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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외모 민주주의를 꿈꾸며

이영희중앙SUNDAY 기자

이영희중앙SUNDAY 기자

기자라는 직업의 세계를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중고생들과 만날 기회가 가끔 있다. 최근 한 여고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 순간 어물쩍댔다. “기자님은 외모 지상주의를 어떻게 보시나요?” “외모보다 내면”이란 ‘정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던 건 요즘 나의 행태를 돌아보고 말았기 때문일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를 보며 “아이돌은 일단 잘생겨야지”라고 주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객관적 꽃미남’은 아닌 멤버들의 선전에 “국민 프로듀서님들, 이렇게 너그러워서야”라는 이례적인 단호함을 시전했던 게다.
 
그뿐인가. 지난주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 사진을 검색한다. 물론 소탈하고 정감 가는 새 대통령의 행보에 감동한 이유도 있지만 ‘보기에 참 좋더라’도 한몫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다행(?)인 건, 나만 그런 것은 아니란 사실. 대통령 경호원까지 훈훈한 외모를 지닌 이 새 정부에 ‘외모 패권주의’ ‘심쿵정부’ 등의 별명이 붙었으니 하는 말이다. 뉴스를 읽다 발견한 이 댓글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바로 증세 없는 안구복지다’.
 
그리하여 지난 주말엔 반성하는 맘으로 오래전 만화 『엔젤전설』(사진)을 꺼내 들었다. 1990년대 인기작인 이 만화의 주인공은 천사처럼 순수하고 해맑은 성품을 가진 고등학생 기타노. 그러나 그는 슬프게도 가는 눈썹에 유난히 작은 동공, 길고 창백한 얼굴 등 흡사 악마 같은 외모를 지녔다. 새 학교로 전학을 간 기타노는 밤마다 별님에게 “친구를 사귀게 해주세요”라고 빌지만 그가 등장하면 교실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선생님의 우스개에 “그 농담 재밌네요”라고 답했을 뿐인데 이 선생님, “잘못했다. 죽이지만 말아줘”라며 벌벌 떤다.
 
황당한 개그 만화지만 웃음 뒤에 남는 게 있다.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 어떻게 사람들을 스스로 망가뜨리는가다. 기타노의 천사 같은 마음을 모르는 학교 싸움꾼들은 먼저 시비를 걸었다가 기에 눌려 알아서 패배를 선언한다. 교장 선생님은 기타노의 성실한 태도에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모든 사고의 원인을 그에게 돌리다 낭패를 본다.
 
킥킥대며 만화를 덮고 다시 결심한다. 외모에 너무 휘둘리지 않으리. 아이돌 지망생들이 꿈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잘생긴 정치인들은 ‘안구복지’ 외의 일을 얼마나 제대로 해내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하리라. 여고생이여, 미안했다. 우리 각양각색의 외모가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는 ‘외모 민주주의’의 도래를 위해 함께 노력해 보자꾸나.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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