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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획] 학종이 바꾼 풍경...요즘 학원가는 초미니 '고교내신 설명회' 대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요즘 학원가에선 고1,2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내신대비 설명회가 크게 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요즘 학원가에선 고1,2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내신대비 설명회가 크게 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고등학생 대상 보습학원에 학부모가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학원 측이 마련한 ‘1등급으로 가는 고1·2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치동·목동 등 교육특구 학원가에서 많이 열려
학교별로 중간·기말고사 설명, 기출 문제 제공도

학생부 전형 증가한 2014년 전후해 등장
중간고사 뒤 기말 앞둔 5·11월에 주로 개최

학부모 “내신 중요해지니 전략적 대비 도움"
전문가, "학원의 마케팅 수단, 맹신 말아야”

 학원 입구에 들어서자 담당 직원이 예약자(학생) 이름을 물었다. 학교와 학년을 확인한 직원은 서류 봉투에 담긴 자료를 줬다. 꺼내보니 수학·국어·사회 과목별로 각각 A4용지 4장의 양면에 강남 B고의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출제 경향과 지난해 기말고사 시험 범위와 문항 수, 배점 등이 인쇄돼 있었다. 
 
 직원의 안내로 찾아간 강의실엔 학부모 6명이 있었다. 모두 자녀가 B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같은 층의 강의실 세 곳에서도 학교별로 모인 5~10명의 학부모가 설명회를 기다렸다.
 
 설명회가 시작되자 학원 강사들이 B고의 내신 시험 대비 요령을 소개했다. 수학 강사는 “‘확률과 통계’ 기말고사는 출제 범위가 작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풀어 보면 무조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어 강사는 “문학에선 교과서를 암기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설명회를 마치기 직전, 학원은 ‘족보’도 제공했다. B고의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 문제였다. 국·영·수는 물론 미술·체육·제2외국어 시험도 포함됐다. 학부모 김모(48·대치동)씨는 “대입에서 내신 비중이 커진다고 하던데, 오늘 설명을 들으니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좋은 성적이 나오는 건 아닌 것 같더라"며 "부모도 학교 시험을 잘 알고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내신 설명회를 연 A학원은 학교와 과목별로 자체 제작한 자료를 참석자들에게 제공했다. 전민희 기자

10일 내신 설명회를 연A학원은 학교와과목별로 자체 제작한 자료를 참석자들에게 제공했다. 전민희 기자

 
A학원이 제공한 수학과목 자료에는 지난해 치러진 기말고사 시험 문제가 문항별로 분석돼 있다. 전민희 기자 

A학원이 제공한 수학과목 자료에는 지난해 치러진 기말고사 시험 문제가 문항별로 분석돼 있다.전민희 기자

A학원이 제공한 국어(문학)과목은 최근 치러진 중간고사 문제를 실제로 보여주면서 난이도와 문제유형, 출제의도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A학원이 제공한 국어(문학)과목은 최근 치러진 중간고사 문제를 실제로 보여주면서 난이도와 문제유형, 출제의도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전민희 기자

 이 같은 고교내신 대비 설명회가 최근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의 학원가에서 크게 늘고 있다. 고 1·2년생 학부모가 주 대상으로 학교, 학년별로 10명 안팎의 소규모로 진행된다는 게 특징이다. 수천명 씩 모이는 고 3 대상의 대입설명회와는 대조적이다.
 
 고교내신 대비 설명회가 학원가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건 학생부 중심의 수시전형이 본격화된 2014년 전후다. 그 전까지는 학원들이 주로 정시대비 위주여서 내신관리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대입에서 수능 위주 정시가 줄고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처럼 학교 내신 반영 비율이 높은 입학 전형의 비중이 늘면서 학원들도 이에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 커뮤니티 ‘디스쿨’ 의 김현정 대표는 “특히 상위권학생이 많은 강남에선 ‘내신 경쟁’이 치열하다. 내신이 좋아야 명문대 학생부종합전형에 도전 가능하기 때문에 학원들도 이런 학생들을 잡기 위해 잇따라 설명회를 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상 입시컨설턴트도 “대입의 중심이 정시에서 수시로 바뀌면서 학부모들도 내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내신 설명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직장맘이 참여할 수 있게 저녁시간에 여는 학원도 늘었다”고 전했다.
 
대학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치동 학원들은 대부분 내신 대비반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중앙포토]

대학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치동 학원들은 대부분 내신 대비반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중앙포토]

 이러한 내신 설명회는 주로 학년이 바뀌기 전 겨울방학인 11월과 중간고사를 마치고 기말고사를 대비하기 시작하는 5월에 많이 열린다. 형식도 다양하다. A학원은 학원 강사들이 고교별로 직전에 학생들이 치른 시험지를 보여주면서 전체 문제의 난이도와 출제 경향, 등급 컷을 알려준다. 특히 국어·영어과목은 교과서 외 지문이 얼마나 나왔는지도 전달한다.
 
반면 인근 C수학학원처럼 학교 교육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고 학부모와의 질의응답 위주로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학부모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 겨울 내신 설명회에 참여했던 이모(46·목동)씨는 “우리 애가 다니는 학교가 해당 지역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떻게 시험을 준비하면 될지 알려줘 도움이 된다. 학교설명회나 담임 상담만으로 알 수 없었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맘 박모(46·잠실동)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원들이 진행하는 내신 설명회의 질과 실제 강의 수준이 비례한다는 말도 돈다”고 전했다.
 
고교에서 중간고사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내신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대치동 학원의 홈페이지 홍보물. 학년별, 학교별로 진행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나와 있다. [홈페이지 캡처]

고교에서 중간고사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내신 설명회를 개최한다는대치동 학원의 홈페이지 홍보물. 학년별, 학교별로 진행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나와 있다.[홈페이지 캡처]

 
 대부분 고등학생 대상이지만 중학생을 위한 설명회도 열린다. 학교 내신과 자기소개서로 1단계 전형을 실시하는 외국어고·과학고, 전국 단위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가 대상이다. 중3, 중2 자녀를 둔 서모(44·대치동)씨 “특목고 지원자가 많은 강남지역 중학교에서는 변별력을 높이려 학교 시험에서도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는 일이 많은데, 이런 시험에 대비하려면 학원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신 설명회는 학년이 바뀌는 11월이나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5월에 가장 많이 열린다. 새학기를 맞아 학교별 맞춤 설명회를 진행한 대치동 한 학원의 홍보물. [홈페이지 캡처]

내신 설명회는 학년이 바뀌는 11월이나기말고사를 준비하는 5월에가장 많이 열린다.새학기를 맞아 학교별 맞춤 설명회를 진행한 대치동 한 학원의 홍보물.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내신 설명회가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해 선행학습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1 자녀를 둔 정모(44·역삼동)씨는 "지난 주말 학교 시험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 수학학원 설명회에 갔는데 학교에 대한 설명은 30분에 그치고, 나머지 1시간은 학원 홍보만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진도를 묻길래 ‘고1까지 예습했다’고 답하니 ‘큰일 났다. 여름방학 때 고2까지는 끝내야 한다’며 학원 수강을 권했다”고 덧붙였다.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학원의 내신 설명회를 무조건 믿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안광복 중동고 교사는 “학원들은 마케팅의 수단으로 설명회를 활용하다보니 학교 시험에 대한 과장된 정보 또는 부정확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무조건 믿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디스쿨’ 김현정 대표는 “내신·학생부 기록의 대입 비중이 커진 만큼 학교들 스스로 시험과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를 가급적 상세히 학생과 학부모에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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