키는 정상적인 파급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빚이 과도하게 늘면 금융시스템이 취약해지고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거시경제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통화 정책적 대응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매우 컸던 만큼 가계부채가 쌓이면서 발생한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부채 증가로 성장 위축…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운용시 가계부채 문제를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일치된 견해는 없다. 일부 국제기구 등은 중앙은행이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앙은행이 신용팽창을 간과하고 물가안정목표에만 전념할 경우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신용 누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한 위기 발생 이후에는 통화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어려운 데다 위기의 사후 수습에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난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의 경기진작 효과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연구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가 단기적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데,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과도한 경우 이러한 성장 위축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가계부채가 누증된 경우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통화정책 긴축 운용시 성장 위축해 부작용 크다"는 의견도
 
 다른 한편에서는 통화정책 운용 시 가계부채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경우 그 비용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통화정책은 경제전반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정책이기 때문에 가계부채와 같은 특정 부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된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상대적으로 긴축 운용하면 부채 증가세를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성장을 위축시키고 물가하락 압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특히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경우에는 가계 소득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계부채 증가를 유의하게 억제시키려면 이를 위해 필요한 금리조정 폭이 작지 않은데 이 경우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은 미시 및 거시 건전성 정책의 효과적 운용이 중요하며 건전성 정책이 가계부채 문제 완화를 위한 일차적인 보루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이들도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해 물가를 목표수준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시계를 보다 장기화하는 등 물가안정목표제의 신축적 운영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통화정책이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경우의 득과 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여타 정책수단의 활용 가능성 등에 대한 판단이 다른 데 상당부분 기인한다. 다만 통화정책이 궁극적으로는 거시경제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계부채가 소비 제약 가능성…통화정책 시 유의할 필요
 
 한국은행은 2012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했다. 금리인하는 기본적으로 거시경제 상황 악화에 대한 대응이 긴요하고 이 경우의 득이 실보다 크다고 판단된 데 따른 것이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세월호 및 메르스 사태에 따른 심리위축 등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되고 물가가 물가안정목표를 큰 폭으로 하방 이탈한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 등에도 유의하면서 통화정책 완화의 정도를 신중하게 조절하였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이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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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로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가계부채가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한 상위 계층에 집중되어 있고 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노력으로 가계부채의 구조도 다소나마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규제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등 금융기관의 복원력도 양호하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이미 높은 수준으로 쌓인 가운데 여전히 총량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경우 향후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시 국내 시장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상환에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가계부채가 소비 및 성장을 제약하는 임계치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그동안의 연구 및 설문조사 결과 등에 비추어 소비를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내 경기 및 물가 상황과 향후 전망을 고려하여 운용하되 가계부채 상황에 종전보다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건전성 정책 등을 통한 가계부채 총량 관리 및 질적 개선 노력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이상형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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