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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가시는 없는 장미 '딥퍼플'의 변신은 무죄?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의 한 온실. 문을 열자 달콤한 장미꽃 향기가 흘러나왔다. 붉은색에서 흰색·분홍색·살구색 등 온통 장미투성이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1990년대 말부터 개발한 장미들이다. 현재까지 개발한 장미만 54종. 크기는 물론 색깔·모양·향기도 조금씩 다르다.
 
'꽃의 여왕'인 장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이다. 유럽에서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품종 개량을 했을 정도로 품종이 다양한 꽃이다. 현재 유통되는 장미꽃만 3만 종, 한 해 평균 100여종의 새로운 장미가 전 세계에서 개발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장미꽃 중 처음으로 로열티를 받은 '그린뷰티'. 최모란 기자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장미꽃 중 처음으로 로열티를 받은 '그린뷰티'. 최모란 기자

 
경기도가 이런 장미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로열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사랑받는 꽃의 상당수가 수입 종이라 해외로 나가는 화훼 관련 로열티만 1년에 118억원이나 된다. 이 중에서 장미 관련 로열티만 연간 28억원이다.
개발 초기만 해도 "국내산 장미는 해외 품종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강해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자연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데다 다양한 품종이 나오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산 장미를 찾을 정도로 상황이 변했다. 
이영순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육종팀장은 "붉은색이나 흰색 등 뚜렷한 단색을 선호하는 국내와 달리 외국에선 여러 색깔이 섞이거나, 검붉은 색의 장미, 꽃송이가 큰 화려한 장미를 두루 선호한다. 그래서 일부 품종은 개발 단계부터 국내용과 수출용으로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랏빛과 분홍색 등이 뒤섞인 신종 장미 '딥퍼플'.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고 있다. 최모란 기자

보랏빛과 분홍색 등이 뒤섞인 신종 장미 '딥퍼플'.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고 있다. 최모란 기자

대표적인 꽃은 '딥퍼플'(국내 특허출원 명 '필립')이다. 보랏빛과 분홍색·진분홍색이 섞인 꽃잎이 매력적인 꽃이다. 일반 장미 품종보다 생산량이 10% 정도 많고 국내는 물론 에콰도르·콜롬비아·케냐 등 9개국에 판매됐다. '2016년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2015년 일본 도쿄 꽃 엑스포에서 그랑프리(대상)를 수상하는 등 국내외 큰상을 휩쓸고 있다. 
이 꽃의 가장 큰 특징은 '가시'가 없다는 점이다. 이영순 팀장은 "장미 가시가 이파리를 훼손해 상품성이 떨어지게 하는 데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작업을 해야 하는 불편 때문에 상당수 농가에서 가시가 없거나 적은 품종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래서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장미 중 4종은 가시가 없다. 나머지 장미도 일반 장미보다 가시가 적다고 한다.  
 
꽃송이가 탐스러운 바운티웨이. 최모란 기자

꽃송이가 탐스러운 바운티웨이. 최모란 기자

딥퍼플의 동생인 흰색과 옅은 녹색, 분홍색이 섞인 '딥실버', 살구색과 연한 녹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그린뷰티', 손바닥만한 크림색 꽃송이를 가진 '바운티웨이'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선 밝고 선명한 적색의 '레드포켓'이 유독 인기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네덜란드 품종 '비탈'보다도 높은 가격에 판매될 정도다.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장미인 '레드포켓'. 최모란 기자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장미인 '레드포켓'. 최모란 기자

 
장미도 유행을 탄다. 한때 유럽 등 전 세계를 휩쓴 장미는 꽃송이가 크고 향이 짙은 이른바 '정원장미'였다. 그러나 향이 진하면 해충이 많이 꼬이는 데다 실내 장식용 꽃꽂이가 인기를 끌면서 향보다는 색깔이 예쁘고 수명이 긴 꽃을 선호하게 됐다. 
하지만 요즘은 수명이 길면서도 향이 짙은 꽃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옅은 보라색을 띄는 대형 장미인 '허니블루'도 그중 하나다.
 
암술 부분에 꽃받침이 있는 독특한 모양의 퍼시픽아이. 최모란 기자

암술 부분에 꽃받침이 있는 독특한 모양의 퍼시픽아이. 최모란 기자

요즘 결혼식장에선 붉은 장미보다 크림색·흰색·연보라색·노란색 등 밝은 색 꽃이 많이 쓰인다. 암술자리에 꽃받침이 올라온 특이한 모양의 '퍼시픽아이' 등 독특한 장미도 눈길을 끈다. 
유행 탓에 국내 화훼농가의 경우 5~10년 주기로 장미 품종을 바꾼다.
 
그렇다면 장미꽃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은 없을까.
황규현 경기도농업기술원 주무관은 "물 속에 아스피린 등 선도유지제를 넣는 것도 방법이지만 실내 온도가 18~24도를 유지하는 그늘진 곳이나 저온고 등에 넣어두면 꽃을 더 오래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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