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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삼청동수제비' 사장님의 한마디 "비법 있냐고?"

맛대맛 다시보기 ④삼청동수제비
'삼청동 수제비'는 역대 대통령들도 즐겨찾는 곳이었다. [김경록 기자]

'삼청동 수제비'는 역대 대통령들도 즐겨찾는 곳이었다. [김경록 기자]

 

동네 이름 알린 35년 맛집 '삼청동수제비'
인근에 식당 없던 82년 분식집으로 시작
청와대가 코앞, 역대 대통령들 즐겨 찾아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대부분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를 시작한다. 4회는 수제비(2014년 10월 22일 게재)다.
 
삼청동 대표 맛집 '삼청동수제비'. 지금처럼 뜨기 전인 1982년 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경록 기자

삼청동 대표 맛집 '삼청동수제비'. 지금처럼 뜨기 전인 1982년 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경록 기자

"가게를 연 1982년만 해도 삼청동에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장사할 데가 못 됐죠. 그런데 애가 넷이니 다른 동네에선 집주인들이 아무도 월세를 안주더라고요. 그래서 애 하나 숨겨 셋인 척하고는 이곳에 방을 얻었죠."
삼청동수제비 사장 한기영(69)씨가 당시만해도 외진 동네였던 서울 삼청동에 자리를 잡은 이유다. 약품 관련 도매업을 하던 남편 사업이 망하면서 살던 집을 내준 한씨는 먹고 살기 위해 친정이 있던 삼청동에 방 딸린 23㎡(7평) 남짓한 가게를 하나 얻었다. 그게 82년 10월이었다. 1층, 그리고 나무 계단으로 연결된 다락방을 다 합해 테이블 5개 겨우 놓을 수 있을 만큽 좁았다. 
처음엔 수제비집도 아니었다. '가나안분식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라면을 끓이고 닭을 튀겨냈다. 집에서 살림만 해 온 한씨가 할 수 있는 메뉴였단다. 그렇게 한 5개월쯤 지났을 무렵 한 손님이 "성북동에 있는 국수집에 갔는데 줄이 너무 길어 못먹고 회사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라며 라면을 주문했다. 한씨는 그 말을 듣고 국수와 수제비를 팔기로 했다. 평소 집에서 자주 끓여먹던 음식인 만큼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해주던대로 멸치·양파·다시마·바지락 등을 넣어 낸 육수에 수제비 반죽을 넣어 끓여냈다.
들깨 국물에 찹쌀 옹심이를 넣어 끓여 찹쌀옹심이. 김경록 기자

들깨 국물에 찹쌀 옹심이를 넣어 끓여 찹쌀옹심이. 김경록 기자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할머니가 들깨 국물에 찹쌀 옹심이 넣고 끓여주던 찹쌀옹심이(들깨수제비)도 메뉴로 내놨다.
 
엄마 손맛 항아리로 인기
한기영 사장은 그릇 살 돈이 없어 장아찌 담던 항아리를 사용했는데, 이젠 삼청동수제비의 상징이 됐다. 김경록 기자

한기영 사장은 그릇 살 돈이 없어 장아찌 담던 항아리를 사용했는데, 이젠 삼청동수제비의 상징이 됐다. 김경록 기자

삼청동수제비는 한 명씩 그릇에 담아주지 않고 항아리에 담아준다. 함께 온 사람들이 각자 덜어먹어야 한다. 삼청동수제비의 상징인 항아리는 수제비를 처음 팔 때부터 사용했다. 그릇 살 돈이 없어 장아찌 담아두던 항아리에 수제비를 낸 것이다. 엄마가 끓여주는 것 같은 손맛에, 항아리에 담아내는 독특한 요소로 보는 재미까지 더해지자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이중엔 한국일보를 비롯해 광화문 인근 신문사 기자들이 많았다. 그래서였는지 어느 날 어떤 신문 기자가 취재를 하겠다고 찾아왔다. 가게 연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그리고 그 이튿날. 가게에 딸린 방에서 자고 있는데 새벽부터 가게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가게 위치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으면 바로 또 전화가 왔다. 영문도 모른채 계속 전화를 받았다. 알고보니 그날 신문에 소개기사가 나온 거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30년이 훌쩍 넘도록 식사시간이면 수제비 먹으러 온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선다.
가게를 연 지 1년 만에 대박이 나 걱정없이 살았을 것 같지만 한 사장에게도 큰 시련이 있었다. 인근 감사원 통근버스가 빗길에 미끌어지며 가게를 덮였다. 한 사장은 이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일하다 말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집주인은 계속 가게세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87년 결국 가게를 접을까 하던 차에 집주인으로부터 아예 가게를 사라는 제안을 받았다. 고민끝에 삼청동에서 제일 비싼 값에 건물을 샀다. 
본관이 지금 형태를 갖춘 건 95년이다. 그해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사고를 보며 나무로 연결된 다락방 안전이 걱정된 한 사장은 다락방을 없애고 옆 가게를 인수해 재정비했다. 가게가 넓어졌지만 줄은 여전했다. 결국 2002년 옆 우유보급소를 인수해 별관까지 만들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집
청와대 근처에 있는 만큼 역대 대통령들도 당선 전후로 자주 찾았다. 노태우, 고(故)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단골이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종종 찾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예 청와대로 한 사장을 수제비를 먹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종종 가게를 찾았다. 2011년 청와대 행정 인턴 기자들과 식사한 곳도 여기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 사장에게 인수위가 있던 건물에 와서 수제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손을 다쳐 거절했다. 결국 참모가 가게에 와서 수제비를 날랐다. 소설가 신경숙과 김정현도 오랜 단골이다.
한기영 사장이 밀가루 반죽을 떼 내고 있다. "반죽이 얇아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고 식감이 부드럽다"고 한다. 김경록 기자

한기영 사장이 밀가루 반죽을 떼 내고 있다. "반죽이 얇아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고 식감이 부드럽다"고 한다. 김경록 기자

오랜 세월 변함 없이 사랑받는 비결이 뭘까. 한 사장은 의외로 "없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들여다볼수록 비결이 보인다. 36년 동안 꾸준히 직접 손으로 수제비 반죽을 떼 낸다. 주방엔 '수제비 얇게'라는 문구를 잘 눈에 띄도록 크게 적어놨다. 밀려드는 주문에 혹시 직원이 반죽을 대충 두껍게 뗄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으로 얇게 뗀 반죽 덕분일까. 이곳 수제비에선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고 식감이 부드럽다. 또 김치와 간장은 직접 만든다.
"다른 맛집은 아들이나 며느리도 모르는 자기만의 비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게 어디 있나요. 좋은 재료 쓰고 정직하게 만드는 게 비결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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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 수제비 8000원, 찹쌀옹심이 1만1000원, 감자전 8000원 ·개점: 1982년 ·주소: 종로구 삼청로 101-2(삼청동 102) ·전화번호: 02-735-2965 ·좌석수: 본관·별관 160석(별관에 룸 2개)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연중무휴) ·주차: 가능(무료)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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