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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3초백 팔던 호시절 끝나…이제부터가 진검승부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청담사거리까지 고급 해외 브랜드 매장이 밀집한 대로변을 일컫는다. 김상선 기자.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청담사거리까지 고급 해외 브랜드 매장이 밀집한 대로변을 일컫는다. 김상선 기자.

 
 

국내 럭셔리 시장 만든 '숨은 손' <2>
90년대 후반 이후 브랜드마다 직진출
개척형에서 관리형 지사장으로 변모

86년 패션 상품의 수입 자유화 조치로 국내 럭셔리 시장은 급성장했다. 2015년 기준으로 118억 달러(13조3400억원), 세계 8위 규모(베인앤컴퍼니)다. 지난 30여 년간 수입 패션 시장 판을 키우고 또 현재 키워 가는 주역은 누구일까. 30년 변천사와 함께 인물지도를 정리해 봤다. 인터뷰에 응한 몇몇은 소속 회사의 내부 규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익명으로 처리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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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까지는 '명품'이라고 하면 도자기나 그림 등을 일컬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부터 고가 수입 브랜드가 이를 대신했다. 시장의 열기가 뜨거웠고, 거의 모든 브랜드가 두자리 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가능성을 확신한 유럽·미국 브랜드들은 하나둘씩 직진출을 시작했다. 91년 루이비통코리아·샤넬코리아가, 96년엔 프라다코리아 등이 국내에 둥지를 틀었다. 에르메스·디올·페라가모(1997), 구찌(1998)가 잇따라 한국 법인을 만들었다.  
 
당시 법인을 맡은 지사장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사업 초기이니만큼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현지 사정을 잘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전형선(57) 전 에르메스코리아 대표는 "당시 플래그십 매장 자리 선정 등에 지사장이 꽤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말했다. 몇몇 브랜드를 거친 모 브랜드 지사장 B씨도 비슷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럭셔리 매장 오픈을 계획하던 2000년대 초, 이탈리아 본사에서는 인구 수 기준으로만 따져 입점을 말렸지만 한국 법인 측이 국내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그는 "지방 부자들이 광주·부산 등 몇몇 도시로 원정 쇼핑을 하는 우리만의 특성을 확신해 밀어부쳤고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웃렛에 입점해주는 조건으로 백화점 매장 크기를 키우는 거래도 비일비재했는데 이 역시 지사장의 역할이었다.  
 
1세대 지사장은 대략 해외파와 대기업 출신으로 나눠진다. 조현욱(54) 전 루이비통코리아 회장은 대표적 해외파였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스위스·일본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덕에 외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94년 루이비통 대표를 맡은 이래 무려 22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켰다. 조만간 설립될 LVMH코리아 대표로도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몽클레르신세계(몽클레르와 신세계 합작법인) 이용택(51) 대표 역시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외국 생활을 오래한 덕에 4개 국어에 능통한 인물. 92년 로로피아나의 첫 한국 지사장이 된 뒤 20여 년간 근무했고, 2014년 지금의 자리를 꿰찼다.  
 
토종파로는 최완(58) 전 휴고보스코리아 대표와 한상옥(61) 베르사체·모스키노 코리아 대표가 가장 먼저 꼽힌다. 최 전 대표는 92년부터 선경테이프사업(SKM, 현재의 워커힐 면세점)에서 면세점 사업부에 재직하며 패션과 인연을 맺었다. 96년부터 2013년까지 페라가모에서 근무한 뒤 2014년 휴고 보스 코리아 지사장을 맡다 최근 홍콩 남성복 브랜드 사업을 준비 중으로 알려져 있다. 한 대표도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SI)을 거쳐 크리스찬디올꾸뛰르코리아 지사장으로 10년 간 '장기 집권'을 했다. 퇴사 당시 본사의 두터운 신망을 얻어 크리스찬디올주얼리 면세 판권을 얻은 일이 업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파리 출장에 가면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CEO(당시 크리스찬 디올꾸뛰르 상무 이사)를 만날만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새 브랜드를 들여온다면 가장 먼저 찾을 인물'이라는 업계 평판에 걸맞게 한 대표는 모스키노와 베르사체 한국법인을 동시에 맡고 있다.     
젊어지고 여성 파워도 늘어나…2세대 지사장
2000년대 중반 이후 럭셔리 시장은 보다 대중화했다. 루이비통 '스피디백'은 길가에서 3초마다 한 번씩 볼 수 있다는 뜻의 '3초 백'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샤넬 2.55백, 입생로랑의 뮤즈백, 발렌시아가 모터백 등 브랜드마다 '잇백'을 앞다퉈 내놓으며 경쟁을 벌였다. 2005년 강북에서도 처음으로 명품관이 생겼다. 롯데가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옆에 문을 연 애비뉴엘이다.  
 
직진출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지사장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현재 지사장인 2세대들은 이전 세대보다 젊고, 재임 기간이 짧아지면서 '회전문 인사'처럼 브랜드를 옮겨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국내외 패션업계에서 이미 브랜드를 경험한 이들이 대다수다. 윌리엄 윤(54) 발렌티노코리아 대표는 재미교포 2세로, 1999년 뉴욕 구찌에서 브랜드와 인연을 맺은 뒤 2005년 구찌코리아 대표로 국내에 입성했다. 구찌코리아 출신의 이종규(51) 디올코리아 대표는 2008년 보테가베네타코리아 대표를 지내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성과를 인정 받아 2013년 현 자리로 옮겼고, 김한준(52) 마이클코어스코리아 대표는 버버리코리아(2009~2012)와 페라가모코리아(2013~2015)를 거쳐 2016년 지금의 브랜드에 합류했다. 반면 에르메스코리아 한승헌(56) 대표는 LG전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장, 스페인 법인장을 거쳐 깜짝 발탁된 '뉴 페이스'다.
 
여성 지사장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문영(54) 프라다코리아 사장, 김쎄라(49) 까르띠에코리아 사장이 각각 2007·2009년 이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 사장은 91년 루이비통 한국 1호점 매니저로 업계에 첫발을 들인 뒤 셀린코리아 지사장을 지냈다. 김 사장은 뉴욕 DKNY에서 일하다 99년 귀국, 펜디코리아를 거쳐 2006년 까르띠에 영업부장으로 브랜드에 합류했다. 또 샤넬코리아 상무 출신의 김하정 보테가베네타코리아 대표와 겔랑코리아 매니징 디렉터를 거친 불가리코리아 이현경(48) 대표, 로로피아나 지사장을 지낸 버버리코리아 김민희 대표도 업계에서 활약 중이다. 외국인 중에는 샤넬의 스테판 블랑샤르, 루이비통의 티에리 마티, 토즈의 주세페 카발로, 구찌의 카림 페투스 등이 있다.  
 
이들의 미션은 시장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10년 이후 국내외 럭셔리 시장이 점점 둔화하면서 새로운 진검승부를 벌여야하는 것. 이전 세대처럼 백화점에 매장을 여는 게 곧 매출로 이어지던 호시절이 지나간 만큼 개인의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모 브랜드 지사장 C씨는 이를 "창업자에서 관리자로 모드가 전환됐다"고 표현한다. '얼마나 파느냐'에서 '어떻게 파느냐'에 대한 전략을 짜고, 고객을 관리하면서 '정체기에 성장을 이끄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합세…"오너가 주도"
현재 국내 럭셔리 시장은 에이전트와 한국법인의 양강 구도가 아니다. 백화점과 대기업까지 업계에 뛰어들어 판을 키워 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유통이 어렵지 않다는 이유에서 아직 직진출 하지 않은 브랜드의 독점 판권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패션비즈 민은선 편집장은 "어떤 브랜드를 들여오고 밀어줄 것인가는 핵심 인물을 몇몇 꼽을 수 있지만 결국 '오너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이 이끄는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이 카테고리에서 가장 규모가 클 뿐더러 여러 브랜드를 동시다발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92년 전신인 신세계백화점 해외사업부에서 독일 패션브랜드 에스카다 수입을 시작한 이후 해외직수입에 뛰어들었다.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돌체앤가바나를 들여오는 데도 연이어 성공했고, 디자이너 브랜드 알렉산더 왕이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최근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폰타나 밀라노 1915',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는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안야 힌드마치' 매장을 열었다. 또 이서현 사장이 맡은 삼성물산 패션부문(구 제일모직)은 토리버치·꼼데가르송·이세이미야케 등을 수입하고 있다. 콜롬보는 이 사장이 의욕적으로 나서 2011년 지분 100%를 인수해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반면 한섬과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를 인수한 현대백화점, 패션부문 계열사 GF를 둔 롯데백화점은 각각 캘빈클라인·DKNY와 겐조·아이그너를 수입하고 있지만 선두에 나서는 '키 맨(key man)'은 딱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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