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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기대와 현실의 균형

송인한연세대 교수·사회책임센터장

송인한연세대 교수·사회책임센터장

살면서 몇 번쯤은 좋은 사람이 되기를 시도해 보지만, 결국 포기하게 되는 참으로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수식만 붙는다면 비교적 쉽게 이뤄지기도 합니다. ‘알고 보니’ 좋은 사람. 엄격하고 냉정하던 사람이 작은 친절만 베풀어도 ‘알고 보니 좋은 분’으로 둔갑해 버립니다. 하지만 반대 역시도 그만큼이나 쉽게 일어납니다. 온화하게 항상 호의를 베풀던 사람이 한 번만 원칙대로 엄격해지면 ‘알고 보니 나쁜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실망하곤 합니다. 기대위반(expectancy violation) 이론으로 설명되는 이런 현상처럼 상대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반대되는 평가를 만들기도 합니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극대화하여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maximizer)은 객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높은 기대치로 인해 덜 만족한다고 설명합니다.
 

만족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적절한 균형
현실적 기대의 ‘건강한 희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전략적으로 기대 수준을 낮게 만들어 ‘알고 보니 좋은 분’이 되는 건 쉬울까요. 인간 심리는 복잡합니다. 첫인상! 첫인상이 미치는 인지적·감정적 영향 역시 얼마나 큰지요. 과거 경험의 잔재로부터 영향받아 무의식적으로 생기는 ‘좋은 분’과 ‘나쁜 사람’의 편견은 오래 지속됩니다. 사람에겐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처럼 선입견을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 타인의 기대와 관심은 실제로 성과를 촉진시키기도 하며(피그말리온 효과), 반대로 과도한 기대가 부담이 되어 위축시키기도 하는 등 인간관계에 복잡하게 작동합니다. 또한 ‘기대’는 만족감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만족은 기대(분모)와 현실(분자)로 만들어지는 공식으로 흔히 설명되곤 합니다. 이 공식에 따르면 만족을 높이기 위해선 현실(분자)을 개선하거나 기대(분모)를 줄이는 방법이 있겠으나 기대를 무작정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기대는 변화의 동기와 신념, 자신감을 선사합니다. 만족을 높이기 위해 희망을 포기한다는 것은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희망이 과도해지면 미래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릇된 희망’은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게 하며 문제의 중요성을 잊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합리적 이성을 가지고 현실과 기대의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을 ‘건강한 희망’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로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현실은 열악합니다. 전방위적 갈등이 증폭되어 정치적·경제적·가치적 양극화는 심각합니다. 전 정권에서 가파르게 증가한 국가부채는 600조원을 넘어 사상 최악 상태이며 자살률, 노인빈곤율, 청년실업률 증가를 비롯해 수많은 지표는 최악입니다. 퇴보한 남북관계를 복원시켜야 하고 사드와 위안부 협상 이슈를 두고 중·일과 맞서야 합니다. 트럼프 체제의 미국과의 관계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전 정권의 실패와 비교해 그보다는 나을 거라는 기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클 수 있는 기대위반 효과의 위험을 안고 시작합니다. 어쩌면 민주적 국정운영을 아마추어적이다, 카리스마가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독재적이라 비판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국제 정세와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어려움의 책임을 한 사람에게 돌리는 기본적 귀인오류의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촛불정국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과정을 거친 지금, 이제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균형을 찾아 현실적인 기대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인 기대에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며 양보와 융통성이 필요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새 정부를 바라볼 시점입니다.
 
선거 기간 동안 후보자에 반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알고 보니 좋은 정부가,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는 알고 봐도 좋은 정부가 되는 것이 현실적인 기대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공통된 심정일 것입니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책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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